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적대국을 넘어선 인도주의의 현장
2009년 5월 4일,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역에서 한국 해군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은 북한 상선 ‘다박솔호’의 긴급구조(SOS) 신호를 접수했다. 당시 해적 위협이 극심했던 이 지역에서, 북한의 6,399톤급 화물선 다박솔호가 해적에게 쫓기면서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위급함을 알린 것이다. 한국 해군은 임무상 한국 선박 보호가 주임무였지만, 북한 선박이라는 점에도 주저 없이 동포애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대응했다.
‘다박솔호’에 닥친 위기와 긴박한 구조 요청
다박솔호는 이집트에서 철강을 실어 인도로 향하는 항로상에 있었고, 예멘 아덴항 남쪽 37km 해상, 문무대왕함으로부터 약 96km 떨어진 곳에서 해적에게 쫓기고 있었다. 해적선은 소형보트와 사다리를 준비하며 3.2km까지 접근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 북한 선원들은 여러 차례 “해적에게 쫓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상선공통망으로 보냈고, 이는 인근 모든 선박에 긴박하게 전달되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신속한 출동과 링스헬기의 활약
문무대왕함은 연합해군사령부에 출동을 통보함과 동시에 11시 50분경 저격수 2명을 태운 링스헬기를 출격시켰다. 약 30분 뒤인 12시 20분쯤 링스헬기는 다박솔호 상공에 도착했다. 해적선은 북한 선박에 올라타기 위한 사다리와 보트를 갖추고 있었으나 링스헬기는 위협 비행과 저격수의 경고사격 준비로 해적의 접근을 차단했다. 해적선은 10분 만에 방향을 돌려 달아났고, 이후 링스헬기는 2시간 가까이 다박솔호 주변을 선회하며 완전한 보호를 제공했다.
남북 적대 너머의 동포애와 국제적 감동
청해부대는 작전 종료 전 다박솔호와 세 차례의 교신을 이어갔다. 북한 선원들은 “감사합니다”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한국 해군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는 분단 이후 한국군이 북한 상선을 해적으로부터 구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인도주의의 빛나는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다박솔호 구조작전의 군사·외교적 의미
이번 작전은 유엔 해양법상 국가와 국적을 불문하고 피랍 위기에 놓인 선박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국제 원칙을 충실히 실천한 사례다. 한국 해군은 임무 범위를 넘어선 동포애와 인류애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작전을 펼침으로써, 세계 해상안보에서 책임 있는 역할과 인도주의 가치를 입증했다.
‘다박솔호’ 항로와 선원들에게 남긴 교훈
구조 이후 다박솔호는 안전하게 원래 항로인 인도 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날 상황은 해양 해적에 의한 위협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고, 한국 해군과 북한 선원 모두에게 큰 의미와 감동을 남겼다. 청해부대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국제 해상구조 및 해적퇴치 임무를 수행하며, 글로벌 해상안전 보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청해부대와 링스헬기, 해상 인도주의의 상징
이 사건으로 링스헬기의 신속한 기동성과 임무 수행 능력이 주목받았다. 링스헬기는 시속 300km의 고속 이동과 특수 사수 탑승을 통한 정밀 대응으로 소말리아 해역 등 위험 지역에서 해상 인명 구조와 해적 퇴치의 핵심적 장비임이 입증되었다.
경계를 넘어선 인류애의 드라마
2009년 5월 4일, 대한민국 청해부대 문무대왕함과 링스헬기가 북한 상선 다박솔호를 해적의 위협에서 구한 일은 국경과 이념을 넘은 인류애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적국 선박을 구하는 용기와 빠른 결단, 그리고 동포애는 분단의 긴 그림자를 잠시 걷어내는 따뜻한 기록으로 남았다. 이 작전은 지금도 해상 인도주의와 국제 협력의 본보기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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