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광복 80주년 경축 연설…북러 ‘역사적 동맹’ 강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4일 ‘조국해방의 날’ 80주년을 맞아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경축대회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번 연설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역사에 전무한 동맹”으로 규정하고, 양국이 “신나치즘의 부활을 저지하고 주권과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투쟁 속에서 공고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광복절을 계기로 공식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서방 비판, 직접 언급은 자제
김정은은 “오늘 국제 무대에서는 제국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만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며, 주권국가의 권리와 이익이 침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지목하거나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북러 관계를 부각하는 동시에, 필요 이상의 대결 메시지를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그는 “역사의 도전에 맞서 연대하는 국가들과 함께 국제 정의를 지켜낼 것”이라며 동맹국 중심의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러시아 대표단 대거 참석…푸틴 축전 공개
이번 행사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청으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과 안드레이 말리쉐프 러시아 문화성 차관 등 러시아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볼로딘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축전을 현장에서 대독했다.
푸틴은 축전에서 “양국 관계가 전략적·전방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국제 현안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러시아 대표단의 참석과 축전 공개는 북러 관계의 긴밀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금수산태양궁전·혁명열사릉 참배
김정은은 행사 전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이어 대성산 혁명열사릉을 찾아 오진우, 오백룡, 김일, 최춘국, 강건, 김책, 안길, 류경수, 최현, 림춘추 등 북한 현대사에서 중요한 항일 혁명열사들의 반신상에 헌화했다.
이는 조국해방 80주년을 김일성 시대의 항일 투쟁과 직결시키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보로 풀이된다.

북러 밀착 배경과 전략적 함의
전문가들은 이번 연설이 미국과 서방의 대러 제재 국면 속에서 북러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정치·외교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과의 군비통제 협상 교착, 그리고 중국-러시아-북한 간 안보 협력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북한은 러시아를 주요 안보·경제 파트너로 명확히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의 축전과 러시아 대표단의 존재는 북러 관계가 단순한 ‘친선’ 수준을 넘어 실질적 협력 단계로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한반도 정세 전망
김정은의 이번 연설은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음에도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북러 관계 강화는 군사 기술 협력, 에너지·식량 지원, 외교적 지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제재 완화 또는 회피를 돕는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체계를 흔들 수 있다.
반면, 미국과 한국, 일본의 3각 안보 협력 강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북러 밀착이 미·중·러를 축으로 한 새로운 냉전 구도를 촉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광복절 연설은 단순한 기념사 이상의 전략적 함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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