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다현 배우를 만나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2011년 구파도 감독의 대만 영화가 원작이다. 2018년 일본에서 「그 시절, 너의 뒤를 쫓았다」로 한차례 리메이크되었고 한국식으로 두 번째 리메이크되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의 풋풋함과 청량함, 가슴 아픈 애틋함과 어설픈 아쉬움이 총망라되어 있다. 감정을 숨기는 데만 익숙해서 함부로 드러내지 못한 망설임의 작은 입자까지 다가온다.
원작의 1994년 대만을 2002년 춘천을 옮겨 오며 한국적 상황으로 각색되었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 여름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품었을 엉뚱하고 순수한 생각이 실현되며 겪는 좌충우돌 상황을 장난스럽게 그려냈다. 지나간 시절만이 간직한 향수가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에서 진행되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진영과 다현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성(性)적 호기심은 충만하지만 반대로 이성에게 다가가는 데 서툰 성장통이 러닝타임 동안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흘러넘친다. 진우는 원작의 가진동을 10대에서 20대가 되며 겪는 감정 변화의 진폭과 무게를 견디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청순 비주얼로 스크린을 장악해 새로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된 다현은 무대 위와는 다른 표정을 꺼내며 성공적인 연기 데뷔를 마쳤다.
극 중 모두가 좋아했던 소녀, 차기 첫사랑의 아이콘을 꿈꾸는 트와이스 출신 ‘다현’을 만났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27일 진행된 인터뷰는 무대 위 모습과는 180도 다른 편한 차림과 청순한 모습으로 영화와 캐릭터, 자신의 꿈, 차기작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 나갔다.
어릴 적 부터 꿈이었던 배우
-스크린 데뷔 소감이 어떤가. 첫 영화의 의미가 남다를텐데.
“개봉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실감을 잘 못하고 있다가 무대 인사를 돌면서 주변의 축하와 연락을 받으면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극장 갔던 소중한 경험이 불현듯 촬영 중에 떠올랐다. 엄마가 ‘우리 다현이를 극장에서 볼 날이 있을까’라고 했었는데 최근에 그때 기억나냐고 말씀드리니까. ‘맞아 그랬지’ 하셨다. 부모님에게도 선물 같은 영화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처음은 설렘, 두려움, 용기 등 다양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저도 한 발짝 딛고 걷는 거라 여전히 더 배워야 한다. 현장의 감독님을 비롯해 진영선배를 비롯해 친구로 나온 배우들, 스태프 등이 애써 주셨다. 좋은 첫 기억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다들 편안하게 배려해 주었고 행복감을 많이 느꼈다”
-요즘 아이돌은 가수와 배우를 겸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10년 동안 트와이스 활동을 하다가 연기에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오랫동안 배우를 꿈꾸기도 했기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계속 회사에 문을 두드렸었다. 작년부터 개인 활동이 가능해졌는데 마침 영화 대본이 왔다. 이렇게 시작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개인적인 바람도 있겠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받았던 위로나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팬들에게 나눠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영화를 본 트와이스 멤버들이 응원과 칭찬이 이어졌을 것 같다.
“서프라이즈 응원에 감동받았다. 무대 인사 중 맨 끝에 앉아 있다가 마지막 순서에 맞춰 우르르 내려오는 멤버들 때문에 즐거웠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멤버들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비슷한 서프라이즈를 해주었는데 몇 년 후 영화 데뷔 때 똑같이 축하해 준 거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며 도전을 응원해 줬다. 직접 제작한 케이크와 꽃다발, 손 편지, 선물, (멤버끼리 찍은) 인생네컷 사진도 함께 줘서 감동이 두 배였다. (웃음) 19일 시사회에 못 온 정연 언니는 따로 시간 내서 영화를 봤는지 SNS에 좋은 평을 남겨 주었는데 든든하고 고마웠다”
-선아는 모두가 좋아하는 소녀로 설정되어 있다. 본인 이미지가 투영 된 결과인가 싶다. 부담감은 없었다.
“오래전에 본 원작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관람 후 좋았던 감정만 있지 내용은 희미했기 때문이다. 교복 입은 캐릭터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선아가 딱 맞는 캐릭터라 선택하게 되었다. 영화가 진우 시점으로 계속되기 때문에 선아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전사가 있어서 부담은 없었다. 감독님께 전사를 듣고 많이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선아는 어떤 전사가 있었나.
“18살 선아는 나이 차이가 많은 남, 여동생이 있는 장녀다. 엄마는 야채가게를 운영하시고 아빠는 경찰관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엄마 같은 역할을 했던 친구라 진우한테 말할 때도 잔소리처럼 들리도록 말한다. 진우가 엄연한 스포츠라며 좋아하는 격투기를 이해해 주지 않아 불만이기도 한데 선아만의 아픔이 있다. 선아가 어릴 때 아빠가 폭행을 당하고 상처받는 모습을 본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인 건데, 진우가 위험한 고집을 부리니까 갈등이 일어나는 거다”
-성격, 공부, 외모 모두 만점인 선아와 실제 싱크로율은 어떤가.
