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필요 없다”… 220V 콘센트로 충전하는 전기 픽업트럭 등장

래디언스리포트 2025.05.22 조회수

(래디언스리포트 신재성 기자) 전기차의 보급이 본격화된 오늘날,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건 다름 아닌 ‘충전 인프라’다. 충전소 부족은 물론, 고속 충전을 위한 설비 구축 비용과 시간 역시 많은 사용자들이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런데 여기, 충전소가 필요 없는 전기 픽업트럭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피아트가 선보인 초소형 삼륜 전기차 TRIS(트리스)다.

TRIS는 일반 가정이나 점포에서 흔히 사용하는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한 상업용 전기차다. 배터리 용량은 6.9kWh에 불과하지만, 충전에 약 4시간 40분이 소요되며 1회 충전 시 최대 9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특히 배달, 택배, 음식 운송 등 도심 내 짧은 거리에서 반복적인 이동이 요구되는 ‘라스트 마일 배송’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췄다.

충전소 없이도 가능한 EV… 가정용 콘센트면 충분하다

2025년 5월 공개된 피아트 TRIS는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 브랜드인 피아트의 최신 상용 전기차 모델로, 아프리카 및 중동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 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의 전기 상용차들이 고속 충전소 의존도를 높이는 반면, TRIS는 220V 콘센트만으로도 완충이 가능한 간단한 충전 구조를 채택해,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이는 기존 포터2 전기차나 봉고 EV처럼 고용량 배터리를 갖춘 모델들이 요구하는 충전 환경과는 정반대의 접근이다.

TRIS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90km(WMTC 기준)로, 도시 내 배송에는 충분한 거리다. 저렴한 전기요금과 단순 충전 방식은 유지비 절감과 효율적 운영으로 이어지며,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배송까지 가능하게 한다.

“포터·봉고 살 돈으로 세 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국내 판매 중인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는 일반형 기준 4,300만~4,500만 원대, 특장차는 5,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해 TRIS의 유럽 기준 예상 가격은 약 1,500만 원(보조금 미적용 기준) 수준이다. 단순 계산만 해도 포터나 봉고 한 대 가격이면 TRIS를 세 대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적용된다면 실제 구매가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TRIS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배송 효율에 맞춰 기능을 최적화한 전기 픽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삼륜차?’ 의심은 접어두자… 실속파 EV의 정교한 설계

TRIS는 삼륜 구조를 채택해 부품 수와 무게를 줄이며 생산비용을 절감했다. 일부 삼륜차에 대한 불안정성 우려도 있으나, 피아트는 “12인치 바퀴, 넓은 후륜 트랙, 길어진 휠베이스”를 통해 주행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튜블러 섀시와 아연 코팅 등 기본적인 내구성 설계도 충실히 갖췄다.

실내에는 5.7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USB-C 포트, 수납공간, 편안한 시트 등이 마련돼 있고, 무엇보다 문이 없는 개방형 구조는 배달기사들에게 큰 장점이다. 반복적인 승하차에서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으며, 서울·부산·인천 등 대도시의 좁은 골목에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 차량의 최소 회전 반경은 3.05m로, 골목 배송에 최적화됐다.

‘포스트 다마스’ 될까… 잊혀진 국민차의 빈자리를 노린다

과거 다마스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기동성으로 소상공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강화된 안전·환경 규제를 넘지 못하고 2020년 단종되면서 그 공백은 지금까지도 채워지지 않았다. TRIS는 다마스보다 짧은 차체(3.17m), 더 높은 적재량(540kg), 더 친환경적인 전기 파워트레인, 그리고 유럽 안전 인증 기준(homologation)을 충족하는 설계까지 갖추고 있어, 다마스의 후속 역할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다마스는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했지만 TRIS는 최고 속도 45km/h로 제한돼 고속도로 운행은 불가능하다. 대신 도심과 근거리 배송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설계된 만큼, 용도에 맞는 실용성과 가성비에 집중한 차량이라 할 수 있다.

아직 TRIS의 국내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는 아프리카 및 중동 시장에서 먼저 출시된 상태이며, 유럽 시장 확장을 계획 중이다. 국내 도입에는 충돌 시험 인증, 보조금 대상 여부, 기후 조건에 맞는 설계 변경 등 현실적인 과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전기차 시장이 ‘크고 비싼 차’ 위주로 흐르는 가운데, TRIS와 같은 ‘작고 똑똑한’ 전기 상용차의 등장은 전기차 시장에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소상공인과 배달 중심의 국내 운송 환경에서, 이러한 실속형 차량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