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이제는 막을 수 없다” 값싼 자폭용 드론 군사강대국도 막지 못하는 이유

드론 전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과거엔 군사 강국만이 보유하던 정찰·공격용 무인기가 이제는 저비용, 상용 기술을 기반으로 중동의 반군 조직부터 동유럽의 전장에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늘 위의 값싼 무기’가 어떻게 수백만 달러짜리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초강대국조차 대응에 허덕이는 이 ‘가성비 무기’는 세계 군사력의 전통적 위계를 뒤흔들고 있다.

샤헤드 드론이 연 전장의 새로운 표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대량으로 사용한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전장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대당 가격은 약 2만~5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1,000~2,500km의 비행 거리와 고정 표적 타격 능력을 갖췄다. 순항미사일 수준의 타격력을 단가 1/100 이하로 구현한 이 드론은 대량 운용을 전제로 한 방어망 압박 전략의 상징이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방공기지, 탄약고를 연일 타격하며 전략적 소모전을 유도했고, 서방의 고가 미사일 체계를 가성비에서 압도했다. 특히 방어 측이 고가의 방공 미사일을 낭비하게 만드는 비대칭 전략으로 드론은 핵심 전술무기로 자리잡았다.

이란·러시아 이어 미국도 ‘모방형’ 개발

샤헤드 드론의 위력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은 최근 저비용 무인 전투공격 시스템인 LUCAS(루카스) 드론을 공개했으며, 이는 샤헤드와 유사한 삼각형 델타형 날개 구조와 피스톤 엔진 기반의 단순한 설계를 갖고 있다. 루카스 드론은 대당 약 10만 달러로, 토마호크 미사일(약 190만 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하며, 다양한 모듈 교체로 정찰·자폭·전자전 등 복합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미국은 나치 독일의 V-1 로켓을 분석해 미사일 기술을 도입했던 역사처럼, 적성국 무기를 흡수·개량하는 전략을 다시금 구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루카스 같은 저비용 드론을 단기간 내 수만 대 규모로 양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드론 전쟁의 확산…우크라이나·러시아·후방까지 타격

현재 전선에서는 샤헤드를 모델로 한 유사형 드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산 ‘가르피야’ 드론을 개발해 월 500대 이상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6,00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또한 세스 드론, AN-196, AQ-400 등 다수의 자폭 드론을 개발 중이다. AQ-400은 합판으로 제작된 동체에 AI 유도와 GPS 항법을 탑재하고 있으며, 제작비는 1만 5,000~3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러한 초저가 드론들이 적 방공망을 압도하면서 전장을 수적으로 지배하는 현상이 전면화되고 있다. 특히 광섬유를 통한 유선 조종 방식은 전자전을 무력화시켜, 기존 재밍 기반 방어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드론 요격, 전자전은 한계…저비용 방어체계 요구 커져

기존의 드론 방어 방식은 전자전과 고가 미사일 요격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FPV 드론이나 광섬유 기반 드론은 전파 교란을 회피하고, 저공에서 초음속에 가깝게 비행하며, 정밀 유도를 통해 특정 차량이나 건물, 농기계까지 타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민간이 기증한 어망과 건설용 그물이 드론 방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산탄총을 활용한 소부대 요격 방식도 도입 중이며, 이는 휴대성과 단가 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또한 M1 전차에 미니건을 탑재해 드론 요격탄막을 형성

하는 미국의 시도처럼, 기존 장비에 요격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저비용 드론에 고가 방어 수단을 사용하는 ‘비효율적 대칭’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초강대국도 무력화되는 전장의 경제학

전통적인 군사 강국들도 값싼 드론이 가져온 ‘전장의 경제학’에 직면하고 있다. 고도로 정비된 항공력이나 미사일 방어 체계조차 수십~수백 대의 자폭 드론 앞에서는 무력화되거나 과도한 방어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광범위한 해외기지와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국지적 드론 위협에도 대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육군 주도로 합동 무인기 대응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FPV·상업용 드론 위협에 대한 대응전략을 다층적으로 구축 중이다. 다만 대량 생산체제 확보, 현장 적용성, 신속한 전력화라는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드론 vs 드론 시대…‘킬러 드론’까지 등장

드론의 등장은 더 이상 비대칭 무기만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의 경호팀이 지난 7월 해군의 날 행사에서 소형 요격용 드론을 경호 장비로 운용한 사례는 드론전이 보병 수준의 전투까지 침투했음을 보여준다. 이 요격 드론은 드론 탐지 후 자동 발사되어 표적을 추적·격파하는 일종의 ‘드론 킬러 드론’으로 추정되며, 드론을 드론으로 막는 ‘드론 대 드론’ 전장의 서막을 알렸다. 전쟁의 무게중심이 항모, 전차, 폭격기에서 수백만 원짜리 드론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전장의 주도권은 더 이상 고가의 병기나 물량이 아니라 ‘전술적 효율’과 ‘비용 대비 효과’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