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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이 서울이 아닌 강원도에서 한옥집 짓고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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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그녀에게’의 김재화 배우를 만나다

영화 「그녀에게」는 정치부 기자로 지내며 경력, 가족, 미래까지 계획했던 상연(김재화)이 계획에 없던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겪어가는 10년 동안의 여정을 그린 실화다. 발달장애 아이의 부모인 류승연 작가의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원작으로 했다.

극 중 잘나가던 정치부 기자에서 하루아침에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게 된 상연을 연기한 배우 김재화를 9월 4일 공덕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쉽지 않은 소재를 세상에 전하려고 한 제작진의 노력에 힘입어 김재화는 몇 년 동안 육아와 일로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상연을 연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상연은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탄탄대로 인생을 그렸던 여성이다. 40대에 정치부장, 50대에 편집국장을 꿈꾸며, 아들딸 둘을 낳아 잘 기르고 대학 들어가고 나면 마당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겠다는 인생계획이 철저한 사람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모든 계획은 180도 달라져 고군분투한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본인도 지쳐있을 때 서울을 떠나 강원도 양양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던 과정과 비슷했다. 그제야 배우로서의 직업정신, 두 아이 엄마로서의 갈등이 맞아떨어진 운명으로 느껴질 법 했다.

상연의 10년,
나의 10년을 되돌아 본 기회

-‘그녀에게’를 만나 상연이 되기까지 20년 차 배우도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삶의 큰 변화를 겪는 상연과 자신이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던 건 작품 선택과 동일 선상에 있는 건가.

“번아웃이라는 말을 써도 되나 싶을 만큼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일과 육아로 과부하가 걸렸을 때 데뷔작 ‘하모니’의 강대규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그 인연으로 이상철 감독님과 ‘그녀에게’가 시작되었던 거다.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고 더 많이 삶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작과 실존 인물님도 있다 보니. 장애인 가족분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되어 자꾸만 제 연기를 체크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생각은 접어두고 시나리오에 따라서 연기만 하자고 생각했다”

-정치부 기자 시절, 아이의 엄마가 되고 힘든 시간을 극복한 이후 표정, 태도, 말투, 행동이 달라진다. 10년의 세월을 특수분장 없이 헤어스타일만으로 완성했다.

“후반부 짧은 헤어스타일이 당시 제 거였고 나머지는 가발이었다. (웃음) 아기 낳기 전의 생활이 충분히 납득할 만큼 보여야 장애 아이 엄마가 된 후부터의 달라진 삶이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잡아갔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에게 어느 날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 것처럼,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된 상황을 보여주어야 했다. 장애는 태어나면서 가질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나,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

-직접 각색에도 참여 한 류승연 작가의 도움은 어느 정도 받았는지 궁금하다.

“작가님은 감독님과 긴밀하게 소통하셨고,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저한테는 기자 시절의 상연을 철저히 개입하셔서 디렉팅 주었다. 영화에서처럼 국회의원에게 큰소리칠 정도로 무서울 것 없는 유능하고 능력 있는 사람, 주관이 뚜렷하고 도도하며 콧대 높은 사람임을 강조했는데. 제 딴에는 너무 오버해서 연기하나 싶었는데 작가님이 텐션을 더 높여도 된다는 코치를 받았었다”

-파인애플 깡통을 먹는 장면이 많은데 혹시 중경삼림의 오마주인가.

“작가님이 실제로 먹었던 걸로 안다. (웃음) GV 때 다양한 해석이 객석에서 나왔었다. 아마 끊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애착 음식이었던 것 같다. 끼니를 놓치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 당 떨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먹는 습관 같은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파인애플 통조림을 다 버리고 케케묵은 노트북을 찾아 다른 시도를 시작하는 신호가 되어주기도 한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크게 5단계에 걸친 심리 변화를 보인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사실을 ‘부정’하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분노’를 터트린다. 이후 어떻게 해야만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타협’ 보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우울’해지며 마지막에는 받아들이는 ‘수용’을 택한다. 10년 동안 상연은 이 과정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지 않았을까.

“횡단보도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려다가 지우가 붙잡고, ‘엄마 있다, 엄마 없다’를 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상연이 만약 극단적 선택을 했고 엄마가 세상에 없었으면 어땠을지..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영화제 GV에서 본인이 평생 지수(비장애인)처럼 살았다는 관객이 장애인이 가족인 이야기를 전해줘서 반갑다는 말을 전해주시더라.

영화 원제가 ‘BLESSER’인데 영어로는 ‘축복하는 사람’이지만 프랑스어로는 ‘상처를 입히다’는 뜻이다. 축복과 상처라는 상반된 의미가 하나의 맥락 안에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말도 된다. 영화에서 성당 다니는 엄마가 물티슈를 주면서 장애를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하지 않나. 축복과 고난은 함께라는 생각이 커졌던 거 같다”

오롯한 내 얼굴, 무표정의 발견

-「그녀에게」는 김재화의 얼굴 하나로 모든 것을 아우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인공을 맡는다는 건 주목도 받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따른다.

