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에 양아들인 LG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파양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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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은 2004년 고 구본무 회장과 김영식 여사의 양자로 입적, 2018년 구본무 회장이 사망하자 LG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영식 여사는 소장에서 “2023년 서부지법에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과 이번 파양소송은 재산과 LG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가슴으로 낳고 품어준 부모와 형제에 대한 패륜행위를 꾸짖는 것”이라며 “소송을 안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모두 거부해 파양 소송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호소했다.
김 여사는 “구광모가 그동안 LG라는 거대한 조직을 동원해 세 모녀가 뒤늦게 돈 욕심이 나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거짓 프레임을 씌워왔는데 이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며 “이제는 구광모의 거짓말과 패륜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친아들 구원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인 1994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시아버지인 구자경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당시 26세였던 조카 구광모를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2004년 11월 입양신고를 마쳤다.
구광모가 양자로 입적하게 된 배경은 단순히 경영권을 장자에게 넘기는 관행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가정사적인 연민과 남자 후손으로서 제사 책임 등 복합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다.
구광모 회장 역시 친모가 사망한 뒤 계모 슬하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세 모녀는 그를 가족이자 상속인으로 받아줬다.
당시 아들이 없을 때 딸에게 상속하지 않고 조카를 입양하는 것은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로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 세간의 화제였다.
김 여사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한 후 구광모는 LG라는 조직을 이용해 각종 협박, 구연경 윤관 부부에 대한 인격 살해, 거짓말, 민형사 공격 등 도를 넘는 행동을 보였다”며 “지금도 부하 임원들을 시켜서 각종 협박 문자를 보내게 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는 소장에서 구광모는 김 여사의 가족 간 대화 해결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가족 간 대화 요청 무시, 구연경 대표 홀대, 그룹 인사를 통한 협박과 무차별 공격 등 패륜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얼굴을 보고 싶어 수십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는데 한 번도 답을 하지 않았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식사하자고 요구했으나 “불면증 때문에 아침에 못 일어난다”는 핑계 등으로 회피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구본무 회장이 생전에 거주하던 한남동 자택을 세 모녀가 상속해 집안 제사를 지내기로 합의했으나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의 6주기 제사를 상의 없이 LG인화원으로 옮기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5주기 제사까지는 구광모가 한남동 집을 방문해 제사를 지냈지만 아무런 대화나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구씨 집안은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가족들이 제사 음식을 마련하는 게 전통인데 어떤 통보도 하지 않고 남편의 6주기 제사를 인화원으로 옮겨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구광모가 친아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제사와 종부의 역할까지 빼앗으려는 시도에 불면증이 심해졌고 건강이 악화돼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딸 연경이도 두 차례나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전했다.
LG 家의 제사나 집안 행사가 열리는 상징적 장소는 한남동 자택이다. 이 집에는 현재 세 모녀가 거주하고 있는데 구광모가 살고 있는 집까지는 자동차로 2분, 도보로 10분 거리에 불과하다.
김여사 측에 따르면 구광모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세 모녀에게 “한남동 자택도 내놓고 나가라”고 협박했다고도 했다.
김여사는 “선대회장들이 추구했던 가족 간의 인화, 사랑을 저버리고 패륜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가슴으로 맺어진 부모 자식의 인연도 이어지기 어렵다”며 “경영권과 재산이 탐나서 양자로 들어온 다음 모든 것을 불법적이고 강압적으로 차지한 다음 연락조차 끊는 것은 상속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LG 창립 77년째인 올해 세모녀와 구광모 회장 간 다툼이 지속되면서 장자승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구본무 회장 사후에 일어난 가족에 대한 배신, 개인적 욕심과 패륜 행위가 선대 회장이나 LG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재산과 자리만 착복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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