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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이기는 전쟁, 지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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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쟁사를 보면 지는 전쟁을 이기는 전쟁으로 만든 나라가 있고, 이기는 전쟁을 지는 전쟁으로 만든 나라가 있다. 후자는 많은 경우 철벽의 국경 장벽을 과신한 데서 나온다. 역사적으로 뚫리지 않은 철옹의 장벽은 없다. 거대한 만리장성도 북방 기마민족의 침입을 막는 데 제구실을 거의 못 했다. 항상 내부의 적이 성문을 열어준 것이다.

최첨단 감시·사격 통제·통신 장비로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의 스마트 장벽도 어처구니없이 뚫렸다. 하마스의 드론이 통제센터를 파괴하고 불도저가 방벽을 밀어버린 것이다. 철의 장벽을 치고 그 속에 안주하면 전략적 과오를 범하기 쉽다. 프랑스는 대포, 탱크 수와 질에서 독일을 앞섰다. 그런데 마지노선을 과신하고 육군 병력을 몰빵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해 아르덴느 고원을 송곳같이 뚫은 구데리안의 기갑군단에 포위당해 6주 만에 항복하고 말았다.

세계적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는 한국의 군사력을 6위로 평가했다. 2022년 국방백서도 우리의 포병 전력은 5900문으로 중국 8500문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에 버금간다고 발표했다. 이뿐 아니라 바다와 하늘에서도 이지스함, 스텔스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했다.

하지만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최첨단 무기, 압도적 국력이 안보를 자동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전은 국력을 모두 동원한 총력전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레이 클라인은 인구, 경제력, 군사력 같은 국력도 중요하지만 ‘국민 의지’(national will)와 ‘국가 전략’이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군사 지원으로 압도적 군사력을 갖추고도 허무하게 무너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군사 대국이지만 전투 의지가 약한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 육군은 애국심 하나만 빼면 독립전쟁 초기 워싱턴 군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1949년 미 군사고문단의 보고서다. 이 같은 애국심으로 70여 년 전 우리는 지는 전쟁을 이기는 전쟁으로 바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기는 전쟁을 지는 전쟁으로 바꾸고 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에 의하면 한국인은 67.4%가 “전쟁이 나면 싸우겠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79개국 중 40번째다. 그런데 문제는 “싸우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가 1981년 6.5%에서 32.6%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바로 클라인이 지적하는 대한민국 지키기에 대한 국민 의지의 혼란이다. 이는 ‘대한민국을 정통성 없는 나라’로 왜곡하는 우리의 잘못된 역사교육 탓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 전략을 역주행(!)시킨 9·19 남북한 군사합의다. 군사분계선 남쪽 20㎞에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은 서울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동향을 사전 탐지하는 데 정찰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군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이 하마스식으로 기습 선제공격을 한다면 우리 방어 전선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된다고 우려한다.

본토 회복을 외치던 대만은 지금까지 중국군에 일당백으로 맞설 수 있는 최첨단 전투기, 최첨단 탱크 등으로 무장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스마트 기뢰, 재블린 미사일, 스팅어 미사일 같은 비대칭무기를 대량 구입하고 있다. 어느 나라건 군(軍)은 최첨단 비행기, 군함, 탱크를 보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하마스 기습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너무 첨단을 좋아하고 전자정보 시스템을 과신했다가는 엉뚱한 비대칭무기, 심리교란전을 동반한 하이브리드 전략에 당할 수 있다.

수도권을 겨냥하는 340문의 장사정포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는 보다 단호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형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도 시급하고 ‘24시간 내 장사정포 무력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복이 두려워 포문을 함부로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섣불리 도발하면 하늘과 땅, 바다의 강력한 전략자산에 의해 평양이 응징당한다는 강력한 한·미 공조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과거처럼 당하고도 ‘평화’ ‘종전선언’ 운운하는 것보다는 강한 군대와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 될 것이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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