“상연의 서사를 제 몸으로 전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엄마의 담담함, 애달픔이 담긴 캐릭터가 바로 ‘상연’이다. 그동안은 상업영화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조연이거나 임팩트 있는 조연 등 캐릭터성이 큰 역할여서 늘 북적이는 현장이 익숙했었다. 단독 주연을 맡고 보니 처음으로 처음 접해보는 고요함, 고독을 맞는 순간이었다. ‘군중 속의 누구’로 존재했던 저를 오롯이 클로즈업된 얼굴로 잡아준 영화다. 무표정 연기도 꼭 해보고 싶었는데 다양한 감정을 펼치며 저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엔딩을 장식한 장소가 강원도 양양이었다. 양양 거리, 전통 시장, 선사유적박물관, 송이조각공원 등 담겼다. 보금자리에서 촬영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

“양양에서 2년째 살고 있는데 만족도가 크다. 저는 작품 찍는 기간에만 바짝 고생하면 되고 휴식 때는 찐 시골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일과 일상이 분리돼서 스트레스도 줄었다.

사실은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싶어 시골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살아보니 아이 키우기도 좋고, 어른들도 힐링하는 곳이다. 기존 인프라와 경력을 포기하고 오기 쉽지 않은데 많은 분이 일부러 오시기도 한다. 초등학생 키우기 최적화되어있다. 학교 끝나고 바로 바다로 달려갈 수 있고, 성수기에 관광객이 많으면 계곡으로 떠난다. 가을에는 집 앞에만 나가도 설악산에 단풍이 지천이지, 겨울에는 눈도 많이 내려서 스키나 썰매를 타느라 신나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양양이 배경인데 순전히 우연이다. 작게나마 ‘잘 살아라’라는 감독님의 메시지를 담은 것 같기도 하다. ‘그녀에게’라는 제목이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게 되는 의미이기도 하잖냐. 극 중 상연이 ‘재화에게’라고 전하는 메시지로 들렸다”

-한 예능에서 보여준 세 자매의 연기 연습이 큰 화제가 되었다. 실제 배우 준비생들에게는 교본 같은 영상으로 주목된다.

“셋이 오래 살았다. 지금도 스케줄 소화할 때는 동생네 집을 전전한다. (웃음) 혜화는 2살 차이라 비슷한 시기에 연극 영화과도 다니고 공연도 했었다. 같은 역할에 오디션도 같이 보러 다녔다. 어떨 때는 제가 붙고, 어떨 때는 혜화가 붙었던 경우도 있었다. 막내 승화랑은 13살 차이다. 아무래도 저희 둘이 오디션 준비할 때 상대 대사를 맡기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연기에 흥미가 생겨버린 게 아닐까 싶다. 서로 도와주고 의논도 많이 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연기 공유도 많이 했었다. 지금도 고민될 때는 아빠와 통화한 후에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부모님도 학교 다닐 때 연극하다가 만나 부부가 된 사람들이다. (웃음) 식견이 남다르다. 가끔 독백 대사를 읽어보라고 부탁드리는데, 비전문배우가 읽는 대사를 들을 때 자연스러운 톤이 살아 있어 영감이 된다”

-동생들과 연기 수업을 할 만큼 열정도 크고, 영화도 많이 보는 시네필의 향기가 느껴진다. 인생 영화가 있다면.

“여성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귀향」, 「8명의 여인들」을 좋아한다. 인생 영화는 「세라핀」이다. 미스터리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만드는 주인공이 하드캐리 하는데 저도 세라핀 같은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그녀에게」도 장르의 결은 다르지만 상연을 중심으로 쭉 따라가는 가족 이야기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인물의 작은 행동, 말, 표정을 통해 문득문득, 숨통을 트일만한 재미난 요소를 전달하려고 노력 했다”

-벌써 마지막 질문이다. 예비 관객들에게 「그녀에게」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

“영화를 몇 번이고 봤었는데 볼 때마다 (관객 분위기를 타서 그런지) 훌쩍이며 보게 되더라. 우리 영화는 다 좋지만 마지막 장면, 엔딩크레딧이 너무 좋다. 지우가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 그리고 수족관으로 넘어가는데 인상적이다. 수족관 장면에 대해 GV를 다니며 다양한 견해도 들었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지우의 상황 같기도 하고, 물을 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장벽 같기도 하고, 다양한 물고기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물속과 달리 우리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음악과 수족관의 여운이 남아서 끝까지 앉아 있게 된다. 마지막 장면 때문이라도 극장에서 끝까지 남아 보길 추천드린다.”

글: 장혜령
사진:로스크

그녀에게 감독 출연 정지인,김태윤,진서,이수정,나수윤,전인걸,서동건,홍경아,김희라,류승연,이상철,신아가,류승연,신아가,임대웅,조현일,가순범,이상철,송현우,김진영,심가영,오병택,윤소슬 평점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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