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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임동규가 사이코패스 빌런을 연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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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이권 감독 인터뷰

2024년 디즈니+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성공역사는 이 작품을 통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릴 수 있었다. 삼촌이 남긴 수상한 쇼핑몰을 알게 된 조카가 위협을 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킬러들의 쇼핑몰>이 그 주인공이다. 강한 액션과 탄탄한 캐릭터 빌드업, 몰입을 자아내는 이야기라는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장점이 모두 담긴 이 작품은 큰 인기를 끌며 시청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자아냈다.

<킬러들의 쇼핑몰>을 성공으로 이끈 이권은 영화 <도어락>과 드라마 <구해줘2>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연출작만 보면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감독처럼 보이지만, 액션에 대한 강한 애정을 지닌 반전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이권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에서 제대로 액션 장르를 소화해낼 수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 했다.

장르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OTT 시장에서 더욱 주목을 받을 거 같은 감독, 이권을 키노라이츠에서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킬러들의 쇼핑몰>이 보여준 다채로운 액션부터 김혜준, 서현우, 조한선 등 맹활약을 펼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풍성한 대화가 이뤄진 만큼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원작 소설을 실사화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내가 감독인데 연출한 작품 중에 <살인자의 쇼핑목록>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이 작품 연출을 하면서 원작자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다 <킬러들의 쇼핑몰>을 발견하고 저한테 추천해줬어요. 제가 액션물을 좋아하는데 제대로 된 액션물을 찍어본 적이 없어요. 아내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액션물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하게 되었어요.

-연출에 있어 레퍼런스로 참고한 작품이 있는지 궁금해요.

<트루 로맨스>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의 장면을 일부 사용했어요. 민혜의 캐릭터 이미지의 경우 <공각 기동대>를 참고했어요. 드론이 날아다니는 건 <스타워즈>에서 수없이 나오는 거고 말이죠. 창고씬의 경우는 <에일리언>을 참고했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말하다 보니 너무 많네요.(웃음)

-작품마다 다른 액션 앵글을 선보인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매화마다 액션 컨셉을 좀 다르게 잡았어요. 무술팀에서 보통 주문한 시안을 다 편집해줘 주는데 그걸 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대신 풀샷으로 여러 각도로 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걸 촬영 감독님한테 공유해서 콘티를 어떻게 짤 것인가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4화에서 어둠 속 민혜의 액션은 호러영화에서 컨셉을 가져왔고, 5화에서는 민혜가 전면으로 나서면서 액션의 앵글이 달라져요. 이렇게 매 회차마다 다른 액션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액션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만큼 작품에서 신경 쓴 부분이 남달랐을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류승완 감독님만큼은 아니지만 “액션 좋아하니 한 번 제대로 해 봐라”는 아내의 말에 욕심을 냈어요. 물론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장면도 있었겠지만, 최대한 전체적으로 차가운 톤 앤 매너를 드라마 내내 유지하고 싶어서 액션도 그렇게 가고자 노력했어요. 액션 장르에서 핸드헬드를 많이 쓰는데 다 배제했어요. 카메라가 흔들리면 액션이 잘 안 보여요. 무슨 기술을 어떻게 쓰는지 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액션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리짝 영화들이라고 하죠. 80년대 영화 중에 장 끌로드 반담이 주연을 맡은 <블러드 스포츠>라는 작품이 있어요. 비밀범죄조직이 운영하는 무술대회에 세계 각지의 무술 고수들이 참가해 시합을 벌인다는 내용이에요. 여기에 대사 한 마디도 없는 배우가 등장하는데요. 이 배우가 무에타이를 하는 걸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무에타이란 것을 이때 처음 봤는데 그 어떤 무술과는 다른 움직임을 느꼈어요. 그때 너무 인상적이어서 지안이한테 무에타이를 시켰어요. 무에타이가 정말 멋진 격투기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컷도 많이 안 나눠서 촬영했어요. 그래야 액션이 돋보이니까요.

-좋아하는 할리우드 감독이 있다면 누구인지 궁금해요.

