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DalDal
재택알바 사기 경험담
유선전화 설치 강요
보이스피싱에 사용합니다.
제가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기당하는 거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바보 되는 거 한순간이네요.
취업에 간절한 마음을 인질 삼아
이런 걸로 남의 등을 처먹다니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상세한 이야기 시작합니다.
문제의 공고입니다.
알바몬에 올라온 재택근무 공고였습니다.
<비와이제이디자인>이라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재택으로 자재 발주 업무를 맡아서 하는
직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근무시간은 10시에서 오후 4시
4대보험을 제하고 190만원 고정 지급
6시간 근무에 나쁘지 않은 급여
게다가 재택근무라니 마음이 혹했습니다.
검색 포털에 회사 이름을 쳐봤습니다.
아무 정보도 나오지 않더군요.
조금.. 이상했지만
작은 회사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그냥 넘어갑니다.
취업 공고 사이트에서
구인하려는 회사는 광고 등록 전에
사업자 등록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인증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업정보제공업자는
증빙자료 사실을 확인한 뒤에
광고를 게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곳이 걸러지지 않습니다.
알바몬 인증기업 번호라고 뜨는
010-5842-3248 (대포폰이겠죠)
채용 담당자 박광우(가짜 이름이겠죠)
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전화면접에 통과되어 최종 채용됩니다.
딱 걸려든 거라는 거죠.
서울에 있는 회사에 이틀 출근해서
교육받고 바로 일을 시작할 거랍니다.
그런데 그전에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네요.
공고에 없었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교육을 받기 전에 먼저 집에
업무용 유선전화 두 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금 바로 통신사에 전화해서
본인의 명의로
(이거 이상한 겁니다)
회선 두 개를 신청하라고 합니다.
발주 작업이 전산으로 이뤄지고
그 전산에 유선번호가 연결되어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은 모두 회사에서 처리해 준다고..
아주 득달같이 다음날
전화기 두 대가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휴대폰으로 하면 안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업체에서 전화를 하면
담당자 유선번호로 바로 연결이 되고
그래야 정상적인 발주 작업이 된다며..
말이 이상하죠?
그런데 왜 그때는 이해가 됐던 걸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가 있는 곳이 오래된 아파트라서
회선을 하나만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전화 한 대가 설치됐어요.
전산등록에 이틀 정도 걸리고
다음 주 수요일쯤 교육할 테니
월요일에 전화를 준다고 합니다.
월요일 당일
연락이 없습니다.
전화를 하면 항상 통화 중입니다.
문자로 먼저 물어보면
그제야 전화가 옵니다.
전산팀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갔다.
전산 등록에 오류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교육 날짜가 점점 미뤄집니다.
정말 등록에 문제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저는 먼저 가입했던 통신사를 해지하고
다른 통신사로 재가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표번호 설정까지 하라고 하더군요.
1588, 1577 뭐 이런 대표번호요.
SK는 개인이 대표번호를 등록할 수 없지만
KT는 가능합니다.
이걸 이용하는 거 같더라고요.
여하튼 바보 같은 저는 정말 성실하게
해지와 재가입, 대표번호 설정까지 합니다.
그리고 직접 통신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착신전환 서비스 신청을 하고
그 사람이 불러주는 번호로 설정합니다.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였어요.
이렇게 되면 제 명의로 가입된 유선번호를
보이스 피싱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제 번호로 전화하면
자기네들이 받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전산작업에 오류가 날 수 있으니
전화선을 꼭 빼놓으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왜 몰랐을까요?
여하튼 통신사를 변경해 재설치가 마무리되고
그다음 주 월요일에 교육을 받기로 합니다.
금요일에 연락을 주기로 했어요.
당일이 되니 또다시 묵묵부답
문자로 먼저 문의하고
한 시간째 답이 없길래
전화해 보니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그리고 KT로부터 문자가 하나 들어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근 한 달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이렇게 정성스럽게
바보짓하기도 쉽지 않은데
당장 해지하려고 통신사에 전화했는데
수사기관에서 정지를 요청한 건이라
1년간 정지된 다음에
그 후에 자동으로 해지처리 된다고 합니다.
그 기간 안에는 모든 통신사의 유선을
개통할 수 없습니다.
이 문자를 받고 난 후에
채용담당자가 뒤늦게 보낸 답장이란 게
코로나 핑계를 댑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 수사대에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가지고 있던 주고받은 문자 캡처 사진과
공고 내용 올라왔던 사진
알바몬에서 왔던 알림 톡까지
메일로 전송했습니다.
제 번호로 사기를 당한 사람이 신고하면
경찰에서 소환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
증거자료로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합니다.
보이스 피싱 제보
국번 없이 1301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 수사단
02-2204-4979
혹시 저와 같이 피해를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신고하시길 바랍니다.
남의 돈으로 유선을 개통시키고
남의 명의로 나쁜 짓을 하는
보이스피싱범들이 혹여 잡히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아주아주 큰 벌을 받길 바랍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ㅠ_ㅠ
+
덧붙임
저 외에도 피해보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제가 번호 공개한 이후에
다른 번호로 활동중이래요.
이 번호도 조심하세요!!
댓글1
저도당했어요
ㅠㅠㅠ 이후에 금전적으로 또 피해받으신건 없ㅎ나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