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것을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시야에 들어온 무엇이든 재빠르게 도도도 하고 달려가 집어선 입에 넣어보기 바쁘다.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은 죄다 치우고 정리한다고 해도 정말 순식간이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두어도 어느새 디딤대를 가지고와 딛고 올라서서는 손을 뻗어 잡아내곤 맛있다는 듯이 쪽쪽 빨아대고 깨물어대는 통에 하루에도 수없이 놀라 빼앗고, 빼앗기지 않으려 씨름한다. 혹여 위험할까, 아이가 균에 감염되거나 아프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엄마 마음은 모르는지 세상을 탐색한다고 하는 이 구강기가 지긋지긋하다하면 부족한 엄마일까? 구강기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 구강기란?
구강기(Oral Stage)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의 성심리 발달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이 시기의 중요 성감대는 입(입, 입술, 혀와 잇몸도 포함)이라고 한다.
구강기의 대표적인 특징은 손에 닿는 무엇이든 입에 가져가 빨려하거나,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젖병을 찾는 행동들이다. 또한 욕구가 입에 집중되는 것에 더해 유치가 나면서 잇몸이 간지러워 물고 빠는 행동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 구강기 끝나는 시기
구강기는 프로이트의 발달이론에 따르면 생후 18개월까지 지속되는데, 구강기가 끝나면 심리적·성적 에너지인 리비도(Libido)는 이제 입이 아니라 항문으로 옮겨간다 한다. 두 돌이 지났는데도 구강기가 지속된다면 아이에게 스트레스는 불안한 요소가 있는지 살피고, 심한 경우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발달 단계>
연령 | 리비도(Libido) | |
구강기 | 0~18개월 | 입, 입술, 혀, 잇몸 |
항문기 | 18~3세 | 항문 |
남근기 | 4~5세 | 성기 |
잠복기 | 6~12세 | 없음 |
성기기 | 사춘기 이후 | 성기 |
■ 구강기의 중요성
구강기의 특징은 부모나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구강기 아기의 빨려는 욕구를 과하게 금지시킨다면 욕구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불신마저 생긴다고 한다. 이는 분리불안을 겪거나 의존적인 성격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구강기에 부모와 신뢰가 잘 형성된 아이는 부모와 집을 안전한 곳으로 받아들여 낙천적인 성격이 되고 다음 발달 단계로 잘 나아갈 수 있다 한다.
기자의 아이가 물건을 입에 넣는 것을 넘어 자꾸 깨물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에게서는 본 적 없는 행동이었고, 공격적인 성향이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다. 깨무는 힘도 어찌나 센지 멍들고, 피부가 파이는 일도 허다했다. 걱정만 하고 있을 기자가 아니다. 첫 째 아이의 피부가 한껏 패일 정도로 깨문 다음 날, 일찍이 소아과를 방문했다. 소아과 선생님은 껄껄 웃으며 아이에게 있어 깨물기는 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셨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아이가 물었을 때 아프다는 것을 아이에게 표현하되 과한 반응은 아이가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단호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아프다고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구강 욕구가 강한 아이, 문제 있는 걸까?
첫 아이에게서 보지 못한 과도한 구강기, 주위 아이들을 봐도 우리 둘 째 아이만큼 강한 구강기를 보지 못했다. 깨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혹시나 입 안이나 목을 찌를까 염려되어 빨고 있던 것을 빼앗으면 성질을 부리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하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어서 이 역시 상담 시에 질문했다. 역시 의사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 하셨다. 애.바.애. 라고. 아이마다 웃는 얼굴이 다 다르듯, 구강기의 정도도 아기마다 다 다르다고 하셨다. 씹거나 깨무는 욕구가 강한 아기는 실리콘 같은 치발기보다 나무처럼 다소 딱딱한 소재의 치발기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 하셨고, 역시 이 방법이 우리 아이에게는 통했다.
구강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물고 빨고, 핥으며 입으로 자유롭게 탐색하는 행동이 걱정된다고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휴대폰이나 리모컨, 부모의 지갑 속 신용카드나 신분증 등을 꺼내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의 경우 아이를 혼내거나 제지하기 보다는 번거롭지만 알콜솜으로 닦아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또한 삼키면 위험한 물건 작은 단추나 동전형 건전지, 동전, 면봉, 화학섬유로 만든 인형과 같은 것들은 아이의 손이 닿지 않도록 치워두는 편이 좋다. 특히 키보드나 마우스, 칫솔과 메이크업 브러쉬도 세균이 많은 곳이니 청결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면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우자.
깨무는 일이 심한 경우 치발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고, 유치가 나면서 잇몸이 간지러워 심해진 경우엔 차갑게 얼린 치발기 사용이나 잇몸 마사지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구강기로 인해 아이가 침독이 심하다면 깨끗하게 씻기고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도움 된다는 것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이재정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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