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티브 잡스가 경계하고,빌 게이츠가 극찬한 韓중소기업 근황

필더무비 2025.01.13 조회수

‘알쓸필잡’ – 영화 ‘스티브 잡스’ 보고 생각난 아이리버의 근황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문득 꼬리게 꼬리를 물며 떠올리는 의문, 궁금증, 호기심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다크나이트’를 보다가 ‘배트맨의 기원은 뭐지?’,’저런 자경단이 있어도 될까?’,’저런 배트카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우리나라에도 자경단이 있을까?’ 등등 이런 생각들을 자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본 기자도 영화,드라마를 볼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가끔 이런 생각을 통해 엔터계에만 국한된 상식을 벗어나 다른 분야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된다.

다소 산만하거나 엉뚱해 보일수 있는 칼럼이지만, 영화,드라마외에도 다른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영역을 벗어나 생각의 창을 넓히는 계기로 ‘알쓸필잡’이라는 코너를 만들게 되었다.

그 첫시간으로 우연히 본 영화 ‘스티브 잡스’와 ‘소셜 네트워크’를 보다 갑자기 생각난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한국 중소기업의 근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2016년 영화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전 CEO였던 故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다룬 작품으로 세계적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스티브 잡스가 살아 생전 이야기를 듣고 직접 저술하여 2011년에 출간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스티브 잡스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의 생애 전설로 남겨진 세 번의 프리젠테이션 준비 과정을 바탕으로 잡스가 만나게 되는 그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유산인 1984년 매킨토시 이벤트, 1988년 NeXT 이벤트, 1998년 아이맥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부각되는데, 아무래도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스티브 잡스하면 아이팟과 아이폰이 더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또다른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그 아이팟의 아성을 넘어설 정도로 위협했던 우리나라 기업과 제품이 절로 떠올랐다.

이름하여 그 회사와 제품은 아이리버.

1999년 1월 20일,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었던 양덕준과 엔지니어 7명이 자본금 3억 원으로 설립한 이 회사의 첫 이름은 레인콤 이었으며, MP3의 등장과 함께 이를 받쳐줄 하드웨어 기기를 선보이게 되면서 세계적인 히트 제품을 내놓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 대한민국 MP3 점유율 1위, 세계 2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벤처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업으로 떠오르게 된다. 당시 완성된 기기들은 강력하고 유연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당시로써는 획기적이었던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개선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단순한 MP3 기기를 벗어나 획기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0년대 초반 1020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온라인, 오프라인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뒤늦게 MP3 시장에 진출한 일본의 소니까지 이기며, ‘Sorry Sony’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를 걸기도 했다. 이러한 아이리버의 행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직접 제품을 프레젠테이션에 들고와 최고의 혁신이라며 극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품적인 면모와 디자인으로는 좋은 제품이었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내놓았고, 여기에 구매한 노래를 다운로드 받는 것부터 집어넣는 것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아이튠즈까지 내놓게 되면서 합법적으로 구매 가능한 MP3라는 인식에 저렴한 가격에 출시까지 되면서 사실상 아이리버의 위상이 흔들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팟이 다양한 세대의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아이리버의 주 고객층인 1020 곡개층마저 잃어버리게 되면서 아이리버는 추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애플이 아이팟 터치, 아이폰을 내놓았을때 아이리버는 PMP, 온라인 게임기 같은 사양되는 제품에 투자한 바람에 큰 손해를 입게 되었고, 2010년 들어서는 사실상 잊혀진 기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재기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면서 전자 사전과 고급 하이파이 MP3를 출시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여줬지만, SK 그룹에 인수된 이후 음반 유통을 맡더니, 회사 이름을 드림어스컴퍼니로 바꾸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이리버 브랜드는 유지했지만, 더이상 예전의 명성은 찾아볼수 없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0일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드림어스컴퍼니는 부동산 임대업체 미왕에 인수되면서 이제는 음악 플랫폼 FLO(플로)와 음악 콘텐츠 유통·투자·제작과 공연 기획 제작, MD를 아우르는 음악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주력한 회사가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리버와 하이엔드 오디오 사업은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아이리버라는 명성은 과거에 비해 축소되었지만,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서 아직까지는 회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