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공농성을 이어왔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현숙 조직부장이 27일 새벽, 건강 악화로 476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지회에 따르면 소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치아 손상 등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도 농성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없는 상황에 구토 증세까지 겪어왔다. “이대로는 치료를 받아도 완쾌가 어렵다”는 의료진의 우려 속에서 결국 고공농성을 중단하게 됐다.
소 씨가 이처럼 몸을 내던진 배경에는 일본 초국적 기업 닛토덴코의 반노동 행태와, 외국 자본에는 특혜를 주면서도 노동자 권리는 외면하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닛토덴코가 한국에 세운 자회사 중 하나다. 2020년 화재 사고 이후 생산 물량을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겨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3년 동안 한국니토옵티칼이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1,172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닛토덴코는 화재를 핑계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하고, 기존 노동자 7명의 고용 승계를 거부했다. 신규 채용 인원만 150명이 넘는 상황에서 해고자들의 재고용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현숙 조직부장과 박정혜 부지회장이 불탄 공장 옥상에서 이어온 장기 농성이 아니었다면, 닛토덴코의 위장 청산과 노동권 침해 실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들의 투쟁은 단순한 노사 분쟁을 넘어, 외국자본에 관대한 한국 정치와 노동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전날에는 전국 각지에서 800여 명이 넘는 연대자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은 16년 넘게 일해온 노동자가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현실을 바꾸자며 소 씨와 박 씨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노동자도 사람이다”라는 기본적인 외침이 이들의 연대 이유였다.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더했다. “헌법과 국제 규범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짓밟는 닛토덴코의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즉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아직 닛토덴코가 버티고 있지만, 연대와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소현숙 부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홀로 고공에 남은 박정혜 부지회장이 덜 외롭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닛토덴코는 탐욕을 멈추고 즉각 고용 승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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