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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가장 위험한 남자 되려고 6개월간 민머리로 지낸 이분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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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의 서현우 배우를 만나다

2월 14일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성조를 연기한 서현우를 만났다. <남산의 부장들>, <헤어질 결심>, <정직한 후보2> 등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춘 서현우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스나이퍼로 변신해 꽉 찬 존재감을 증명했다.

데뷔 후 쉴 틈 없이 소처럼 일했다. 지치는 순간은 없었을까. 그는 “왜 없겠나. 체력 문제이지 싶어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평소 취미 생활이 따로 없는 이유도 연기하는 순간이 즐거워서다. 현장에서 만나는 스태프와 동료들과 시간 보내는 게 저에게는 놀이다”라고 답했다.

특이한 이력도 있다. 부산 출생이나 유치원까지 생활하다가 통영에서 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충청도 기숙사를 다녔다. 부모님이 창원에서 20여 년째 살고 있어 생활 연고는 없지만 외지인으로 방문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박정민, 조현철 배우와 동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뿌듯했다며, 기숙사 생활하는 고등학교의 후배였다고 귀띔했다. “정민이랑은 한예종을 함께 다녔다. <헤어질 결심> 때 만나서 반가웠고 언젠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며 언급했다.

시리즈 중 서현우는 첫 장면에 등장해 강렬함을 선사한다. 그는 “스나이퍼의 장면을 촬영할 때는 봉고차 기사를 옆에 앉혀놓고 상대방 쪽 장면을 상상하면서 찍었다. 첫 발을 쏘고 두 번째 발을 쏠 때 지안이의 상황이 어떻게 구현이 될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감독님하고 상상하면서 찍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성조의 성격과 전사를 구체적으로 연구했다며 “스나이퍼는 적이 올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다가 적당한 때 일격 필살하지 않나. 게다가 성조는 다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혼다가 이를 망가트렸을 때 흥분해서 한 방에 제압하는 거다. 코드 안에 도끼를 장착했다는 건 근접 기술도 있다는 소리다. 도끼를 잘 못 휘두르면 저도 다칠 수 있어서 연습도 많이 했다”라고 답했다.

액션 연기 각오도 남달랐다. “세 달 전부터 총기 관련 전문가를 만나 연습했다. 저격 자세, 파지법(움키어 쥐는 방법)을 익혔고 밀리터리 덕후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실제 스나이퍼처럼 보여야 했다. 겁 없이 스나이퍼 건을 귀마개 없이 쐈다가 고막을 다칠 뻔하기도 했다. 총소리뿐만 아니라 반동도 심해서 노련하게 다룰 수 있을까 걱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적 변화에 신경 쓴 티가 역력했다. 장발과 금니, 구수한 사투리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어떻게 하면 저만의 시그니처 금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맞추는 날까지 고민했다. 결국 윗니에서 아랫니로 바꾸는 걸로 결정했다. 금니를 착용한 여러 캐릭터가 생각났기 때문인데 아랫니가 더 야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금니를 끼니 발음이 새서 캐릭터의 재미를 줄 수 있었다. 성조는 무자비한 악인이면서 위트와 유머가 공존하는 캐릭터라 가능했다”라고 전했다.

전라도 현지인의 사투리 칭찬이 이어지자 흥분해 말을 이어갔다.

“대본에는 더 진한 전라도 사투리였고,  충분히 경상도 사투리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제가 모험을 즐기는 편이라 전라도 사투리를 고수했다. 사투리 선생님과 회의 끝에 요즘 트렌드로 순화된 버전을 선보였다. 지방에 가보면 서울말이 약간 섞인 사투리를 써 이상한 억양이 되는데 그걸 살려봤다. 매체가 발달하면서 언어가 많이 섞인 상황에 착안했다. 사투리 안에 정서도 들어가 있다. 특히 몰입하다가도 캐릭터에서 멀어지는 건 억양의 아쉬움이다”라며 철저하게 언어, 억양을 조절한 경험을 말했다.

성조가 최종 빌런 베일(조한선)보다 인상적이라는 평가에는 “베일이 두목이라면 성조는 행동대장이다. 기회주의자인 성조의 에너지는 악의 축 베일이다. 고아 출신이라 외로움이 많고 무엇보다 생존이 시급하다. 진만(이동욱) 쪽 보다 베일 쪽에 붙는 이유는 사이코패스지만 그래도 목숨은 건지겠다고 판단한 거고, 베일의 행동을 눈감아 주고 묵인한 거다”라며 캐릭터 구축 과정을 풀어냈다.

악당은 종종 연기했지만 온전한 악인은 처음이다. 그는 “성조 캐릭터가 작품 전체에 끼칠 영향을 걱정하며 영화 한 편 보듯 8부를 몰아 봤다”고. “시사회 때 1,2화를 스크린에서 봤는데 그때는 제 모습만 찾느라 마음 졸이며 긴장했었다. 모두 공개되고 이어 보니 작품 전체의 리듬과 템포가 즐겼다”며 완성도를 감탄했다.

성조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킬러이면서 동시에 능글맞다, 마치 전리품처럼 죽은 사람의 물건을 슬쩍하거나, 멋있게 등장하려고 폼 잡지만. 막상 문을 열지 못하고 낑낑 거리거리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유머러스함과 무자비함의 밸런스를 잡으려 고민이 많았다. 배우는 감독님께 여러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애드리브가 많았다. 위트 있게 하다가 다시 싸늘하게 돌아와 주는 표정과 대사의 톤을 바로 바로잡으면서, 감독님과 수위 조절에 신경 썼다”라며 주안점을 밝혔다.

