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가사도 닮았던 남북의 ‘애국가’…북한이 결국 단절 선언
2025년, 남북한 양국의 국가(國歌)가 사실상 마지막으로 결정적으로 갈라섰다. 그 끝에는 “이름까지 같았던 두 나라의 애국가”와, 가사의 상징인 ‘삼천리’ 문구가 있었다. 한때는 똑같은 이름, 비슷한 가사로 출발했던 남북의 국가가 김정은 체제 들어 극명하게 다르게 불리게 된 것이다.
과거: 이름도 ‘애국가’, 담은 의미까지 닮았던 남북의 국가
대한민국과 북한 모두 자국의 국가(國歌) 이름을 오랫동안 ‘애국가’로 사용했다. ‘애국가’의 명칭, 즉 국가를 뜻하는 말 그 자체가 두 나라 모두 동일했고, 도입부 가사 또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우리 조국” 등 지리적·상징적 표현까지 닮아있었다. 여기서 ‘삼천리’는 남북 약 1,000km에 달하는 한반도의 전체를 이르는 민족 공동의 상징어였다.
대한민국 애국가는 ‘삼천리 화려강산’의 대목에서, 한반도 전체의 아름다움과 민족 공동체 의식을 뚜렷하게 담아냈다. 북한의 경우도 1947년 ‘애국가’가 창작될 때부터 “삼천리 아름다운 우리 조국” 등 한반도 전체를 자랑하는 문구가 주요 가사에 녹아 있었다.
김정은의 정책 전환, 국가 명칭·가사까지 대대적 변경
그러나 2024년 이후 북한은 남한과의 단절, ‘적대적 두 국가론’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상징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바로 애국가 명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바꾸고, 가사에서 ‘삼천리’라는 표현까지 삭제하는 획기적인 조치에 나섰다.
명칭 변경은 2024년 4월부터 ‘애국가’ 명칭을 공식 폐기하고, 모든 공식 행사·방송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새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사 변경은 기존 1절 가사에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처럼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단어를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강화된 ‘적대적 두 국가’ 선언 및 통일 포기 정책, 남북 민족동질성 부정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2025년 채택된 ‘국가법’은 명칭과 가사뿐 아니라 국가를 연주·시행하는 규칙까지 아우르는 등 남한과의 완전한 정체성 분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계기가 되었다.
왜 ‘애국가’ 이름과 가사까지 바꿨나?
‘삼천리’라는 표현은 한반도 전체, 민족 동질성의 상징어로서 남북 공통의 역사와 문화를 내포했지만 이제 북한의 국가에서 사라졌다. 과거에는 같은 이름, 유사한 가사를 통해 ‘한 민족’ 이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공유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우리와 너희는 전혀 다른 나라”임을 국가 상징에서부터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이 조치는 북한 내부 결속과 체제 정당화는 물론, 외부에도 남북의 분리 현실을 공고히 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단절의 상징, ‘이름까지 같던 국가’의 결별
한국과 이름도 같고 의미도 닮았던 ‘애국가’는 북한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변화에 따라 완전히 별개 존재가 됐다. 한때 남북 모두 민족의 꿈을 담았던 ‘삼천리’ 가사는 이제 오직 대한민국 애국가에서만 들을 수 있다. 남북한 국가 이름과 가사에서조차 정체성 단절과 거리두기, 통일 의지의 완전한 후퇴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國歌)는 한 나라의 얼굴이자 시대의 거울이다. 한반도에서 이름까지 같았던 두 국가의 운명이 이제는 완전히 반대 길로 들어섰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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