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이 사상 최초로 집속탄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며, 분단국가의 냉엄한 현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번 훈련에서 사용된 포탄은 DP-BB탄으로, 한 발 안에 수십 개의 자탄이 장착되어 공중에서 퍼지며 반경 수백 미터 내를 초토화시키는 강력한 무기다.
그동안 실사격조차 금기시되었던 이 무기의 등장은 단순한 군사 훈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적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반드시 준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DP-BB탄의 실체…한 발로 적 기계화 부대를 무력화
DP-BB탄은 ‘Dual Purpose Base Bleed’의 약자로, 이중 목적 고폭탄에 항력 감소 장치를 결합한 최신형 포탄이다. 내부에는 수십 개의 자탄이 내장되어 공중에서 산개하며 장갑차, 차량, 보병 등 광범위한 목표를 동시에 파괴할 수 있다.
특히 BB 기술 덕분에 포탄의 사거리는 최대 54km에 달하며, 이는 기존 고폭탄에 비해 월등한 거리다. 이번 실사격은 K9A1 자주포로 고각 사격을 실시해, 자탄이 공중에서 정확히 퍼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군 관계자들은 이 탄의 위력에 대해 “적 기계화 전력의 진격을 단시간 내에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 억제 무기”라고 평가했다.
왜 집속탄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가
집속탄은 그 압도적 위력만큼이나 국제적으로 논란이 많은 무기다. 자탄 일부가 불발탄으로 남아 전쟁 이후 민간인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8년 집속탄금지협약(CCM)에는 100여 개국 이상이 서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수많은 집속탄을 실전 배치 중이며, 우리만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특히 북한의 수천 문의 장사정포를 상대하기 위해선 광범위 타격 능력을 가진 DP-BB탄 같은 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이뤄낸 실사격…준비 완료를 선언하다
대한민국 육군은 이번 실사격을 위해 수년간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전시에 사용할 집속탄 비축량이 하루 치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군은 극비리에 탄약 확보와 기술 고도화에 착수했다.
이후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하고, 마침내 남은 일부를 실사격 훈련에 투입하게 된 것이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훈련이 아닌, 대내외에 “우리는 준비를 끝냈다”는 강력한 시위였다. K9A1, K55A1 자주포를 비롯해 K77 지휘차량 등 30여 대 장비와 150여 명의 병력이 참가했으며, 완전한 실전 상황을 가정한 야간 사격으로 진행됐다.
집속탄, 공격이 아닌 생존의 무기
집속탄을 두고 “비인도적 무기”라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게 있어 집속탄은 단순한 공격용 무기가 아니다. 전쟁 억제, 즉 생존을 위한 방패라는 점이 다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까지 이 무기를 운용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이를 포기한다면 이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전쟁은 이상론으로 막을 수 없다.
오직 강력한 억제력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훈련은 바로 그 억제력을 현실로 입증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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