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격 복귀: 엄마의 이름으로, 배우의 열정으로
이하늬는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했다. 대중은 그가 “언제쯤, 어떤 선택으로 복귀할까” 궁금했지만, 실제 복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렬함과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밤에 피는 꽃’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에서 이하늬는 겉으론 전형적 과부로 살아가면서도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약력한 민초와 약자, 정의를 위해 직접 몸을 던지는 여주인공 여화로 분한다.

“참고 기다리는 전통 사극의 여성상”이나 “이해와 내조에 그치는 옛날 멜로드라마의 어머니상” 등 한국 연속극의 전형에서 벗어나 삶의 두 얼굴을 지닌 주체적 여성캐릭터로 변화된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역할이다.
드라마에서 이하늬는 통제된 사회적 틀과 자신만의 사명, 그리고 진짜 여자로서 찾아온 행복과 고뇌까지 모두 담아낸다. 이중생활과 복합 정체성, 코믹과 액션이 뒤섞인 새로운 사극 히로인의 탄생이다.

출산 6개월 만의 액션, 한계와 도전 사이
가장 주목받는 점은 이하늬가 출산 후 불과 6개월 만에 액션 연기에 투입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후 회복을 경험한 모든 여성이라면 이 시기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님을 너무도 잘 안다.
그러나 이하늬는 대본을 받은 직후 “이 신선한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결심, 액션스쿨에서 기본 체력훈련과 와이어 액션, 낙법 등 새로운 동작들을 처음부터 다시 몸에 익혔다. 실제 드라마 현장에선 대역을 최소화하고 와이어를 이용한 점프, 빙글 도는 착지, 펜싱에 가까운 도검술 등 복합 동작들을 소화하며 감독과 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주요 장면 중 하나인 절벽씬은 시청자와 팬들의 화제를 집중시켰다. “설마 CG겠지” 싶었던 큰 절벽 위, 실제로 이하늬는 안전 와이어만을 착용한 채 절벽 끝에 섰고 직접 아래를 내려다보며 대사를 소화했다. 촬영 후 이하늬 본인이 SNS에 남긴 ‘실제 절벽 인증샷’은 기존 액션 사극의 한계를 흔드는 결정적 한 컷이었다.
“멀티캠으로 찍고 CG로 얼버무리면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하늬는 “직접 몸으로 연기한 감정과 표정, 신체의 미묘한 떨림은 CG로 대신할 수 없는 진짜였다”고 답했다. 이 장면은 드라마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동시에 이하늬라는 사람이 얼마나 현장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배우인지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일상과 현장이 부딪히는 모성의 두 얼굴
이하늬는 방송 인터뷰에서 “엄마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배우의 꿈을 쫓는 내가 selfish, 즉 이기적인 것 아닐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그는 신생아 육아로 분주한 일상과 액션훈련, 야간현장 촬영 등 두 세계를 병행해야 했고, 체력적·심리적으로 큰 내적 갈등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모성이 곧 내 연기의 원동력이고, 아이를 만나고 나서 더 깊어진 감정과 눈빛이 생겼다. 엄마와 배우, 두 역할이 서로 힘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 자기실현이 조화로운 모델로서 이하늬의 복귀는 수많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 여성, 직장인 팬들에게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

감정과 리얼리티, 액션과 코믹의 ‘합’
‘밤에 피는 꽃’은 자극극 전성시대에 오히려 연기 본질로 승부한 작품이다. 이하늬는 다양한 표정과 빠른 템포의 언어유희, 상황 코믹 액션 등 다층적 연기를 보여준다. 한 장면에서 절벽 끝에 매달려 극적 긴장감을 주었다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어눌하고 엉뚱한 과부 연기로 무게추를 넘나든다.
이는 코믹과 액션 모두를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 배우만의 저력이다. 정형화된 사극 공식에서 벗어나 여성 캐릭터를 접목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던 인물로, 장태유 감독이 “코미디와 멜로, 액션까지 전부 아우르는 캐스팅 0순위”로 이하늬를 꼽은 이유다.

연출 의도와 시대적 의미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만든 장태유 감독은 “캐스팅 단계에서 성숙함, 코믹 감각, 현장에서의 액션 수행력 등 셋 다 갖춘 배우가 꼭 필요했다”며 이하늬가 그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출산 직후 배우의 복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선택임을 인정하며, “‘이하늬는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진짜 여배우’라는 평을 팬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이번 작품 역시 그 흐름을 잇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하늬가 절벽씬, 맨몸 액션을 직접 소화한 씬들이 드라마의 사실감과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슈퍼우먼, 이하늬라는 이름
이하늬는 오늘날 한국 배우, 특히 여성 배우가 직업과 육아, 자기실현 간 경계를 어떻게 허물 수 있는지 직접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CG가 아닌 진짜 절벽, 출산 6개월 만에 와이어와 맨몸 액션까지 직접 뛰어든 탄력과 용기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 그리고 직업인 모두에게 남다른 용기와 영감을 준다.
‘밤에 피는 꽃’의 성공은 단순 TV 프로그램 흥행을 넘어서, 오늘날 드라마가 사회적 메시지를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진정한 시대정신임을 확인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와 이야기가 이하늬의 인생에 새겨질지, 그가 펼쳐낼 또 다른 ‘진짜 순간’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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