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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 SM이 제2의 SES로 키우다 가요계서 잊혀진 이분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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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넷플릭스 ‘트렁크’의 서현진 배우를 만나다

2000년 SM이 제2의 SES로 키웠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못해 해체한 전설의 걸그룹 밀크. 이 그룹의 멤버중 한명은 이후 배우로 전향해 ‘믿보배’ 배우 서현진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 《트렁크》를 원작으로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등 따뜻한 감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규태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화랑]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와 의기투합해 깊고 짙은 감성의 미스터리 멜로를 완성했다.

극 중 아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노인지를 연기한 서현진을 12월 6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서 계엄령으로 취소된 인터뷰였기 때문에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음을 설명했다. 「또 오해영」의 기자간담회 같은 인터뷰 이후 8년 만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지만 안녕하고 안녕하셨냐는 인사를 묻고 답했다. 그가 말했던 ‘오늘이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의 답장 같은 현실이었다.

인지는 다섯 번째 결혼을 위해 트렁크에 짐을 싸 한정원(공유)의 집에 찾아오며 시작된다.

“노인지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대신 화를 내주는 점이 상냥한 사람이다. 다정함과는 다른 상냥함이 좋더라. 소재나 분위기가 분명히 불편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두운 톤이라 가볍게 하루의 마무리로 보시려는 분들은 약간 피곤하다고 느낄 것 같다. (웃음)”

선결혼 후연애라는 위험한 비밀의 장르성을 파괴하는 드라마다. 기막히게도 이 결혼을 제안한 사람은 정원의 전처 서연(정윤하)이기 때문. 서연은 정원과의 결혼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 이혼 후 각자 결혼정보회사 NM에서 배우자를 얻었다.

“인지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모든 캐릭터가 그렇듯이 제 안에 있는 거다. 확대하기도 하고 변주를 주기도 한다. 인지의 건조하고 차가운 톤은 그동안 잘 안 해본 거라 선택했다. 누구나 연애나 관계가 끊어졌을 때야말로 내가 잘 보인다. 불편할 수 있던 그때 맞닥뜨린 감정을 수면 위로 올려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아무리 아내가 직업이라고 해도 네 번의 결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섯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인지의 프로의식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직업을 해석하지는 않았다. 그저 인지가 어떤 사람일까 고민했었다. 외로움, 고립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인지의 네 번째 결혼 상대자들은 외로운 사람들인 거다. 결혼이란 제도가 필요했던 성소수자, 죽을 날을 받아 둔 시한부 환자 등.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완전히 끊고 살아가지 못한다. 다시 이어 나가려는 것, 사회적 고립에서 나오려고 결심하는 결말까지도 좋았다”

동명 소설 《트렁크》와 톤 앤 매너를 파괴하는 멜로와 미스터리 장르의 조합을 띈 시리즈다.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고 대본으로만 접했다. 미스터리 장르를 띄고 있어 극을 끌고 가는 부분이 궁금했다. 김동원 배우(엄태성 분)가 너무 잘해서 흥미로웠는데 그 친구가 등장하는 신에서는 카메라 감독님에게 가서 다시 보여 달라고 조르곤 했다. 어디서 무언가가 툭툭 튀어나올지 모르겠는 희한한 리듬감이 있었다”

‘로코퀸’이란 타이틀처럼 밝고 경쾌한 작품과는 결이 다른 시리즈가 「트렁크」다. 「식샤를 합시다」, 「또 오해영」, 「낭만닥터 김사부」 등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1년 기간제 부부라는 가상의 소재, 스토킹 등 쉽지 않은 설정의 부담도 있을 거 같다.

“직업과 상황이 평범하지 않지만 처한 상황도 평범하지 않아서 5년 동안 도하(이기우)를 기다리며 집을 유지하려면 평행 세계처럼 그 직업도 유지해야 한다. 사회적 얼굴과 내면이 얼굴이 있는데 문을 닫고 도하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내면 같았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나눠 살아가는 태도에 비유하면서 연기했다”

공유와 처음 만나 부부 연기를 펼쳤다. 공유는 인터뷰를 통해 ‘지독하다’고 말했고, 김규태 감독은 ‘치열하다’라고 칭했다. 나른함과 공허함, 동시에 카리스마를 지는 인물을 연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감독님은 오랜 연출 경력과 연륜으로 모두에게 열려 있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건 유머라는 걸 예술가 같은 감독님을 통해 배웠다. 이 정도면 배우끼리도 넘어가겠지 싶었던 걸 정확히 잡아내고 다시 찍자 하시더라. (웃음) 연륜이 느껴졌다. 간혹 리허설 때는 좋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찰나의 것이 안 나와서 답답할 때가 많은데 어쩔 수 없다는 위로를 해주셨다.

공유 씨는 원래 연기를 이렇게 하냐고 물어봤던 거 같다. 새로운 얼굴, 외로워 보이는 얼굴, 남자인 얼굴을 많이 봐서 신기했다. 정원이 ‘당신이랑 자고 싶은 거 같아요’라고 할 때 인지의 대답은 예스도 노도 아닌 세이브다. 고백에 가까운 대답을 들었을 때 한 번에 반응하지 않고 잠시 보류하며 ‘알아 둘게요’라는 답이 인지의 성격을 말해준다”

서연과는 교통사고부터 시작해 다양한 대치 상황으로 극 중 스릴을 만들어 간다.

