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은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 끝에서 풍요로운 자연과 더불어 오랜 불교문화를 간직한 고장입니다.
달마산 자락에 자리한 미황사(美皇寺)는 두륜산 자락에 자리한 대흥사(大興寺)와 함께 전남 해남을 대표하는 사찰로 이번 전남 해남 가볼 만한 곳 여행에서 꼭 들러보고자 계획했던 곳이기에 탐방기를 소개합니다.
미황사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길 164 미황사
전남 해남 가볼 만한 곳 / 해남 미황사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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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한 산길을 올라 도착한 전남 해남 미황사 주차장.
아래로는 버스 주차를 위한 보다 큰 대형 주차장이 보이며 구석으로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전남 해남 가볼 만한 곳이라 하여 주차장 이용료도 받고 무언가 불편함이 조금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마음이 편하다.
해남 미황사의 창건설화
숙종 18년인 1692년에 지은 ‘미황사 사적비’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1,276년 전 신라 경덕왕 때인 749년 어느 날 돌로 만든 배에 타고 있던 금인(金人)으로부터 의조화상에게 전해진 여러 성보물과 함께 검은 돌이 있었는데 이 검은 돌에서 나온 검은 소가 달마산을 향해 걷다 처음에 쉬었던 장소에 통교사(通敎寺)를 짓고 마지막에 머문 장소에 미황사(美黃寺)를 창건했다고 한다.
일주문에서 시작해 사천왕문에 이르기까지 놓인 계단은 모두 108개. 이는 부처님을 향하여 오르는 걸음마다 일체 세상의 고통, 불행, 아픔을 함께 나누고 씻어내라는 의미라 한다. 다시 말해 마음을 버리며 오르는 계단이다.
108계단 오른쪽의 커다란 바위 아래 나뭇가지들이 덧대어져 있다. 어찌 보면 쓰러지지 말라 바위에 기대어 놓은 듯도 싶고 달리 보면 바위에서 뿌리가 자라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108이란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108 번뇌’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이 지닌 6가지 감각에 그 대상이 되는 6가지 숫자를 곱해 나오는 36이 인간이 갖는 번뇌의 뿌리인 것이며 이를 과거 36 + 현재 36 + 미래 36 = 108이라 말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자기 수행이라 하는 것은 결국 이 108번뇌를 끊어내는 것이며 마침내 모두 끊어냈을 때 해탈의 경지 즉, 신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니 단순히 ‘지난하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108계단을 다 올라 마주하게 된 천왕문.
천왕문 안에 사천왕상과 윤장대가 보인다.
그런데 그 사천왕상이 보통의 사천왕상과 달라도 너무 달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보통은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고 과격한 자세로 서서 오가는 이를 감시하는 듯한, 무언가 경고하는 듯한 압도적인 모습이어야 하는데 해남 미황사의 사천왕상은 너무도 가지런히 서서 매우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윤장대(輪藏臺)는 기능적으로 팔각형으로 된 책장이다.
그 책장 아래로 바퀴를 달거나 중앙에 기둥을 세워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몸이 움직이지 않고 책장을 돌리면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기능성 가구다. 불교라는 종교적 의미에서는 불경을 넣어두고 한 바퀴를 돌리면 한 번 읽은 것과 같다고 한다. 이는 불경이 어려워 읽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6세기인 중국 양나라 선혜대사가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이후 7세기 불교가 티베트로 전해지며 윤장대와 유사하게 생긴 마니차(摩尼車) 또는 마니륜(Mani Wheel)으로 부르게 되었고 불교를 전파한 네팔을 비롯 주변 모든 불교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마니차를 사용한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깃발 모양의 타르초(룽다)도 활용된다.
왼쪽으로 전통찻집.
천왕문을 지나 계단 끝에 누각 현판에 자하루(紫霞樓)라 적혀 있는 건축물이 보인다.
자하루는 기초석만 남아 있던 자리에 1980년대 중수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 기대함보다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전남 해남 가볼 만한 곳이라 불릴 만큼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사찰이란 생각이 든다.
자하루의 누문을 통과해 중심 경내로 들어선다.
어… 그런데 어째 대웅보전의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 알아보니 현재 보수 공사 중이라고.
뒤로 돌아 오른쪽의 범종각을 힐끔 보고 방금 누문을 통과해 들어온 자하루를 보니 뒤쪽 현판에는 자하루 아닌 만세루(萬歲樓)라고 적혀 있다.
왼쪽으로 종무소가 보이고 그 위쪽으로 본래의 대웅보전을 뒤집어싸고 있는 커다란 건물.
어떤 공사인지 공사 안내문을 보니 ‘해남 미황사 대웅전 벽화 및 단청 보존처리’를 위한 공사이며 이는 2025년 11월 27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올해 안에 대웅보전의 제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임시 대웅보전을 슬그머니 둘러보고,
그 옆을 보니 또 공사가 진행된다.
이건 세심당 보수공사.
큰 사찰이고 작은 사찰이고 우리나라의 사찰은 무수한 변화와 발전이 영구하게 진행되는 거 아닌가 싶다.
특히 큰 사찰은 공사 중이지 않은 경우가 없는 듯.
유별나게 마음에 드는 공간.
뒤쪽의 성벽처럼 보이는 축대가 있어서일까?
어랏! 이 바위는 뭐지?
잔디가 깔린 평지에 불룩하게 솟은 바위가 마치 창건설화 속의 소가 아닌가 싶다.
아니지… 창건설화 속의 소는 흑우인데.
와우 저건 뭐람?
법당 지붕 위로 솟은 바위가 하늘과 구름과 어우러져 멋지다.
전남 해남 가볼 만한 곳 미황사 둘러보기를 마치고 나선다. 이제부터는 달마고도와 달마산행을 위해 땀 좀 흘릴 시간이다. 탐방하고자 하는 미황사는 짧게 보고 날 무지하게 더운 날 무식하게 트레킹은 길고도 길게.
추후 해남 미황사를 다시 방문했을 대는 대웅보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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