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펄스 체계와 GMLRS의 결합 움직임
이스라엘 방산기업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가 개발한 다연장 로켓 발사체 ‘펄스(PULS)’가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다. 펄스는 122mm부터 370mm급까지 다양한 구경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300km에 달해 장거리 타격 능력도 갖췄다. 여기에 자동화된 사격 시스템과 다양한 차체 호환성이 더해져,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최근 이 펄스를 도입한 독일이 미국의 GMLRS(Guided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로켓과의 호환을 희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국제 방산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이 돌고 있다. GMLRS는 미군이 다연장 로켓 M270A1이나 하이마스(HIMARS)에서 사용하는 중거리 정밀 유도 로켓으로, 고정밀 타격에 최적화된 무기다. 기존 무유도 다연장 로켓의 약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포병 화력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산 로켓 사용, 허들이자 기회
문제는 GMLRS가 미국 록히드 마틴의 독점 기술로 개발되었고,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 하에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GMLRS는 하이마스나 M270A1 같은 미국제 발사체에서만 발사가 가능하며, 타국 발사체에 연동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나토 연합 작전이나 탄약 표준화를 추진하는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자국 무기 체계에서 미국 로켓을 운용하는 것이 군수 지원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이에 따라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는 물론, 폴란드까지도 미국의 승인을 받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유럽사령부는 최근 독일에서 열린 안보 포럼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통 자율 발사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GMLRS를 타국 발사대에서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K-방산의 신뢰성과 유럽 내 입지 확대
이 가운데 폴란드는 GMLRS 로켓 호환이 가능한 새로운 다연장 로켓 발사체로 ‘호마르-K(Homar-K)’를 선택했다. 호마르-K는 대한민국의 ‘천무’ 발사대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로, 폴란드는 2029년까지 총 290문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미국산 하이마스와 한국의 천무를 동시에 운용하며, 최대 800문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폴란드는 천무와 호마르-K를 통해 양국 발사체를 연동하며, 향후 미국 로켓까지 함께 운용하기 위해 ‘다중 생태계’ 방식을 도입 중이다. 이 생태계 방식은 하나의 무기 체계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체계로 탄약 운용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수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천무와 GMLRS의 구조적 호환 가능성
기술적으로도 호마르-K 발사대는 미국 하이마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GMLRS 발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더불어 폴란드의 WB그룹과 한국 방산기업이 협력해 생산 중인 ‘CGR80’ 로켓도 미국 하이마스 체계와의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지고 있다.
문제는 기술적인 호환성보다 정치적·외교적 승인이 걸림돌이라는 점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승인을 내린다면, 천무와 호마르-K는 미국 로켓 체계와 연동이 가능해져 유럽 방산시장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군수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무기로 부상할 수 있다.

나토 표준화와 한국의 시장 확대 기대
유럽 국가들은 장기적인 나토 내 화력체계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GMLRS와 같은 미국의 글로벌 무기 시스템과의 호환은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폴란드가 중심이 되어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천무 및 호마르-K를 중심으로 한 ‘혼합형 생태계’ 무기 모델이 성립된다면, K-방산에는 상상 이상의 기회가 열린다.
현재 다연장 로켓 체계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 유럽 국가들에겐 천무 기반 시스템이 저비용 고효율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미국과의 탄약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력한 수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GMLRS와 천무 계열의 탄을 함께 운용하게 되면, 나토 국가 전체로의 수출 기반이 형성되며 글로벌 방산 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글로벌 표준화를 노리는 K-다연장 로켓 시스템
궁극적으로 이번 폴란드의 행보와 미국의 승인 여부는 단순한 방산 수출을 넘어, 국제 무기 시장의 표준화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천무 발사체가 미국 GMLRS를 발사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의 기술력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국제 규격 수립의 일원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이는 한국 방산 산업 전체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향후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아시아 등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 무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전술적 차원의 단순 호환을 넘어, 글로벌 방산 경쟁에서 K-방산이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