“흥미로운 건 캐릭터마다 MBTI가 있었다는 거다. 선아와 제가 일치해서 늘 선아가 공감 갔다. 제가 수줍음도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 집순이다. 학창 시절에는 더 내향인이었다. 영화 속 선아처럼 손 한 번 드는 과정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아이다. 선아는 전형적인 모범생이고 전교 1등이라 선생님께 예쁨도 많이 받는 친구지만 선생님이 부당한 이유로 동현(김요한)에게 화풀이할 때만큼은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목소리를 낸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입술을 살짝 깨물고 주먹 쥐며 용기 내는 부분이 이해되었다. 선아를 준비할 때 이런 마음을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선아의 생애 주기를 보여주며 교복, 사복, 웨딩드레스도 입어봤다.
“신부 입장 장면에서 손을 잡고 있는 분은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삼촌이다. 연기였지만 모두에게 축하 받은 채 입장하는 기분이 묘했다. 결혼에 관한 느낌을 상상도 못 했는데 연기를 통해서나마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날 웨딩드레스 입고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SNS에 올리려고 정리 중이다. (웃음)”
-특히 마지막 결혼식 장면의 키스신이 화제가 되었는데..
“선아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마음속에는 장난기가 있다. 진우를 만나며 장난기가 폭발하게 된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버스 정류장에서 진우랑 기다리는 장면에서도 소소한 일탈을 경험하게 된다. 진우랑 처음으로 비를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다. 또 생각지도 못했던 키스 장면은 오랜 친구들에게 장난식으로 말한 건데 신랑에게 진짜 키스할지 몰라 깜짝 놀란 상황이다”
트와이스는 트와이스가 가장 사랑해
-선아처럼 서로 미묘한 감정을 숨기고 닿을 듯 말 듯 한 애틋한 첫사랑을 경험해 봤나.
“첫사랑을 생각해 보면 몽글거리고 가슴 뛰는 감정만 남아 있지 제대로 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요즘은 일주일 전 심지어 어제 뭐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큰일이다. (웃음) 앞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성 사이의 우정, 흔히 말하는 남사친 여사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제 주변에도 남사친 여사친이 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는 못하겠고 누군가가 다가와 준다면 행복한 마음으로 기쁘게 친해질 수 있겠다”
-진우는 대부분 유치한 장난으로 하루를 보내지만 진지하게 선아를 위하는 마음이 커진다. 진우가 ‘좋아한다’라고 제대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선아로서 느끼는 답답함이 생겼을 것 같다.
“진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선아의 우정이자 사랑인 것 같다. 진우가 다리 위에서 노란 실 팔찌를 선물해 주긴 하지만 대놓고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는데 적극적으로 ‘좋아해’라고 고백하지 않아서 선아도 긴가민가했을 거다. 선아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게 친구 관계를 망칠까 걱정한다. 진우의 속마음을 모르고 선뜻 다가갔다가 완전히 멀어질 가능성에 망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수, 배우 선배인 ‘진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앞서 진영은 이번에 함께 협업한 OST 프로젝트에 만족감을 표하며 곡 선물은 약속하기도 했다.
“너무 감사하다. (웃음) 첫 작품에서 좋은 선배를 만난 건 행운이다. 극 중 친구로 나오지만 선배이다 보니, 제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었다. 만나보니 실제로도 편하게 대해주었는데 함께 대기 시간에 게임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친해졌다. 앞서 가수, 배우의 길을 먼저 걸어오신 분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조언과 주의할 점을 꼼꼼하게 설명해 줘서 도움이 되었다”
-첫 영화 촬영이 평생의 기억을 남을 것 같다. 특별히 힘들었거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선아는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있는 장면이 많다. 처음으로 혼자 통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퇴근해도 되는데 진영 선배가 남아서 전화기 너머 대사를 직접 맞춰 주었다. 사실 녹음해 줘도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오른손으로 수화기를 쥐면 오른쪽에서, 왼손으로 쥐면 왼쪽에서 대사를 해줬다. 새벽 2시까지 남아서 도움 준 스윗함이 감동이었다. 저도 꾸준히 연기해서 경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진영 선배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데뷔작에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어릴 적부터 꿈이 있었기 때문에 떨리기도 하고 걱정되었지만 꼭 해내고 싶었다. 주변의 응원, 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열심히 가수, 연기 활동을 해 나갔다. 팬을 통해 기쁨을 얻은 만큼 좋은 에너지와 기쁨을 되돌려 주고 싶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연기는 정답이 없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비록 연기일지라도 진심이 담긴 순간이 느껴졌는데 그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트와이스 활동도 10년이 되었다. 아이돌은 침체 보다 정체되는 게 위험할 수 있다.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한데 지속가능한 비결이 있나.
“벌써 10년 차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트와이스는 트와이스가 가장 사랑하는 것 같다. 앨범 하나가 나오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해서 만들어 간다. 결코 혼자의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처음 마음 그대로 열정 가득 활동해 나갈 거다. 회사에 후배님들도 은근히 많아졌지만, 여전히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갈 길이 멀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영화로 데뷔했고 곧 차기작인 드라마 「러브 미」도 선보이게 되었다.
“계속 배우면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러브 미」로 첫 드라마를 도전하게 되었다. 제가 맡은 캐릭터는 ‘지혜온’이란 친구다. 남사친 준서와 혜온의 관계가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하게 되는 로맨스 드라마다. 얼마 전에 1회차 촬영을 마쳤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글: 장혜령
사진: ㈜영화사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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