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어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갈 곳 없는 사람처럼 바퀴 굴러가는 대로 운전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제주 혼자여행일 때 그런 여유를 부리기도 하는데 아직 육지에서는 그러질 못했네요.
어쨌거나 지금 여기 서귀포항 옆구리.
서귀포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칠십리로72번길 14
사진촬영포인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귀동 758-2
제주 혼자여행 / 서귀포항 = 서귀포 바다 + 섶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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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니 현재 위치한 곳은 서귀포항 옆구리다.
그런데 철망이 여기저기 둘러치고 있는 것이 어째 내가 알고 있는 그런 항구가 아닌 모양새?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귀포항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배를 타면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지도에 표시된 항로가 안 보인다. 다시 말해 이곳에선 딱히 어딘가를 목적지로 해 운항하는 배가 없다는 의미.
그렇다면 왜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거지?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가능한 범위에서 추측을 해보니 혹시 이곳에 크루즈가 정박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지도를 다시 보는 순간 그건 또 아닌 듯하다. 대형 크루즈가 정박을 하기에는 주변 바다가 너무 낮고 새섬 방파제와 동 방파제 사이가 너무 좁다. 그냥 화물선 드나드는 곳이면 굳이 여객선 터미널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되지도 않는 생각은 접어버리고 잠시 방파제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는데 잉?
저 앞에 흰 머리카락 흩날리며 서귀포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저 섬은 뭣이란 말인가.
모양새가 어째 산방산 닮았는가 싶었는데 방향이 전혀 엉뚱하니 지도를 다시 들춰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확인한 결과 섶섬.
새섬, 문섬, 범섬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으로 서귀포 해양도립공원에 속해 있어 일반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만 새섬은 2009년 새연교가 개통되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흰 머리카락을 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낮게 드리워진 구름이 섶섬에 걸려 느릿하게 지나며 생긴 현상.
아닌 듯하면서도 제법 힘차게 넘실대는 서귀포 바다의 파도가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 위로 올라친다.
저긴 어디일까 궁금하여 다시 지도를 살펴보니 얼마 전 다녀왔던 자구리 공원에 속해 있는 자구리 공원 담수욕장.
자구리 공원 담수욕장은 여름철 여행객들과 지역민들에게 꽤 인기가 많은 곳이다.
안전하게 담수 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 물이 조금 차니 아이들이 물속에 너무 오래 있지 않고 드나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자구리 공원은 그 옆으로 정방폭포가 도보 이동할 수 있도록 가깝다.
그 옆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은 주상절리대가 발달해 있어 세로 모양으로 솟아오르는 듯한 절벽을 볼 수 있다.
주상절리대 위로는 소남머리 공원이 있고 왼쪽으로 자구리 공원이 위치하고 있어 제주 혼자여행을 올 때 종종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서귀포항 방파제에서 제주도 본섬을 바라보니 이미 들러봤던 여행지들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의도치 않았던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익숙한 것들.
사람에 대한 관념도 그러하지 않을까?
우린 살아가며 내 안에 있는 많은 말들을 끄집어 낸다.
때론 공공연하게 때론 비밀이란 허울을 씌워 말이다.
그런데 그 많은 말들 중에 나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말들이 얼마나 될까?
우린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본 것처럼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척’하며 떠들어대고 하나의 소재로 들었던 이야기에 뼈와 살을 붙여 없던 이야기를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실이라 해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인지될 수 있는 내용들은 많고도 많다.
그러하기에 경험하고 들었으며 보았던 내용조차도 함부로 타인에게 전할 수 없으며 사고를 고착화시키면 안 된다.
그러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린 타인을 평가하고 추정하며 결론지어 말을 한다.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이미 그런 말 습관을 지니고 있어 문제점이라 파악하고 있지만 쉬이 고쳐지질 않는다.
그래서 습관이란 것이 무서운 것 같다.
때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러하기에 함부로 판단하고 결론지어 떠들지 말지어다.
제주 혼자여행을 와 혼자 생각하며 혼자 성찰하고 혼자 반성해 본다. 지금 이 순간을 서귀포 바다는 알려나?
나 스스로의 모습을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를.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데 사물을 당겨서 볼 수 있다는 건 마법과 같은 일이다.
서귀포 바다 출렁이는 그 속에 우뚝 솟은 섶섬. 서귀포항이 뭐 볼 거 없다 싶다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며 잠깐 들러가는 것에 좋겠단 생각. 제주 혼자여행을 다니며 만나게 된 새로운 장면과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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