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에 쏠리는 미국의 ‘집착’, 역사적 배경과 산업 구조
2023년 기준, 미국 조선업의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은 0.1% 미만으로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리버티선 2,700척 건조, 군함·상선 쌍끌이로 ‘메가 조선산업 강국’을 자처했던 미국이 어쩌다 기술·경쟁력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그 배경엔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이 있다. 이 법은 미국 내 운항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며 선원의 75% 이상이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보호조항을 담고 있다.
이 법의 영향으로 미국 조선시장은 외부 경쟁과 혁신을 막았다. 전후 임금 상승, 철강 등 원자재 가격 폭등, 높은 생산 원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 기업은 ‘싼 배’를 만드는 능력을 상실했다. 동북아(한국·일본·중국)·유럽 조선소가 초대형 선박, 첨단 상선, LNG선 등에서 기술 혁신과 대량 생산에 성공한 반면, 미국은 수출입·외국 선주 대상 대형선 마켓을 사실상 포기했다.
한미 관세 협상, 한국 조선업이 결정한 새로운 패러다임
최근 마무리된 한미 관세 협상은 이 역사를 바꾼 한 편의 드라마였다. 트럼프 정부가 25%의 관세를 예고하며 한국 수출 주력 산업에 위기를 제기했으나, 한국은 미국 내 487조 원대 투자(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와 미국 조선업 재건 지원 조건으로 최종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협상에 성공했다. 핵심은 한국 조선업의 기술, 현지 조선소 설립, 미 해군 유지보수·무인선박 기술 개발이 결합된 ‘마스카 프로젝트(조선업 빌딩·공동 개발 협력)’였다.
‘마스카 프로젝트’의 상징성과 글로벌 산업 재편
이번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직접 챙긴 조선협력 패키지로, 한국 정부와 민간 대형 조선소(HD현대, 한화오션 등)가 현지 투자·기술 이전·금융 지원을 약속한 대규모 산업협력이다. 미국은 이 프로젝트로 침체된 국내 조선산업의 재건을 기대하며, 한국에 미 해군 유지보수(MRO), 스마트쉽·무인선박 기술 이전, 친환경·신기술 기반 산업의 장기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의 영광과 현시점 미국의 위기
1940년대 미국은 수송선, 군함, 석유 수송선 등 전 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했다. 하지만 존스법이 장기적으로 ‘보호 아닌 쇠퇴’의 결과만 남겼다. 임금·원가 부담, 폐쇄적 법규, 내수 중심 산업 구조는 수십 년간 미국산 선박의 해외 수출을 원천 차단했다. 현재 미국의 대형 상선·군함 경쟁력은 중국·한국에 크게 밀려 있으며, 수주량은 세계 10위권 밖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과 미국의 위기의식, 트럼프의 대응
2010년대 이후 중국이 세계 최대 수주국으로 급부상하면서, 미국은 해양 전략의 근간인 함정·특수선 건조부문에서도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트럼프와 미 행정부가 ‘배 산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조선업이 안보·경제·기술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중국 함대의 대양전개, 초대형 LNG선·스마트슾 개발 등에서 미국은 기술 격차를 실감하며, 한국의 산업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미국 배의 집착은 산업혁신의 ‘기준선’이 한국에 있기 때문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한 수출·투자협력 문제가 아니다. 존스법이 만든 산업 쇠퇴,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 중국·한국의 독보적 기술 리드, 미래형 배 산업 혁신 등이 입체적으로 얽혀 있다.
2025년 현재, 미국은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싶지만 이미 기준선 자체가 한국에 맞춰져 있으며, ‘세계 1등’이라는 명성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닌 기술과 혁신, 위기 극복 DNA의 결과임을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은 배 산업의 글로벌 표준을 다시 쓰며, 전략적 협력과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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