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햇살이 도심 건물 사이로 쏟아지고, 살랑이는 바람에 셔츠 자락이 나풀거리는 오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리듬,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어떤 거리. 이럴 때 들리는 음악이 바로 시티팝이다.
1970~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시티팝은 도시의 감성과 여름 밤의 그루브 담은 음악 장르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버블머니가 들어가서 그런지 더 세련됐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특히 이 시티팝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왠지 떠오르는 도시 풍경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시티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쿄 관광지 4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시티팝 한 곡 틀어두고, 그 거리들을 거닐어보자.
시모키타자와
-PlsticLove [타케우치 마리야]

시모키타로도 알려진 시모키타자와는 예스러운 도쿄의 감성이 남아 있는 트렌디한 문화 지구다. 인디 음악과 연극의 메카로도 잘 알려진 일본 유명 관광지로,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이 만들어가는 독특한 분위기가 꼭 우리나라의 성수동처럼 느껴진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빈티지 숍과 레코드 가게, 그리고 아늑한 카페들은 시티팝의 자유로운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이곳에서는 아무 시티팝을 틀어만 놔도 감성이 넘치기 때문에 평소 듣던 곡이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기온거리
-4:00AM [타에코 오누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오사카와 교토중에서도 교토의 기온 거리는 일본의 전통 적인 거리로, 시티팝과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교토의 전통적인 풍경 속에서 알수 없는 느낌과 시티팝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늦은 오후 또는 새벽 4시, 은은하게 빛나는 가온거리를 거닐며 타에코 오누키의 4:00AM을 튼다면 시티팝의 진면목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쿄 관광지는 아니지만 추천한다.
하라주쿠 & 오모테산도
-Ride on Time [타츠로 야마시타]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는 도쿄 패션의 최전선으로, 화려한 풍경과 트렌디한 분위기, 그리고 세련되고 활기찬 시티팝이 어울리는 도쿄 관광지다. 독특한 컨셉의 카페와 편집숍을 구경하던 여름 일본 여행을 하는 듯한 시티팝, 타츠로 야마시타의 Ride on Time을 추천한다.
나온 지 언 4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최신 음악보다 하라주쿠와 더 잘 맞는 시티팝이라 자부한다. 하라주쿠의 다케시타 거리와 오모테산도 힐스를 거닐며 시티팝의 거장 타츠로 야마시타의 노래에 빠져보자.
시부야 스크램블
-Sparkle [타츠로 야마시타]

사방에서 인파가 몰려들고, 거대한 스크린과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반짝이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이곳은 도쿄의 맥박이 가장 빠르게 뛰는 곳이자, 시티팝 중에서도 리듬감 넘치는 Sparkle이 잘 어울리는 거리다.
타츠로 야마시타의 Sparkle은 화려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반짝이는 멜로디가 특징인데, 마치 시부야의 풍경을 악보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스크램블을 가로지르는 순간마다 울리는 시티팝의 잔향.
그런 장면 속에서 들려오는 Sparkle은, 시부야 도시 감성을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시부야스카이
-창맹(蒼氓) [타츠로 야마시타]

도쿄의 하늘과 도시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시부야스카이. 해가 지고, 유리 난간에 반사된 주홍빛 노을이 서서히 푸른 어둠에 스며들 때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타츠로 야마시타의 창맹(蒼氓)이다.
사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언덕의 노을과 더 어울리지만 고층인 시부야 스카이에서 내려다보는 시부야의 화려함도 괜찮다.
어두운 밤 보다는 해가 지기 직전에 방문하여 창맹과 함께 잔잔한 멜로디를 들어보자. 도심 감성에 취하기 좋은 높이와 시간, 그리고 거장의 시티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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