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재해수욕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2497-1
협재해수욕장야영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2497-3
어느 날 문득 얼굴로 내려앉는 봄바람을 느낄 때 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제주도. 제주여행이라면 소박한 것일까?
요즘은 너도나도 타국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 필리핀 보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2월부터 뒤로 미뤄 온 대마도 여행이 4월로 미뤄져 대기하고 있긴 하지만…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https://tv.naver.com/v/48853593
얼마나 싸돌아다녔으면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야영장에 도착한 시간이 23시를 넘어서고 있을까.
처음 제주여행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다니겠다 마음먹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 동무가 생기게 되었고 제주도민과의 연락도 하게 된다. 아마도 그런 것이 삶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로캠핑 이튿날 아침.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야영장 05시 57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과 같은 때에 백패킹이었다면, 아마도 04시 30경부터 몸을 움직 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야영장이고 알람도 06시 30분에 맞춰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시간이 05시 50여 분이고 정신을 차린 뒤 시간을 보니 05시 57분.
06시도 채우지 못한 저질 수면 상태.
억울한 생각이 든다.
다시 도전.
1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단 의지로 눈꺼풀을 내리눌러 본다.
역시 노력을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가 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거의 1시간 정도를 더 잤다.
비록 1시간이지만 그 1시간 전에 일어났을 때의 몸 상태와 지금의 몸 상태는 현저하게 다르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밤에는 몰랐지만 자연광이 비치는 이 시간의 텐트 내부는 정육점의 고기가 된 기분을 알게 해준다.
더 이상 뭉그적 거리지 말고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아무리 솔로캠핑이라 하지만 여행 동무들과 만나야 할 약속된 시간이 날카롭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텐트 안에서는 온통 빨갛던 세상이 텐트를 벗어나니 온통 초록으로 변했다. 눈이 훨씬 편해진 느낌.
지난번 제주여행 때 이용했던 사이트는 다른 분이 둥지를 틀어놓고 계시다.
이곳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야영장은 2024년 3월 현재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제주 캠핑장이기에 캠핑을 즐기는 캠퍼라면 누구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마 저 분도 쿠니처럼 솔로캠핑을 즐기는 분이 아닐까 싶다.
규모가 조금 있는 쉘터 2동.
소재가 PVC 인지 우레탄인지 모르겠지만 전에 없던 쉘터 하나와 위오 아웃도어의 피크닉 쉘터 하나.
아마도 블랙쉘터는 취침용이고 투명 소재의 쉘터는 먹고, 마시고, 담소하는 생활용 쉘터가 아닐까 싶다.
그에 반해 소박한 나의 텐트는 스위스 알파인 클럽의 베가 텐트 레드.
캠핑의 형태가 산정으로 오르거나 장거리 트레킹을 포함하는 백패킹이었다면 보다 가벼운 텐트를 이용했을 테지만 이번 제주여행은 등짐을 메고 이동할 거리가 짧기에 공간이 더 넓은 알파인클럽 베가를 사용하게 된 것.
솔로캠핑용 텐트가 거기서 거기 같겠지만 상황에 맞춰 무게와 사이즈에 약간씩 변화를 준다. 조금 더 편하기 위해.
이전에는 무료 제주 캠핑장으로 바로 옆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많이 알려진 만큼 지저분한 상황이 더 많이 보이고 어제처럼 바람이 심할 때는 솔숲 안에 있는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야영장이 더 아늑한 편이다.
텐트 안의 짐을 하나 둘 꺼내 이번 제주여행에 동반한 미스터리랜치 멧카프 75L에 차곡차곡 담는다.
무료 제주 캠핑장인데 바닥에 매트도 깔아놓아 아주 고급지다. 솔숲 아래 초지가 초록 초록하고 이런 매트까지 깔아놓은 제주 캠핑장이 몇 곳이나 되려나? 게다가 무료라는 점에 그저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된다.
폴 빼서 배낭 안에 쿡 찔러 넣고 이너텐트 접어 넣고 나면 패킹이 마무리된다.
언제나처럼 동일한 패턴의 동작으로 착착 진행이 되니 텐트 설치를 하든 철수를 하든 대체적으로 5~10분이면 된다. 확실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모든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3박 4일간 입어야 할 옷, 침낭, 써머레스트 발포매트, 클라이밋 에어매트, 식기세트, 알파인클럽 베가 텐트와 맥다이버 그라운드시트, 중국 테무 發 미니 랜턴, 샤오미 보조배터리까지 갖출 것 다 갖췄음에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해 주는 미스터래린치 멧카프 75L.
그럼에도 불구하고 폼이 아름답고 가볍다.
무료로 제공해 주는 제주 캠핑장에서의 솔로캠핑.
그 감사함에 걸어 나오는 길에 보이는 오물을 줍는다. 금능해수욕장 야영장과 비교하면 그다지 뵈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눈을 부라리며 쓰레기라 판단되는 것들을 주워 담는다.
그런데…
사각 파이프로 자리를 잡고 합성 방부목으로 데크를 올리고 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투자를 한다는 것은 아마도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야영장이 유료로 전환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는지.
그러고 보니 안내표지도 새것으로 바뀐 듯하다.
공중화장실이 보이고 그 뒤로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나무가 솟아 있는 해수욕장이다.
3월의 평일 아침 주차장은 한산하다.
혹시라도 이곳 제주 캠핑장이 계속해서 무료로 운영된다면 날이 따뜻해짐에 따라 캠핑을 즐기는 분들도 많아질 것이고 주차장의 번잡도도 심해지게 될 것이다. 모든 캠퍼가 조용하고 서로 예의를 지켜가며 깨끗하게 캠핑을 즐긴다면 무료로 운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곳 제주 캠핑장이 무료로 운영되었어도 지역 경제발전에 효용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유료화로 전화하는 것이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더 나을 것이다. 여러 복합적인 사안이 있겠지만 유료화로 전환되는데 있어 일부분은 캠퍼 스스로 만든 결과일 수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내 어찌 감놔라 배놔라 하나.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변화라면 그저 따를 수밖에.
렌터카 뒤에 이번 제주여행의 동행자 역할을 해주는 미스터리랜치 멧카프를 살그머니 눕힌다.
바람이 꽤 심히 불어대지만 예까지 와서 바다를 안 보고 갈 수는 없는 일. 바로 앞으로 펼쳐진 제주 바다로 향한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비양도.
비양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림항에서 배를 탄다.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09시 한림항을 출발하는 배를 타고 들어가 15시 비양도를 떠나는 배를 타고 나오면 된다는 제주도에 속한 작은 섬이다.
전에는 카약을 타고 비양도로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오늘처럼 파도가 심한 날이라면 언감생심.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은 조개껍질이 많이 섞여 있어 모래사장이 다른 곳보다 흰색으로 보인다.
이 계절에는 세게 부는 바람에 날려 사라질까 우려해 방풍막을 쳐 놓은 상태라 볼품은 없다. 그러하기에 모래사장의 상상하는 풍경은 포기하고 멀리 제주 바다의 예쁜 색감을 가슴에 담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바다 위에 꽂아놓은 듯한 풍차도 볼만하다.
이렇게 세게 부는 바람이니 저 풍차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양도 많아지려나?
옹기종기 모여앉은 2~3층의 건물들.
서로를 의지하며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있지만 커다란 태풍이라도 몰아치면 걱정이 클 것 같다.
아무래도 난 바닷가에서의 삶은 힘들 듯하다.
솔로캠핑으로 하루 이틀은 지내는 건 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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