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자살 돌격대’ 부활…오토바이 전술의 실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이색적인 공격 전술을 재도입했다. 바로 값싼 중국산 오토바이를 활용한 고속 침투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전술은 기습 효과보다 병력 손실이 훨씬 크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참호 사이 틈을 파고들어 우크라이나군 후방을 타격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표는 빠른 점령과 보급로 차단이지만, 현실은 ‘자살 돌격대’에 가깝다.
드론전이 만든 회색지대와 전술 전환
러시아는 침공 초기, 기갑과 보병이 전면에서 맞붙는 선형 전선을 상정했다. 그러나 드론이 대규모로 전장에 투입되면서 이 계획은 무너졌다. 드론은 전방과 후방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고, 양측 모두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회색지대’가 확산됐다.
이 회색지대를 먼저 확보하는 쪽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되자 러시아는 대규모 기갑 돌파 대신 소규모·고속 침투로 방향을 틀었다. 오토바이 전술은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다.
시속 80km로 참호 돌파 시도
전술은 단순하다. 10~20명의 병력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80km로 달려 적 참호 사이를 돌파한다. 목적은 후방의 드론·포병 부대를 타격하거나, 새 참호를 파고 방어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은 “전선이 넓어져 참호 사이에 200~300m 간격이 생기는데, 러시아군이 그 틈을 노린다”고 말했다. 간혹 방어망을 뚫는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은 접근 전에 격퇴당한다.
압도적인 손실률에도 지속되는 이유
문제는 생존율이다. 현지 보고에 따르면 병력의 70~75%가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포로로 잡힌다. 지난해 포크로우스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은 100여 대의 오토바이를 투입했으나 대부분 귀환하지 못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를 “푸틴의 오토바이 자살 돌격대”라 표현했고, 더 선은 피해 현장을 “공동묘지 같은 지옥”이라 묘사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이 전술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소모전’ 전략 때문이다. 병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우크라이나군의 체력과 자원을 고갈시키려는 계산이다.
현대전에서 부활한 2차 대전식 전술의 한계
오토바이 돌격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군이 사용했던 전술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현대전은 드론, 정밀유도무기, 열영상장비 등으로 전장 감시와 타격 속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런 환경에서 속도만으로 방어망을 돌파하기란 어렵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이 전술에 대응해 드론 정찰과 포병 연계를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오토바이 부대는 장기적으로 병력 손실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화 속 드러나는 러시아의 전략적 한계
러시아가 이 전술을 고집하는 것은 전쟁 장기화 속 절박함을 보여준다. 숙련병 부족과 장비 소모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비용·고위험 전술로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일부 성과는 거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병력 손실과 사기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토바이 자살 돌격대는 결국 현대전의 비정상성과, 병력·자원의 불균형이 낳은 극단적 선택의 상징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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