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로망과 일상 사이에서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
아마도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떠올려봤을 곳일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엽서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풍경들, 곤돌라와 붉은 지붕의 오래된 건물들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도시.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면, 생각보다 현실적인 장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 거리마다 줄지어 있는 기념품 가게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상인들까지. 낭만보다는 관광지의 바쁨이 먼저 느껴졌달까요.
한참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도 누군가의 집이겠지.”
운하 옆 벤치엔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할아버지가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었고, 골목 어귀에선 장을 본 채 걸어가는 아주머니, 가게 앞을 청소하는 주인도 보였습니다.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매일의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그리고 곤돌라도 다시 보였습니다. 단순한 체험 요소가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의 생계를 이어주는 일이라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삶의 방식과,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는 일상의 무게.
좁은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물빛,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 안에서 베네치아는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오래 남는 건, 풍경보다도 ‘느낌’인 것 같아요.
베네치아는 그날의 햇살, 물빛,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조용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고요한 시간.
그 안에 잠시 스며들었던 기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Palazzo delle Prigioni
close to Doge Palace, Calle Seconda de la Fava, 4209, 30122 Venezia VE,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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