성조 곁에는 ‘성불’이 따라붙는다. ‘성불하쇼’라는 말을 남발한다. “성불하라는 말은 성조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살육을 거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한다. 죽어서 지옥 갈 거라고 장담한다. 마지막 순간에 성불하라는, 명복을 빌어주는 말밖에 할 수 없겠구나, 죽음이 일상이자 가까이 있기에 고독하게 느껴졌다”며 캐릭터를 이해했다고 전했다.

서현우는 성조를 맡으며 희한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연기지만 배우도 사람인지라 캐릭터와 거리 두기는 힘든 법이다. “지안(박해준)의 부모를 해하는 장면을 찍고, 지안과 쇼핑몰에서 대치하는 장면이 가까워질수록 두근거렸다. 그 후 7-8화를 함께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나올 때 괜히 뒤통수가 따가웠다. 몸을 돌려 김해준 배우를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더라”며 곱씹었다.

어린 지안을 연기한 안세빈 아역과의 호흡도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매달려 있는 장면에서 감탄했다. 아이가 아래를 보고 떨어질 곳을 확인한 후,  저를 한 번 올려다보면서 눈물 한 방울을 똑 떨구더라. 제가 ‘정진만이 조카 맞구만..’이란 대사를 하는데 너무 놀랐다”고 운을 뗐다.

성조는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에서 시리즈로 옮겨지며 캐릭터를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진만의 과거를 통해 바빌론의 동료였던 다수의 킬러가 적이 되어 버린 상황과 마주한다.

‘진만’과 ‘성조’가 아닌 이동욱과의 눈빛 교환이 신기했다며 이동욱을 칭찬했다. “프로 중의 프로다. 찬물과 뜨거운 물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차가운 뱀파이어 느낌이었다가 촬영 끝나면 조곤조곤,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돌아온다. 역할 때문에 거리 두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다. 진만과 옥상에서 베일 옷을 태우는 게 처음 호흡을 맞춘 장면이었다. 그때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술 마시는 쓸쓸함이 묘하게 다가와 관객처럼 지켜보기만 했다.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배우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서현우는 빌런을 맡을수록 중립적인 나 자신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은 메서드가 아닌 중립적 연기라고 말했지만 비슷한 캐릭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어 연기 비결이 궁금했다.

“스스로 감정으로 연기하지 않으려고 제어한다. 과몰입하지 말자고 약속한다. 아이러니하지만 현장에서 더 쾌활하게 있으려고 했다. 역할에 빠져 고통받는 경우를 곁에서 봤기 때문인데 저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려고 장치를 심어 둔다”며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설명했다.

“시작은 연극 무대였는데  배우의 충만한 감정이 독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관객 중심으로 연기할까, 관객을 설득할 몰입을 유도할까만 생각했다. 그러려면 저의 지분을 포기하고 보는 사람의 지분을 늘려야 했다. 그렇다고 감정 없이 연기할 수는 없다. 감정과 동시에 정교한 행동을 선택하고 행위를 통해 관객이 동요하게끔 해야 한다. 이게 설명만 들으면 고도의 과학같이 설계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즉흥적이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할 때도 많다. 이런 접근을 즐기는 감독님과 잘 맞는 편이다”

이어 “제로베이스의 나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인간인지라 일말의 감정이 남아있다. 그걸 쉬는 동안 해소한 후 다음 작품에 살을 붙일 수 있게 백지화 상태로 만든다. 다음 캐릭터를 맡으면 그때부터 어떻게 빌드업할지 또 설렌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정교하지만 감정은 최소화하는 거다. 발라드 가수가 노래 부르며 울지 않는 것처럼 관객(시청자) 이 작품에 빠지도록 리드하는 게 배우의 몫이다”라며 연기론을 말했다.

성조는 본의 아니게 삼촌 때문에 삶이 뒤틀린 조카를 저격해야만 한다. 만약에 지안이라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지안의 심정에서 회상했다.

“성조는 진만이 민폐 삼촌이라고 생각할 거다. 한참 학교 다니고 연애할 나이에 지금 뭐 하는 거냐는 대사에 진심이 담겨 있다. 그런 말을 자주 중얼거리는데 쌓이고 쌓여 지안을 도발한다. 결국 마지막 쇼핑몰에서 터진다. ‘어디 한 번 쏴봐’라며 지안의 첫 살인을 유도하는 인간이다. 불에 타면서도 ‘너 그래가지고 지옥 가겠냐’는 말은 제 애드리브였다. 성조만의 합리화된 정당성으로 비장하게 죽으려고 했지만 예기치 않게 스프링클러가 터지면서 민망해진다. 그래서 ‘네가 선택한 게 나처럼 사람 죽이는 거야’라며 죽으면서도 지안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며 지옥의 길로 안내한다”

서현우는 시즌 2는 알 수 없지만 과거 이야기로 풀어도 좋겠다며 기대감을 품었다. 생활연기부터 독보적인 캐릭터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2022년 만해도 7여 개가 한꺼번에 쏟아져 열일 행보를 보였다. 올해도 벌써 <로기완>과 <삼식이 삼촌> 등이 상반기에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어떤 역할도 완벽히 소화하며 기시감 없이 다채로운 배우다. 언어에 탁월한 능력도 선보였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몇 안되는 배우일 거다. 그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글: 장혜령 사진: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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