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62위로 추락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60위권 추락은 세 번째다. 집권 2년 만에 19계단 하락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21년만 해도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자유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자 언론 자유를 압수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2년 3월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 전위대를 세워서 갖은 못된 짓 다 하는데 그 첨병 중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주장할 때부터 사실 오늘의 폭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주요 방송사 기자들 다수가 속해있는 언론노조를 민주당 전위대로 바라보는 인식은 지난 2년간의 방송 탄압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뉴스타파·경향신문 등 기자들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최근엔 대통령 풍자 영상을 올렸던 시민까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공인 중의 공인으로, 언론이 가장 견제해야 할 대상이자 시민들로부터 풍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의 명예훼손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언론·표현의 자유가 질식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MBC 등 출입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테러 협박이었다. 언론계의 거센 비판 속에 그가 물러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기간 내내 대통령 부부의 심기 경호를 자처했다. 그렇게 MBC를 중심으로 무려 30건의 법정 제재가 나왔다. 대부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불편한 방송들이었다. 유례없는 ‘심의 폭주’에 보수신문까지 사설을 내고 우려했다. MBC의 신뢰도‧영향력 상승세에 정부여당이 1등 공신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돌아보면 지난 2년간 민주주의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입틀막’ 사건들이 너무 많았다. ‘바이든-날리면’ 사건 이후 대통령실은 MBC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고 외교부는 국익 훼손을 주장하며 소송에 나섰다. 문체부는 고교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의 수상을 경고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취임 100일 이후 기자회견은 전무했다.
오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우선 그릇된 언론관을 가진 인사들부터 용산에서 모두 내보내야 한다. 기자들을 더 자주 만나고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스스로 60위권 추락을 경험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결말을 떠올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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