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포루스 해협을 뚫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역사
201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세계 건설사에 한 획을 긋는 프로젝트가 완공됐다. 바로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해저로 잇는 ‘유라시아 해저터널’이다. 이 터널은 수심 100m가 넘는 깊은 바다, 연간 2만 번 넘는 지진이 발생하는 지진대 위에, 왕복 4차선 복층 구조로 건설됐다. 극한의 자연조건과 기술적 한계를 모두 극복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SK건설, 세계 최초 복층 해저터널 완공의 주역
이 대역사의 주인공은 한국의 SK건설이다. SK건설은 터키의 야피메르케지와 공동으로 2008년 유라시아터널 프로젝트를 수주, 2013년 1월 착공해 단 48개월 만에 완공했다. 본래 2017년 3월 개통 예정이었지만, 공기를 3개월 앞당겨 2016년 12월 개통에 성공했다.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해저구간 5.4km, 총 연장 14.6km에 달하며, 총 사업비 12억4000만 달러가 투입된 터키 국책사업이다.

극한 조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돌파
보스포루스 해저터널 구간은 최고 수심 110m, 모래·자갈·점토가 뒤섞인 무른 충적층, 고대 유물·유적 보호 등 난공사 조건이 겹쳐 있었다. 이곳에 투입된 것은 단면지름 13.7m, 총길이 120m, 무게 330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터널보링머신(TBM)이었다. TBM 한 대의 가격은 900억 원을 넘고, 아파트 5층 높이에 달하는 초대형 장비다. 이 장비는 하루 평균 25톤 트럭 100대 분량의 토사를 해저에서 퍼 올리며, 하루 7m씩 굴진해 복층 해저터널을 완성했다.

지진과 수압, 그리고 안전…극강의 내진 설계
터키는 세계적으로 지진이 잦은 지역이다.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극강의 내진 설비와 첨단 시공 기술이 총동원됐다. TBM 공법은 터널을 뚫으면서 동시에 벽체를 시공하는 방식으로, 극한의 수압과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공 과정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공사를 마무리해, 한국 건설 기술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터널 개통의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유라시아 해저터널 개통으로 이스탄불의 교통체증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10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됐다. 하루 12만 대의 차량이 터널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되며, 터널 주변 상권과 이스탄불 전체 경제에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한국 건설사, 글로벌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의 신호탄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조달·시공·운영(BOT)까지 한국 건설사가 주도한 대표적 고수익 개발형 사업이다. SK건설은 2041년까지 유지보수와 운영을 맡아 추가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이 사업은 한국 건설업계가 저임금 경쟁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됐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해저터널 기술
유라시아 해저터널의 성공은 한국이 세계 7번째로 초대형 TBM을 자체 제작·운용할 수 있는 국가임을 입증했다. TBM 공법, 내진 설계, 안전관리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줬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건설사는 이후 중동, 동남아, 유럽 등 해외 초대형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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