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양동근 배우를 만나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약 3년 만에 공개된 시즌2는 우승으로 456억 원의 상금을 받은 ‘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과 치열한 대결,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다룬다.
극 중 도박빚을 지고 게임장에 들어와 엄마 ‘금자(강애심)’를 만나며 뜻밖의 상황에 처하는 ‘용식’역의 양동근 배우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양동근은 개인 SNS 올린 지하철역 게시물에 대해 “이렇게 춤 춰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각자 갈길 간다”라고 쿨하게 말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이 알아보는 배우가 되어 흥분과 자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듯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오징어 게임」의 출연은 배우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유쾌한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이다.
날카로웠던 용식, 엄마 만나 순둥해져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고 시즌2가 3년 만에 등장했지만. 시즌2가 시즌3을 위한 과정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합류하게 된 과정과 작품을 다 본 소감,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어느 날 회사로 전화가 왔다. 「오징어 게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거다. 확정되기 전이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혹시..’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눌러야만 했다. 이후 얼마 안 돼서 확정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기사화되기 전까지 엠바고가 있어 조용히 또 눌렀다. (웃음) 미팅하면서 대본을 받고 다른 분 캐스팅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공개 전까지 함묵해야 해서 계속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작품은 객관적인 시청자 시선으로만 볼 수 없었다. 오래 일하게 되면 모니터도 안 보고 못 즐기게 된다. 직업적으로만 보게 되는 거다. 대신 해외 리액션 영상을 보면서 작품에 이입되고 공감도 되면서 오히려 작품을 즐기게 되었다. 감독님이 공개 이후 반응까지 계산한 작품인가 싶고, 서사의 계단을 쌓아 놓았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전 세계적인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은 어땠나.
“주변에서 이 소식 듣고 ‘글로벌 진출’, ‘월드 스타’ 이런 단어로 물어보시더라. 작품은 공개 돼봐야 하는 거고 1편 만한 2편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잖냐. 글로벌 이야기 나오기 전에 저는 일단 저의 숙제인 눈물 연기를 잘 해내야 했다. (웃음)”
-감당할 수 없는 도박빚을 지고 게임에 참가한 용식을 처음 마주한 상황, 황동혁 감독의 해석과 본인 해석의 차이점이 있나.
“감독님의 용식은 건조하고 날 서 있는 친구였다. 제가 물어보면서 접근해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현장에서 디렉션을 주면, 천천히 스타일을 파악해 가는 편이라. 따로 이것저것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저 용식 역할로 캐스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궁금했는데 뭔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아역부터 일하다 보니 현장에서 감독님은 거의 신 같은 존재다. 무조건 디렉션을 따라야 했고 그게 익숙했다. 오늘의 양식은 어떤 걸까 기다리는 것처럼 내내 오늘의 디렉션, 내일의 디렉션만 기다렸던 기억이다”
-그렇다면 본인 만의 용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과정이 궁금하다.
“강애심 선배님을 만나면서 용식이 달라졌다. 미리 용식을 준비해 갔는데 첫 미팅 자리에서 엄마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톤이 형성되었다. 디렉션과 함께 케미스트리를 맞추게 될 상대 배우와 캐릭터의 질감과 톤을 맞춰야 했다. 엄마가 너무 작고 귀여웠다. (웃음) 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들은 감독님의 용식으로 갈 수 없었다. 엄마의 결과 잘 맞아야 해서 자연스럽게 동요되었다. 대학로에서 40년 경력의 걸출한 선배를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여러 군데서 들었다. 럭키세븐 번호처럼 ‘엄마 뒤에 딱 붙어서 숨자’라고 생각했다”
-강애심 배우와 호흡은 실제 모자 사이처럼 끈끈했을 거 같다.
“세트장에 오래 있으면 기다리는 시간도 연기의 연장이 되어버린다. 휴차 때도 친엄마 이상으로 애정을 많이 쏟아 주셨다. 사실 낯을 많이 가려서 무리에도 끼지 않고 찬바람도 쌩쌩 부는 타입이다. 쉬는 시간에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때마다 선배님이 제 공간에 오셔서 뭐 하나 살피시더라. 둘의 관계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선배님이 용식과 내적 친밀감을 쌓으려고 노력하셨는데 그게 대학로 스타일인가 싶었다. (웃음) 리얼리즘에 입각한 연기를 추구하기 위해 친자식처럼 애써 주셨다. 그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용식과 금자라는 듀오가 형성되게 된 거다”
-가족을 만난 유일한 참가자다. 누가 봐도 시즌3에서 눈물의 서사가 예상된다. 중점 둔 연기 포인트는 무엇인가.
