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가 중국산” 한국 대중교통을 점령한 전기버스의 진실
전기버스 친환경 전환, 그 이면의 중국산 공습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시내버스를 타보면 외관부터 엔진음, 내부 계기판까지 ‘감촉이 다르다’고 느끼는 이들이 늘었다. 한국이 친환경 대중교통 체계를 가속화하는 동안 새로 늘어난 전기버스 상당수가 사실상 중국에서 건너온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사실 때문이다.
통계로 보면 2019년 전체 보급 전기버스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2%에 그쳤으나, 2023년엔 50%를 훌쩍 넘겼고, 최근 일부 공공기관 보급물량 집계에선 90% 가까이 중국산 버스가 차지하는 ‘독점’ 현상까지 드러나고 있다.

유럽·미국보다 빠르고 저렴한 친환경 버스 도입, 이면엔 값싼 중국산이 한국 대중교통의 친환경 전환은 빠르기로 유명하다. 2019년 전체 시내버스 2%만이 전기버스였지만, 2024년엔 21%를 넘어서 1만 2,830대가 전국에 누적 운행되고 있다. 급격한 전환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물량을 납품할 수 있는 중국산 완성 전기버스가 있었다.
중국 최대의 버스 메이커 BYD와 썬롱, CRRC 등이 강한 가격 경쟁력, 이미 대량 생산으로 검증된 신뢰도, 그리고 공공기관과 대규모 플릿 운영에 특화된 맞춤형 설계까지 제공하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실제로 대도시 중심 대형 버스는 물론, 지역 중소형 노선과 공항셔틀, 심지어 어린이 통학버스까지 중국산이 대거 납품되고 있다.

보조금 ‘구멍’에 적극적으로 침투한 중국산
중국산이 이처럼 잠식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한국 정부가 ‘친환경 보급 우선’ 기조 아래 보조금 지급 조건을 완화해왔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인증 통과와 합리적 가격만으로 보급이 가능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중국산 전기버스는 생산원가가 국산의 60~70% 수준이어서 공공기관들이 경쟁입찰에서 중국산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보조금 재검토 지시…정책 대전환의 신호탄
2023년 이후 시장 독점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 특히 환경부는 보조금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 배터리 에너지밀도별 차등 지급: 중국산이 주로 쓰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이 낮다며, 해당 모델은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 국산 우대정책 도입: 연간 수소버스 공급, 어린이 전기버스 보급 등 ‘국산 기업 전용 추가 보조금’을 별도 신설, 실질적으로 국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감독 강화는 중국산 저가 버스의 진입을 어렵게 한 대신, 국산 버스 제조업계(KC모터스, 현대차, 우진산전 등)에 숨통을 트이게 한 반면, 그 실효성과 지속성에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산도 LFP 채택, ‘내부 경쟁’ 격화 조짐
문제는 최근 국산 완성차·배터리 업계도 ‘저렴한 생산’과 운영효율을 위해 LFP 배터리 탑재를 하나둘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국산 버스에 LFP 도입이 확산된다면, 단순 배터리 성능을 이유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규정이 형평성을 잃게 되고, 결국 ‘중국산 견제’ 명분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도 변화…중국산 무더기 진출, 한국은 외면?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산 전기버스는 이미 동남아·유럽·남미 각국에서 저가·대량 조달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EU 등은 자국산 우대·기술기준 강화, 원산지 규정 및 제한 등으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한국도 뒤늦게 방패를 들었으나, 이미 1만 대가 넘는 ‘중국산 전기버스’로 시장이 바뀐 뒤여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와,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
전기버스는 한국 교통의 미래이자,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흐름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 전환의 그림자 아래에서, “중국산 90%” 점유의 실상은 국내 산업, 생태계, 기술 자립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엄연한 경고신호다.
정부가 보조금·기술표준·내수 활성화 등 다각도의 대책을 빈틈없이 마련하고, 국내 기업 역시 기술혁신·가격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명분과 효율, 그리고 산업안보 사이에서 실질적 균형을 찾는 일, 이것이 지금 한국 전기버스 시장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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