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배우 김혜준 인터뷰②
2024년 시작부터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살인자 o난감>, 티빙이 <이재, 곧 죽습니다>로 높은 화제성을 이끌어냈다면, 디즈니+는 <킬러들의 쇼핑몰>이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자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열풍을 이끌어 나갈 시작을 완벽하게 끊은 이 작품의 흥행주역을 뽑자면 단연 정지안 역의 김혜준을 언급할 수 있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김혜준은 죽은 삼촌이 운영하던 수상한 쇼핑몰을 발견하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조카 정지안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아픔과 실어증을 앓았던 고통, 삼촌 진만이 사라진 후 다가온 위협을 이겨내기 위한 분투까지. 오직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훈련을 하고 싸워야 했던 지안의 모습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배우 김혜준이다.
대기만성형 배우라는 호평이 아깝지 않을 만큼 김혜준은 끝없이 성장을 반복해 왔다. 2019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에서 계비 조씨 역을 맡은 김혜준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히트 시리즈에서 오점으로 지목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보낸 이 배우의 반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2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역대급 여성 빌런 캐릭터를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킹덤> 시즌2에서 김혜준이 연기한 계비 조씨에 대해 해외 언론에서는 <왕좌의 게임> 세르세이 라니스터와 비교하며 극찬을 보낸 바 있다. 이런 김혜준의 저력은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다시 한 번 발현되며 작품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연배우로의 위력을 선보였다. 끊임없는 노력과 성장을 반복하는 배우 김혜준의 이야기를 키노라이츠가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출연을 고사했던 <킬러들의 쇼핑몰>에 출연하고 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해요.
하길 잘했다.(웃음)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해야된다.(웃음) 피가 나온다 뭐 그런 이유로 지양하는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좋은 작품이고 캐릭터라면 충분히 해 볼만 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습니다.(웃음)
-지안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지안 캐릭터가 명확했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지안과, 감독님이 생각하는 지안이 충돌하고 부딪히는 건 없었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안을 더 깊게 이해하려고 했던 과정만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큰 뿌리를 내려가는 작업을 했었는데, 감독님은 작은 설정부터 쌓아 올라가는 걸 말씀 주셨어요. 지안이가 어떤 노래를 듣고, 방에는 어떤 포스터가 붙어있는지 등등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어요.
-액션의 주된 공간인 진만의 집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촬영장에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해요.
실내, 야외 세트를 지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정된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지다 보니까 그 공간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 점에서 구조적으로 잘 활용되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부수고 그런 촬영이 많았어요. 유리창 깨지는 건 진짜 폭파시키고, 드론도 실제로 띄웠고요. 진짜 집 같아서 거기서 점심시간에 잠도 자고, 소파에 누워서 쉬기도 했어요.
-삼촌 정진만 역의 이동욱 배우와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정말 형식적인 대답이지만 좋았어요.(웃음) 현장에서 굉장한 대선배님이시잖아요. 그런데 친구처럼 투닥거리기도 하고, 츤데레처럼 툴툴거리면서 제가 필요할 때는 꼭 나타나 주셔서 진짜 진만 삼촌 같은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의 분위기나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거의 가족이었죠, 뭐.(웃음) 전주에서 한날에 촬영을 해서 거의 합숙을 했어요. 점심 같이 먹고, 커피 내기도 하고, 산책도 하고, 저녁 먹고, 술 먹고. 돈독한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지금도 친한 사람들 말해보라고 하면 태영 오빠, 지민이, 해나 언니, 동욱 오빠 등등이 떠올라요. 이 작품을 하면서 인간 김혜준이 가장 크게 얻은 건 이런 좋은 사람들이에요. 여러모로 고마웠어요.
-박지빈 배우와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구경이> 때 함께하기는 했는데 그때는 한 씬만 만났어요. 서로 존댓말 하는 어설픈 사이이기도 했고요.(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어요. 동갑내기이다 보니까 편하게 의견교환도 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의지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빈 선배님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웃음)
-많은 배우들이 OTT와 기존 영화&드라마의 호흡이 다르다고 하는데요. 세 가지를 모두 해본 입장에서 차이가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다행히 저는 OTT가 유입되고 다양한 매체들이 나오는 초창기에 활동해서 그런지 적응이 더 수월했던 거 같아요. 어떤 것에 익숙해지기 전에 다양한 것을 시도하다 보니 시기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큰 차이는 잘 느껴지지 않아요.
-장르물에서 배우 김혜준이 어필되는 측면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을 보면 평범한 척했던 캐릭터들이에요. 지안이도 그렇고, <구경이>에서도, <커넥트>에서도 그랬고 말이죠. 제 얼굴이 좀 평범한 편이잖아요.(웃음) 그런 얼굴에서 서늘함이 느껴진다고 감독님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평범한 친구가 사건을 벌였을 때 다가오는 신선한 충격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올해로 데뷔 10년차인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아직은 제가 아기배우 같아요.(웃음)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완전 시작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금씩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그동안 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여기고, 인간 김혜준으로도 더 상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연기의 벽을 만나는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을 거 같은데요.
두려움이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두려움이란 게 어떠한 직업을 가져도 만나는 숙명이라고 여겨요. 배우가 대중의 평가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순 없다고 봐요. 예전에는 10명 중에 1명만 욕해도 그 하나에 마음을 졸였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요즘은 위기와 두려움을 좋은 에너지라고 여겨요. 그 폭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어요.
-배우와 인간으로 더 성장한 측면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배우로는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여겨요.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융통성도 많이 생기고, 현장에서 버티는 힘도 생기고.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는 거 보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제게는 있어요.
인간 김혜준으로는 그 시간들을 통해 단단해지고, 제 자신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예전에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어요.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간 김혜준이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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