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 북유럽 하늘로 전개되다

미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대규모 연합훈련을 앞두고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노르웨이 욀란드 공군 기지에 전개했다. 이번 배치는 단순한 군사 훈련 지원 차원이 아니라, 러시아에 직접적인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B-1B 랜서는 미 공군의 폭격기 전력 가운데 가장 강력한 무장 탑재 능력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는 마하 1.25, 탑재 가능한 무장은 무려 57톤에 달한다. 이는 B-52의 31톤, B-2 스텔스 폭격기의 22톤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사실상 공중에서 떠다니는 ‘폭격 전함’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별명인 ‘죽음의 백조’는 바로 이러한 위력과 위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NATO 전선의 새로운 거점, 노르웨이 욀란드 기지

B-1B 랜서가 전개된 욀란드 기지는 북대서양과 북극해 일대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에서 출격한 폭격기는 짧은 시간 안에 러시아 북부와 발트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장에까지 접근할 수 있다. NATO가 이 기지에 B-1B를 배치한 것은 단순히 군사적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러시아가 유럽 동부 전선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신호이기도 하다. B-1B는 이번에 노르웨이 전투기와 합동훈련을 실시하며, NATO 전력 간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폭격기를 위협하는 적 방공망과 전투기 대응 능력을 실제 훈련을 통해 점검하는 효과도 있다.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 ‘자파드 2025’ 겨냥

이번 B-1B 배치의 배경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준비 중인 ‘자파드 2025’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이 있다. NATO는 해당 훈련에서 러시아가 동유럽 국가들을 타격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오레시니크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를 언급하면서 서방의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 러시아 측은 이 미사일이 기존 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 배치는 명백히 훈련에 맞불을 놓고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NATO가 즉각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57톤의 화력, 그 자체가 억지력

B-1B 랜서는 단순히 폭장량만 많은 것이 아니다. GBU-31, GBU-38, GBU-54 같은 정밀 유도폭탄부터 합동직격탄(JDAM), 장거리 순항미사일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이로써 적 지휘소, 방공망, 군수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한 기존 폭격기들과 달리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전 반경 내에서 신속한 기동과 타격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은 러시아가 전개 중인 첨단 방공 시스템에 대응하는 데도 유리하다. B-1B는 은밀성을 무기로 하는 B-2와 달리,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힘의 상징’이다. 이번 배치가 러시아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은 언제든 러시아 국경 가까이에서 대규모 타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러 대치 국면에서 NATO의 신뢰 과시

B-1B의 노르웨이 배치는 단순히 군사적 행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여전히 확고한 안보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유럽 내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NATO 회원국들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동시에 이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기도 하다. 만약 러시아가 ‘자파드 2025’를 통해 서방을 위협하려 한다면, NATO 역시 실질적인 군사력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조치로 노린 것은 군사적 우위뿐 아니라 정치적·심리적 우위까지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