“오래 연기하다 보니 권태기도 지나버린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왕 할 거면 즐겁게 하자 위주로 지금까지 연기 해왔다. 하지만 엄마와 눈물이라는 사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이라는 빅 이벤트의 고사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든 선택이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연기였지만 결국 해야 하는 게 신파라 괴로웠다. 그 부분이 어려워서 여러 사람 붙잡고 토로했다. 촬영 전날까지 혼자 몸부림쳤다. 힘든 것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몸살을 앓았지만 촬영 당일 걱정 이상으로 감정이 잘 잡혔다. 회전목마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 있으니 그냥 하게 되더라”
-세 번째 게임을 할 때 목숨처럼 붙어 있던 엄마와 떨어지게 된다. 이후 둘 다 살아남아 다시 만났다. 그 ‘미안함’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대사가 ‘엄마 미안해’인데. 연기라도 개인사를 끌어와야 해서 실제 엄마를 생각하며 미안했던 순간을 마주해야 했다. 아빠가 되기 전에 ‘파더’라는 노래를 떠올렸다. 부모 입장이 반영된 가사다. ‘꿈의 동산에 널 키워주고 싶었어, 밥상 위엔 고기 한 점 못 먹여’가 귓가에 들렸다. 엄마랑 회전목마가 있는 놀이동산에 온 거다. 아름다운 꿈동산에 왔는데 슬픈 감정,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짜 엄마와 기억이 쏟아지면서 연기했다.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서 그 장면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몇 초 안 나오는 걸 위해서 몇 달간 몸부림쳤다. (웃음)”
-유난히 슬프거나 울어야 하는 감정 연기를 기피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광복 이후나 한국전쟁이 배경인 서글픈 작품에 출연했었다. 갑자기 울어야 하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 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해가 아닌 그냥 해야만 했는데 이후에도 대본을 받고 우는 장면이 있나 없나를 가장 먼저 체크할 정도로 기피하게 되었다. 글로벌 이슈가 있는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이라도 슬픈 장면이 있나가 먼저였지만… 「오징어 게임」이기 때문에… (웃음) 마음을 다잡으면서 감정을 눌렀다. 이걸 잘 해내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으니 저에게는 도전 같은 숙제였다. 촬영을 무사히 마치기만을 기도해야 할 정도의 최대 관문이었다”
시즌3 용식의 큰 한방 기대해 달라
-압도되는 세트장에 들어서면 진짜 게임에 참여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특히 엄마와 짝이 되지 못해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하고 안정을 취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죽고 사는 공포를 경험하면 비록 연기일지라도 뇌에 영향을 미친다. 배우의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반년 이상 출근부터 퇴근까지 그 에너지가 둘러싸고 있었나 보더라. 아내가 타격을 받았던 거 같다. 집안일도 많은데 남편도 없으니 분위기가 안 좋았다. 저는 잘 못 느꼈는데 몰입했던 정서를 집까지 가져왔는지, 아내가 힘들어했다. 회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안일 열심히 하고, 아이 내원도 잘 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방 촬영 때도 일부러 집에 와서 자면서 각고의 노력을 했었다”
-래퍼 겸 배우다. 네티즌 사이에서 타노스 역할에 어울릴만한 배우로 거론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부터 제가 ‘코리안 윌 스미스’를 꿈꿨는데 이때다! (회사 직원들을 보면서..) 앨범을 준비해야 한다. 저도 이제 시대에 발맞춰 가려고 인스타그램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영향력인지, 단번에 10만 팔로우가 넘어서 놀랐다. 중동어, 스페인어, 외국어가 달려서 놀랐다. 심지어 외국에서 제가 래퍼인 걸 알고 있더라”
-래퍼로서 캐릭터 ‘타노스’의 랩을 평가하자면 어떤가.
“작품으로만 봤을 때 제가 평가하긴 뭐하다. 랩을 표현하는 배우로서 참여했기 때문에 감독님의 디렉팅에 따랐던 설정, 랩 실력인 거로 알고 있다. 설정에는 딱 맞는 스킬이다. 촬영 현장에 있었다면 근질근질했을 거 같은데 (안타깝게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 참, 한국어로 된 타노스 랩보다 영어 더빙판에 라임이 기가 막히게 붙어 있더라.”
-용식은 기훈이 주도하는 반란에 끼고 싶지만 엄마가 잡아서 못했다. 반면 돈키호테 같은 몽상가인 기훈을 따르는 사람들이 사실은 살고 싶어서 X를 눌렀던 사람들이다. 살고 싶어서 나가고 싶지만 죽을지도 모르는 반란에 참여하는 이유는 뭘까.
“용식도 갈팡질팡하지만 결국 못했다. 다 같이 하자는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까 동참한 게 아닐까. 용식과 명기(임시완)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복선 캐릭터의 한 꼭지다. 명기도 출전하지 않는다. (웃음)”
-용식 말고 시즌2에서 욕심났던 캐릭터가 있나.
“전 세계 내놓으라 하는 액터 어벤져스 사이에서 나만의 차별점, 포지셔닝을 구축을 고민했다. 말은 다들 하지 않았지만 배우들끼리도 내심 의식하고 있었을 거다. 연기로 날고 기는 사람들 속에서 연기로 승부 낼 수 있는 무기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
사람은 원대한 꿈을 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시즌1의 성기훈의 모습이 보인다는 후기를 인터뷰 전에 잠시 봤다. (웃음) 그러면 성기훈이다. 엄마와의 서사를 쌓아가면서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형성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즌2에 살아남아 시즌3에도 출연한다. 용식의 입장에서 전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면.
“골든글로브 시상식 너무 성급했다. 아직 용식이 보여줄 게 많은데.. 공개도 다 안 된 상황에서 후보에 오르다니.. 시즌3까지 보고 결정해야 한다. (웃음) 뭐 에미상도 있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노려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나대지 않고 차분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기왕이면 원대한 포부를 가져볼까 한다. 기대하셔도 좋다. 시즌3에 큰 한방 있다. 이 시대의 미켈란젤로 황 감독님의 치밀한 설계,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연출을 믿는다. 전 세계인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웃음)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시즌3로 골든 글로브 노미네이트를 꿈꿔 보려 한다”
-2025년 계획도 원대하게 꾸는 건가.
“올해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주 장르를 힙합으로 알고 계시지만 장르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요즘은 재즈로 정서가 흐르고 있어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해 볼 원대한 꿈이 있다. 무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원대한 2025년이 될 것 같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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