“교통사고보다 더 팽팽했던 장면은 2부 엔딩 때 서로의 민낯을 보는 거다. ‘알아요. 건축과 4학년 이서연’이었다. 나도 널 알고 있었다는 기싸움 같은 장면이다.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게 준비해 왔음이 드러났다. 이렇게 던져줘도 저렇게 던져줘도 자기 쪽으로 잘 흡수해서 받아들이더라. 윤하 씨는 음성의 힘이 큰데 그 목소리가 참 좋았다”

인지는 빨간색을 테마로 하는 것 같다. 토마토를 싫어하고 비트를 갈아 마시며 정원의 집에 들어올 때는 레드 가죽 자켓과 트렁크를 끌고 온다. 정원과 길거리 데이트를 할 때도 피아노 덮개 같은 목도리를 선물받는다.

“감독님이 캐릭터마다 부여한 색깔이 있었다. 인지는 레드, 서연은 블루, 정원은 그레이, 지오는 그린이었다. 제가 ‘요르고스 란티모스’나 ‘폴 토마스 앤더슨’ 같은 색감 쨍한 영화를 좋아한다. 감독님의 취향과 잘 맞았다. 각 신마다 인물의 컬러가 지정되기도 해서 감각적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말한 ‘지독함’이 다른 결로 지독하신 분이다. 영화 취향은 앞서 말한 감독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매디슨 「클로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영화도 좋아한다. 포스터만 봐도 좋아하는 타입인지 알 수 있어 실패가 없었다”

서연의 공허함을 마른 체형, 확연히 드러나는 목뼈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걸그룹도 했던 만큼 탱고 추는 장면도 심상치 않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4-5kg 빠졌다. 시더(반려견)가 13살인데 몸이 좋지 못해서 현장에 데리고 다녔다. 그때 두 배로 힘들었던 거 같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빠졌는데 오히려 캐릭터랑 잘 맞아서 다행이다. 탱고를 춰야 한다는 부담으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연습했었다. 사실 대역을 써주시기도 했었는데 잘 안되었다. 결국 파트너 선생님의 80% 노고로 완성된 장면이다”

2001년 1세대 걸그룹 ‘밀크’로 데뷔해 2005년부터 배우로 전향 올해 39세다. 결혼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접하며 결혼, 나이 듦의 생각이 커졌을 테다.

“나이 먹는 걸 실감한다. 딸 역할의 아역 배우의 어머니가 저보다 어리다. 실제 이만한 딸이 있을 거라 믿고 연기했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멀쩡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제가 상식적인 사람으로 있어야 후배, 아역 배우 등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킬 수 있다. 지금 아이돌 친구들은 직업의식이 큰 것 같다. 그때 저는 1년 정도밖에 활동 못 했었고, 아마 프로의식 부족의 여파였다. 여전히 배우 서현진, 시더 엄마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2030 세대에게 했던 말 ‘오늘이 우리의 가장 젊은날’이 화제가 되었다. 곧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20년 경력자도 신중하고 치열한 태도로 엔터업계를 이어가고 있던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 말은 생활 습관 태도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발 밖으로 나가야 재미있는 일도 일어나고 스트레스받는 일도 일어나는 거다. 종영 인터뷰도 그렇다. 모든 것을 작품으로 보여 드리는 게 맞지, 괜히 제가 이래저래 말하면 사족을 붙이고, 정답지를 전해 주는 것 같았던 거다.

사실 돈 받았으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 많은 분의 생계가 걸려 있고 다들 책임감으로 오는데 저도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러려고 열심히 하는 거다.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작품 끝나면 배우는 백수다. 연기할 곳이 없으면 백수인 건데 그때는 시더(반려견) 엄마, 누군가의 딸로 살아간다. 아까 말한 인지의 사적, 공적 얼굴에 빗대면 카니발 문을 여는 순간부터 닫히는 순간이다. 그러면 인간 서현진으로 버튼이 꺼지면서 돌아온다. 집에 들어가면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부터 사적 얼굴이 장착되는 거다.

예전에는 직업에만 몰입했던 시기가 있어서 싸우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으로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융화되어야 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너무 애쓰지 않고 연기하는 것, 그냥 본인으로 있으면 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직 보지 못한 시청자에게 「트렁크」의 재미 포인트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주말에 푹 쉬고 나서 시간이 많은데 심심하고, 뭐 하나 몰입해서 볼까 싶은 작품을 원하는 분들이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는 않은 시리즈다. 보는 분들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지 싶다. ‘관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자기 오만’을 곱씹어 봤다. 도하와 관계도 잘 이끌어갈 거라고 착각했고, 정원도 구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결국 한 발 떼서 나간 건 정원이었다. 오히려 ‘내가 옳고, 다 알아’라는 우리들의 착각이 오해를 부르는 거다. 요즘 화두와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아 끌렸는데, 결국 내 두려움 때문에, 어떤 선입견 때문에 상대방을 오해할 수 있겠더라. 이번에는 뭘 보여주어야지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트렁크」를 하면서는 덜 해야겠다가 포인트였다. 가고 싶은 방향성도 그래서 좋다. 앞으로 좋은 대본을 만나서 작품에 잘 타올라서 가고 싶을 뿐이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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