우선 너무 많아요.(웃음) 리들리 스콧도 있고, 조지 루카스도 있고, 토니 스콧도 있고요. <킬러들의 쇼핑몰>을 만들면서 토니 스콧의 <트루 로맨스>를 많이 참고했어요. 더해서 <시카리오>의 차갑고 절제된 느낌도 많이 가져오고자 했고요.

예를 들어 진만이 차량에 고립되어 있는 교전 상황에서 보통 영화 같으면 총을 쏘는 쪽을 보여줘요.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만과 파신만 포커스를 주었어요. 이 장면은 <시카리오2>를 참고했어요. 액션을 어떻게 찍는 것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문제라고 보고 말이죠.

-김혜준 배우를 정지안 역으로 고수했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같은 디즈니+ 드라마 <커넥트> 때문에 스케줄이 도저히 안 된다고 들었어요. 다른 배우를 알아봤는데 아시겠지만 캐스팅이란 게 쉽지 않잖아요. 3~4개월이 지나서 다시 제안을 주니까 배우가 수락했다고 하더라고요. 캐스팅 관련해서는 프로듀서 분이 따로 계셔서 저도 자세한 자초지종은 잘 몰라요.

저는 처음부터 혜준 배우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킹덤>에서 중전 이미지가 신선했어요. 당돌한 느낌의 중전이랄까. 아버지를 죽이잖아요. 그 강렬한 이미지에 저 배우는 누굴까? 호기심을 가졌던 기억이 있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구경이>도 그렇고 외모에서 지닌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을 때는 소녀소녀한 느낌이 있는데, 8화에서 각성할 때 눈빛은 촬영할 때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조한선 배우 캐스팅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요즘 친구들이 조한선이라는 배우에 대해 잘 모르더라고요. 임동규(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조한선이 연기한 배역)가 왜 여기서 나와? 하더라고요.(웃음) 한선 씨 캐스팅은 작품 초기에 결정된 거였어요. 참고로 한선 씨가 워낙 인성이 좋은 분이라 그런지 베일이 빌런이다 보니까. 연기하면서 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한선 씨의 경우 카메라에 나왔을 때 화면을 채우는 아우리가 있어요. 저는 베일이 진만을 압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때문에 이동욱 배우보다 더 키가 컸으면 좋겠다고 여겨서 (아우라를 풍기면서 키가 더 큰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어려움이 좀 있긴 했어요.

동욱 씨도 그렇고 한선 씨도 카메라에 잡을 때 이 “이 사람이 주연이구나”하는 아우라가 있어요. 5부 영상을 보면 베일이 상황실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잖아요. 그 모습이 와… B팀에서 찍고 있었는데 그래, 됐다! 베일은 분량이 많지 않아서 캐릭터 각인에 고민이 있었는데 이 장면으로 다 해결이 된 기분이었어요. 이 장면이 아마 초반 촬영이었을 텐데 보면서 와… 하고 절로 감탄을 했어요.

-스토리의 측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대사를 만들 때 저 같은 경우는 빌런들의 세계가 더 흥미로웠어요. 이들은 윤리의식이 없잖아요. 성조 캐릭터가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는데, 서현우 배우가 정말 잘해줬어요. 너무 마음에 들게 말이죠. 베일이 되게 쎈 캐릭터이긴 하지만 6,7화에 분량이 몰빵되어 있어요. 때문에 앞선 회차를 끌어가는 건 성조의 역할이었어요.

성조가 빌런을 잘 해줘야 주인공이 살아나는 거였는데 정말 잘해줘서 고마워요. 6부에서 보면 성조가 진만과 베일 사이에서 이러면 다 죽는다고 하는데 이게 진심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웃겼어요. 성조는 대사 하나하나가 다 진심이에요. 그게 정말 웃긴 캐릭터라고 봐요. 이렇게 말해놓고 베일이 먼저 지옥에 갔다고 여기니 롤렉스 시계를 가져가잖아요.(웃음)

(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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