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800억 들여 훈민정음 한옥 목탑 건립 논란
최근 세종특별자치시가 800억원 규모의 한옥 목탑 건립 계획을 내놓으며 전국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한다는 사업 취지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과 목조탑이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과 혈세 낭비 지적이 거세다. 세종시와 훈민정음기념사업회는 박물관단지 인근에 훈민정음의 28자와 서문의 108글자를 각각 의미하는 28층·108m 짜리 목탑을 건립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자 민족의 상징”, 취지와 현실의 괴리
세종시는 이 계획이 “문자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한글문화도시로서의 위상 제고”라며 목탑 기념탑을 한글문화도시의 핵심 상징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세종시장은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은 우리 역사의 큰 브랜드이자 세종시의 자랑이 될 것”이라 밝히며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세계 최고층 한옥 목탑이 될까
28층, 높이 108m의 목탑은 세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다. 비교로, 중국 산서성 응현목탑이 9층, 67m에 불과해 세종시 목탑은 그 두 배에 육박한다. “훈민정음” 28자를 상징한다는 논리와, 서문 108글자를 고증한 설계가 내세워졌지만, 문자와 탑의 연관성에 대한 시민·전문가들의 납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막대한 건설비와 예산 마련 과정
문제는 총 800억원에 달하는 건설비다. 세종시는 올해 국비 65억원을 확보했고, 향후 시비 65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670억원은 훈민정음기념사업회 등 단체에서 자율 모금 및 민간 기부로 조달할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문자 기념·문화 세계화 사업 등과 함께 목탑 건립이 포함된 점, 그리고 대규모 지출이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 공감대 부족, 정치‧행정 리스크
현재 세종시 안팎에서는 “시민과 시의회의 공감대가 부족한데, 성급한 혈세 투입은 위험하다”는 현장 여론이 뚜렷하다. 전문가들도 “계획의 상징성과 역사적 가치는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시민 편익과 도시경관·미관, 추후 관리‧운영 비용 등 다각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 곳곳에 대형 조형물‧시설이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가 잦은 만큼, 비효율적인 국비‧지방비 투입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훈민정음-목조탑 연계의 근거 부족과 도시 미관 논란
핵심 논쟁은 “훈민정음 창제의 역사적 의의와 목조탑 건립이 씻은 듯이 연결되는가?”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창조적 콘텐츠로 한글과 세종대왕을 기리자는 취지에 동의하지만, 초대형 목탑이라는 실물 구조물이 반드시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들은 “사실상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상징을 일상에서 실감할 수 있는 교육·문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한 것은 공감과 내실, 성급한 거대 프로젝트에 경계 필요
세종시의 800억 원 목탑 건립 논쟁은 현대 행정의 ‘상징 프로젝트’의 리스크와 반드시 국민적 공감대·실질적 내실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훈민정음의 위상, 한글문화도시의 비전은 대형 탑보다 주민과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교육, 문화, 실용 인프라에서 더 강하게 빛나야 한다. 향후 목탑 계획은 공론화 과정, 다양한 시민·전문가 의견 수렴, 실질적 도시가치 제고에 집중해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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