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향한 ‘휴전 압박’ 카드 꺼내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하지 않으면 관세와 제재를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촉구하는 메시지지만,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전략적 초점 이동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한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러시아의 국력과 군사력을 크게 소진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가 더 이상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럽 전선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모든 군사·외교 자원을 인도·태평양, 즉 중국 견제로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컨더리 제재’로 중국 정조준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또 하나의 카드는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s)’다. 이는 러시아의 경제적 숨통을 틔워주는 제3국, 특히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개인을 직접 제재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러시아를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관계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양국의 전략적 공조를 무너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
과거 닉슨 행정부 시절 헨리 키신저가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았던 ‘키신저 전략’을 뒤집어, 이번에는 러시아를 떼어내 중국을 고립시키는 ‘역(逆) 키신저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본토 안전 신화 무너뜨린 ‘드론 습격’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대담한 드론 공격이 러시아 본토 깊숙이 타격을 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최근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거미줄 작전’을 통해 러시아 전략 폭격기 기지를 공습, 주력 폭격기의 약 34%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TU-22M3와 같은 핵무기 탑재 능력을 지닌 기종이 대거 파괴되었는데, 이 폭격기들은 대부분 1990년대 초반에 생산이 중단된 노후 전력이지만 러시아의 핵 투발 체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자랑해온 ‘본토 절대 안전’ 신화를 한순간에 무너뜨렸으며, 소형 드론이 고가의 전략 자산을 무력화하는 비대칭 전력의 위력을 입증했다.
중국의 불안과 전략 균형 변화
러시아의 방공망이 이렇게 손쉽게 뚫린 사실은 중국에도 큰 충격을 줬다. 중국은 자국의 방공 체제가 러시아보다 결코 우수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미국의 드론 기술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만약 이런 공격이 자국 주요 전략 거점에서 발생한다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 손실은 중·러 국경에서의 힘의 균형을 중국 쪽으로 기울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중국 견제에 사용할 수 있는 비대칭 전략 카드 하나를 잃은 셈이다.
푸틴의 입지와 국제정치 장기판
러시아는 이번 사건으로 군사적·정치적 타격을 동시에 입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과 장비 모두 심각한 소모 상태에 놓였고, 전략 폭격기 손실로 인해 장거리 억제력도 크게 약화됐다.
푸틴 입장에서는 전선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서방의 제재와 내부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의 휴전 압박은 겉으로는 러시아를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어 중국 견제 전선에 재배치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중 신냉전의 새로운 분기점
결국 이번 사태는 미·중 신냉전 구도 속에서 러시아의 위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중국의 전략적 우위를 제거하려는 ‘이중 포석’을 두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 군사·외교 판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의 전력 손실과 푸틴의 정치적 초조함, 그리고 트럼프의 계산된 압박이 맞물리면서, 향후 몇 달간의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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