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패밀리 경영’을 선언하며 인수한 아워홈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급식 부문 최대 고객이던 LG가(家) 계열사들의 대규모 이탈이 예고되면서다.

급식업계에 따르면 LG, LS, GS, LX 등 이른바 ‘범 LG가’ 계열사 109개 사업장이 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아워홈과의 계약을 순차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장 매출만 3700억원대. 사실상 LG가 계열 대부분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LG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급식업계에선 “LG가가 아워홈의 새로운 주인인 김동선 부사장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사장은 “가족을 갖고 싶었다”며 아워홈 인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한화는 지난 5월 아워홈 지분 50.62%를 약 8700억원에 인수하며 계열사 편입을 마무리했다. 현재 남은 지분 8%도 2년 내 추가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김태원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지배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냈다.
하지만 계열사 편입과 동시에 급식사업의 핵심 고객을 잃게 될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계약 종료가 예정된 범 LG 계열 사업장은 2025년에만 57개, 매출 규모로는 1375억원에 이른다. 2026년 50개(2136억원), 2027년 2개(205억원)도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화 계열사 급식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아워홈은 63빌딩 구내식당과 갤러리아 광교점 식당 운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푸디스트가 운영하던 한화 사업장 일부도 아워홈으로 바뀌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 한화 계열사가 발주할 수 있는 급식 사업장 규모는 약 1090억원 수준. 이 가운데 푸디스트가 263억원(24.2%)으로 가장 많고, 삼성웰스토리(232억원), 풀무원(222억원), 직영(218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문제는 푸디스트도 이미 다른 대기업 품에 안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화가 2020년 국내 사모펀드에 넘긴 푸디스트는 작년 6월 사조그룹이 전량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푸디스트가 보유한 마트와 식자재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인수한 것”이라며 “급식 부문은 점차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법적 분쟁도 변수로 떠올랐다. 김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을 겸임하고 있는 한화세미텍이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장비 공급사인 한미반도체와 특허 갈등을 겪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주요 협력사로, 해당 사업장의 급식 운영권도 최근 신세계푸드로 교체됐다.
관망론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식사업은 대부분 경쟁입찰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열 분리만으로 수주가 단정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감시 강화 기조는 부담이다.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 급식 일감 개방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단가·계열사 간 내부거래 여부 등이 일감 몰아주기 판단 지표”라며 “김 부사장이 주도하는 아워홈의 향후 급식 수주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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