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는 최근 노후화된 독일제 타입209 잠수함 6척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 HD현대중공업과 1500톤급 잠수함(HDS-1500) 공동 개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 결정은 2025년 4월 페루 국영 조선소 SIMA와 HD현대중공업이 SITDEF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공식 양해각서(MOA)를 체결함으로써 실행 단계로 넘어갔으며, 남미 해군 현대화의 핵심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기존에는 독일 티센크루프와 현대화 프로그램을 병행해왔지만, 페루는 기술 자립과 최신형 잠수함 전력 보강을 목표로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선택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해군 전략의 대전환
페루 해군은 타입209/1100과 209/1200(총 6척)의 잠수함을 운용해왔으나, 1970~80년대 취역한 이들 함정은 설계·구조적 한계와 수명 문제로 근본적 대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독일 TKMS(티센크루프)는 15년 수명 연장만 가능했으나, 페루는 아태 정상회의(APEC) 등에서 한국의 HDS-1500 잠수함 안을 접한 뒤, 성능·경제성·유연성·현지 생산 협력까지 가능한 공동 개발을 택했다.

HDS-1500, 페루와 한국 전략적 협력의 상징
HDS-1500은 길이 약 65m, 너비 6.5m, 배수량 1,500톤으로, 중형급이지만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개방형 무기 체계를 적용해 인력·운영비 부담을 대폭 줄였다. 25명의 승조원만으로 운용 가능하고, 페루 운용 환경·작전 요구에 따라 무장·탐지체계·사격통제 등 핵심 사양을 맞춤 선택할 수 있다. DNV-GL 국제 선급협회의 설계 기본승인을 획득한 최초 모델로, 한국 장보고-3급(KSS-III)에 비해 작고, 손원일급(214급)과 비슷한 체급이나, 고가 AIP가 아닌 리튬이온 기반 효율 설계를 내세운다.

기술 이전 포함, 현지 생산·조선 역량 강화
이번 합의의 큰 특징은 단순 구매가 아닌, HD현대중공업과 페루 SIMA가 공동 설계·개발 후 페루에서 실질적인 생산설비·인력양성·기술 이전까지 추진한다는 점에 있다. 페루는 미래 국내 조선업 역량을 확보하고, 태평양 연안 해군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 첫 번째 잠수함은 2~3년간 설계 개발, 최소 4년의 건조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반 실전 배치가 예정돼 있다.

맞춤개발·운영 효율성, 남미 해군에 최적화
HDS-1500은 상대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제한된 남미·아시아 해군에 매력적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불법 어업 감시·해양주권 수호·스텔스 전략·정보수집 등 다양한 임무에 최적화됐다. 기술 유연성과 낮은 유지·운영비, 개방형 무기체계 등은 페루 해군 현대화의 대세로 작용한다.

남미 방산 시장, 한국의 도약
한국은 최근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공동 건조 성공, K-9 자주포·FA-50 경전투기 등 대규모 방산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남미 시장에서 해양 방위 분야의 주요 공급국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번 협력은 페루 내에서 ‘방산 기술 자립도 향상’, ‘해양 장비 현대화’,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동시에 목표로 삼으면서, 신흥국 해군에 적합한 맞춤형 잠수함이라는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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