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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외국기업 ‘뒤통수’ 역사…재팬리스크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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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라인 침공전]⑤정부·기업·사법기관 합심해 외국기업 공격하고 자국산업 보호


네이버가 공들여 키운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일본 정부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틱톡 강제매각법처럼 각 나라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넘어 외국 플랫폼 사냥에 직접 뛰어드는 시대, 한국 IT산업이 처한 상황과 대처 방안을 짚어본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네이버가 ‘라인’의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가운데, 앞서 해외 기업의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해온 일본 행정당국의 행태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외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온 연장선상에서 이번 라인 사태 역시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소재 수출 금지’


가장 최근 사례는 2019년 있었던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이다. 2018년 10~11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을 한국 대법원이 내리면서 시작된 한-일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은 이듬해 7월 일본의 ‘공업 소재 수출 규제’로 이어졌다.

당시 일본 총무성은 “보복이 아닌, 기존 수출구조의 재정비”라면서도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서”라는 허황된 명분을 내세웠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일본이 자유무역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잇따랐다.

제재 초기에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소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후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분야의 자립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수출 제한 조치의 실효성이 없어지자 지난해 7월 슬그머니 이 조치를 철회했다.

닛산 위협 받자 카를로서 곤 회장 일본에 강제 억류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사진=도쿄(일본)AP=뉴시스

2018년 11월 일본 검찰이 구속시킨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은 일본 정부를 속인 ‘긴급 탈출’로 널리 알려졌다. 이 사건의 배경에도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총동원 된 일본의 행정·사법당국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닛산은 합작기업인 닛산-르노 얼라이언스를 갖고 있었다. 이후 대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플로랑주 법’이 프랑스에서 발효되면서 르노의 영향력이 커지자 닛산의 지배력 약화를 우려한 일본 당국이 비위 혐의 등을 씌워 르노에서 내려보낸 곤 전 닛산 회장을 재빨리 구속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검찰은 곤 회장이 100억엔(약 90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가택연금 상태에 놓이자, 별건 수사를 통해 또다시 잡아 가두는 행태를 반복했다. 곤 회장이 처음 체포된 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CEO가 그를 비판하는 심야 기자회견을 여는 등 겅찰과 닛산이 획책한 ‘기획수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르노와 얼라이언스의 안정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일본 당국에 항의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서구 언론에서는 곤 회장에 대해 “기괴한 종교재판을 받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후 닛산의 지분구조 개선 요구 등이 잇따랐다. 곤 회장은 2019년 12월 전세기를 이용해 몰래 레바논으로 탈출하며 1년여 억류 생활을 마쳤다. 43%에 달하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의 르노 지분율은 2022년 10월 15%까지 낮추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로써 르노가 주도하던 얼라이언스 지배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번에는 네이버 노린 ‘라인 찬탈’ 시도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

라인의 모회사 A홀딩스의 자본관계를 재조정하라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역시 외국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과거 기조에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국민메신저’의 위상과 함께, 동남아 등을 포함해 이미 2억여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한 라인을 지배함으로써 신규 플랫폼을 키워내는 데 드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일본 총무성과 A홀딩스 주주인 소프트뱅크 등이 애초부터 라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LY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 3월 31일 스톡옵션 3000만주 가량을 포기한 것도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일본이 7월에 1만엔 지폐 인물을 기업가정신의 상징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로 바꾸고, 경제활력을 높인다며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 역행해 외국 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조정한다면 과연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일본에 주저 없이 진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기시다 정부의 지지율이 엄청나게 낮고 보궐선거도 패배하는 상황에서 일본 우익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 때리기를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궁극적으로 라인 지분 조정이라는 선례를 남긴다면 과연 일본에게 득이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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