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 한 공간, 바닥 위에 너구리 두 마리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무엇인가를 탐색하듯 바닥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 머리 위로 투명하고 반짝이는 비누방울이 하나, 둘 떠다니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한 거죠. 처음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던 너구리들. 그러나 그 눈빛은 이내 호기심과 흥분으로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비누방울이 머리 위를 스치자, 한 마리가 앞발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허공을 향해 날렵하게 점프. 두 앞발로 비누방울을 정확히 툭 건드리며 산산이 터트려버립니다. 그리고 곧이어 옆에 있던 또 다른 너구리도 뛰어오르며 연달아 공격을 시도하죠. 장난감도 없고, 특별한 신호도 없었지만 둘의 행동은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된 팀플레이처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너구리들의 점프는 높진 않았지만 정확했고, 앞발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처럼 부드럽게 날아드는 순간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본 한 이용자는 “저건 무슨 야생 사냥 연습도 아니고, 그저 비누방울 하나에 인생을 거는 모습이다. 너무 진지해서 더 귀엽다”고 말했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이었습니다. 너구리들의 얼굴엔 장난기와 본능이 섞인 묘한 긴장감이 있었고, 그들의 행동은 놀이와 사냥 본능 사이 어딘가에서 오가는 듯한 모습이었죠. 공중을 향해 반복적으로 점프하며, 터지는 비누방울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터트린 것을 보고 기뻐하는 듯한 반응도 보입니다.

비누방울이라는 건 참 묘한 존재입니다. 사람에겐 잠깐의 장난이고, 아이에겐 환상이며, 동물에겐 미지의 존재죠. 오늘 이 너구리들에게 비누방울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움직이는 무언가였습니다. 사냥감일 수도 있고, 하늘에서 떨어진 신기한 물방울일 수도 있었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반응이 너무도 본능적이고 진심이었다는 것. 그 작은 방울 하나에 전력을 다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웃고, 동시에 감탄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런 걸 잊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앞의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 하나에도 진심을 담고, 그 순간을 온몸으로 즐기던 기억들. 너구리들의 점프와 앞발짓은 단지 귀여운 행동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고 있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집중이었습니다. 비누방울 하나에도 삶을 건 듯 뛰어오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잠시나마 그렇게 ‘순간에 푹 빠졌던’ 자신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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