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파과’ 후기 – 이혜영과 김성철의 호흡은 좋았으나, 대중의 반응을 얻기에는…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고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등이 출연한 영화 ‘파과’가 2025년 4월 30일 개봉하여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60대 여성 킬러 ‘조각’과 그녀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 액션 느와르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해 온 전설적인 킬러 ‘조각'(이혜영)이 주인공이다. 은퇴를 고려하던 ‘조각’은 어느 날 자신을 쫓는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와 맞닥뜨리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영화는 킬러라는 강렬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은 액션 장르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쇠락해가는 노년의 고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베를린 영화제 공개 당시 60대 여성 킬러라는 소재에 해외에서도 주목했으며, 두 배우의 연기 호흡도 찬사를 받아 영화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민규동 감독은 원작 소설의 강렬한 첫인상과 심리적인 폭풍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거짓,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한 인간이 자기 삶을 어떻게 부수고 다시 만들어나가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영화적 영상미로 풀어내는 방식은 분명 신선하다. 원작속 문체가 주는 긴장감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한 시각적인 표현에 집중했으며, 독특한 소설적 문체를 자연스러운 대사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파과’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혜영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이혜영은 강렬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조각’이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고강도의 액션 장면들을 직접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성철 또한 ‘투우’ 역을 맡아,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킬러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이혜영과의 강렬한 연기 시너지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29살차 연상인 선배 이혜영과 좋은 호흡을 맞췄다.

연우진은 조각을 치료하는 수의사 ‘강선생’역을 맡아 극에 깊이를 더하고, 김무열은 조각에게 킬러 기술을 가르친 ‘류’ 역으로 특별출연하여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조각의 아역을 연기한 신시아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특히 초반부의 첫 등장 장면과 액션은 데뷔작인 ‘마녀2’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그녀의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할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장점은 난해하게 느껴질 인간의 삶, 인과관계와 운명의 순환, 상처로 얽혀있는 내면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스타일리시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단점은 일반적인 영화로 쉽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자에서 언급한 원작이 지닌 문어체적인 대사를 그대로 실사화 한 탓에 일부대사는 어렵게 다가오고, 오글거릴수도 있다. 게다가 대사의 문제인지, 사운드의 문제인지 일부 중요 대사 장면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문제도 있어 몰입에 방해를 전해준다.

그리고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한 영상, 편집에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는 산만한 장면들이 상당하며, 과거 회상 장면이 난잡할 정도로 중간중간 등장해서 이 부분도 감상에 방해가 된다. 그리고 아트 영화 특유의 색체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상징성에 집착하는듯한 모습도 보여주는데 이것은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긴장감 넘치고 치밀한 킬러 액션 누아르를 원했다면 아쉬울 작품이며, 어려운 과거를 살았던 한 여성의 치열한 삶과 내면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본다면 흥미로운 작품이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인정해야 할 것은 카리스마 넘치는 관록의 연기와 열연을 펼치는 이혜영 배우의 연기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녀의 강렬한 연기력을 확인할수 있다는 점에서 ‘파과’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남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물론 그녀의 존재감에 묻히지 않는 김성철의 연기 또한 명불허전이어서 두 사람의 연기 대결과 조화가 이뤄지는 과정만 봐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영화 ‘파과’는 4월 30일 개봉한다.
평점:★★★

파과 감독 출연 민규동,민진수,정지은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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