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의 일부분은 실제 제 모습, 털털함을 핵심으로 한 후반부가 편했다”, “시청자분들께 행복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이뤄진 이 순간” 배우 이주빈이 ‘눈물의 여왕’ 천다혜를 매듭지은 흐뭇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앤드마크 사옥에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열연한 배우 이주빈과 만났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김수현 분), 3년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다.
이주빈은 극 중 홍해인(김지원 분)과 남매인 퀸즈그룹 3세 홍수철(곽동연 분)의 아내인 천다혜로 분했다. 당당한 바보 홍수철을 보좌하는 듯 이용하는 양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초반부의 유쾌함과 후반부의 감정전환을 상징하는 지점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또한 다양한 협박 속에서도 인간적인 양심으로 상황을 돌이키는 털털하면서도 순수다정한 면모는 배우 이주빈의 또다른 캐릭터감각으로 비쳐졌다.
이주빈은 인터뷰 동안 ‘눈물의 여왕’ 현장 안팎으로 느낀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감정선 변화나 장면전개 상 또 하나의 작품이 될 만큼 큰 비중이 느껴졌다. 스스로는 어땠나?
▲말씀하신 듯 다혜와 수철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게 느껴지면서,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당당한 바보 수철(곽동연 분)과의 케미 속에서 분량 대비 질 높은 캐릭터감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양심 있는 양아치’ 스타일의 천다혜, 이주빈은 어떻게 접근했나?
▲작가님과 감독님과의 서사정리를 통해 고아원 출신으로 미국 입양에서의 불행한 삶으로 애정과 인정이 고픈 아이라는 설정을 이해했다.
제가 생각했던 빌런들은 악행이 핵심인데, 그러한 심각한 빌런이라기보다 철없고 한심하지만 해맑고 단순한 캐릭터로 비쳐지길 바랐다.
-가장 재밌었던 장면과 감동스러운 장면은? 호흡상 난이도가 있었던 장면?
▲우선 재밌었던 장면은 제사 신이다. 화면 상 남편이 맞는 것에 대한 리액션 표현이었는데, 곽동연 배우의 미칠 듯한 호흡에 실제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또 위스키 마시고 들어가는 장면은 수철과의 호흡 자체도 그랬지만 현장 애드리브가 유쾌하게 펼쳐져서 재밌었다.
감동장면은 용두리로 돌아온 다혜를 사이에 두고 시어머니인 김선화(나영희 분)와 모슬희(이미숙 분)의 대면과 함께, 시어머니가 ‘내 손자야’라고 챙겨가는 장면이다. 모슬희 앞에서 정체가 밝혀지는 가운데서의 혼란 속에서도 그를 은연중에 구해내는 시어머니의 모습에 감동이 있었다. 난이도 측면에서는 장면상 매력이 언급됐던 놀이공원 신이다. 수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수철과 감정이 동기화돼야 하고, 혼자서 폭이 큰 감정변화를 표현해야 했기에 그 난이도가 분명했다.
-술을 몰래 마시는 등의 천다혜의 반전, 현실 이주빈과도 비슷한가?
▲다혜의 일부분은 실제 제 모습이기도 하다. 차분한 전반부보다 용두리에서의 털털함을 핵심으로 한 후반부가 편했다(웃음). 하지만 술은 좋아한다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못마신다.(웃음) 다음날 촬영이 없거나 체력이 괜찮다 싶으면 가볍게 즐기기는 한다.
-홍수철(곽동연 분)과의 순수바보 커플 연기는 어땠나?
▲곽동연 배우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고, 저는 나이가 좀 든 상태에서 연기를 하다보니 서로 비슷한 연령대로 생각하시니까 더 잘 맞아보이는 것도 있다(웃음)
캐스팅 직후 식사와 티타임을 통해 ‘잘 부탁한다’라는 말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 능청스러움과 감정을 오가는 정확한 전환점을 짚는 곽동연 배우를 따라가다 보니 잘 호흡할 수 있었다.
다만 그의 애드리브와 개그욕심으로 인해 현장에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웃음).
-인상깊은 피드백?
▲공항 도망신 이후에 SNS로 공항사진을 올렸을 때, 마침 수철이 용두리로 가서 물 타령을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때 글로벌 시청자분들이 ‘남편이 알프스산 물 찾고 있다, 물갖고 돌아오라’라는 말을 다국적 언어로 보내주시더라(웃음).
또 해외방영시간이 좀 차이가 있었던 것을 알지 못했던 시점에 SNS에 관련 사진을 올렸다가 ‘스포당했다’고 해외 팬들이 피드백을 주셔서 많이 보시는구나 싶었다.
-부부연기를 해본 지금,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나?
▲어렸을 때는 27세쯤에는 결혼할 줄 알았는데, 일을 하다보니 자꾸 밀리더라(웃음). 그래도 아이를 갖고 싶은 욕심도 있고 하니, 마흔 전에는 늦지 않게 하고 싶다.
-천다혜 호흡을 스스로 점수매기자면?
▲스스로는 60점을 주고 싶다. 반 이상은 했지만 엄청 만족하지는 않는다. 제 연기보다 상대배우의 에너지,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의 편집 등 노력이 더해져서 잘 비쳐진 것같다. 아쉬움이 있지만, 제 인생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범죄도시4 촬영기간과는 맞물리지 않았나?
▲지난해 초까지 촬영을 마무리하고 1~2달 있다가 눈물의 여왕에 들어가서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2022년쯤 제안받았는데, 상업영화 첫 도전인 제게 어떠한 믿음을 지니셨는지 궁금했다.
아날로그 식의 형사들과는 달리 사이버수사대의 젊은 호흡을 요구하는 캐릭터로서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장이수(박지환 분)과의 케미가 돋보이는 잠입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한 번에 가자는 말씀과 함께 단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최근 뜨거운 인기, 꾸준한 성장세 소회는?
▲연습생 시절 뮤비출연을 계기로 몇몇 팬이 생겨서 ‘걸그룹 연습생’ 수식어를 가졌지만 그저 일반인에 불과했다. 그 이후 연기데뷔를 연계한 아이돌로서의 데뷔를 몇 차례 준비하면서 대학생활을 했다.
평범하게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벌고, 오디션을 보고 연습하고 그렇게 보냈었다. 스물 셋쯤 피팅모델·메이크업쇼 등으로 일하다가 광고모델, 단역으로 올라섰고, 결국 ‘미스터션샤인’으로 처음 제대로 제 모습을 보였다.
좌절이라는 말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의 기대와 실망의 반복이 거듭된 20대였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이순간 연기에만 욕심내는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기작 ‘보호자들’ 출연을 확정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비주얼이나 성격이 강한 매력캐릭터들을 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주인공 위치에 있다. 뭔가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게 아닌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이 비쳐질 것이다.
무도능력자라는 캐릭터 설정에 맞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범죄도시’ 인연의 마동석 선배가 케어해주시는 빅펀치에서 연습하고 있다.
함께 운동하는 안지혜 배우(넷플릭스 ‘황야’ 이은호 역)에게 ‘액션연기가 쉽지 않다’고 들어서 마냥 욕심내지는 않지만, 그러한 상태가 될 때까지 노력은 해볼까 한다(웃음)
-앞으로의 각오?
▲감초캐릭터와는 다른 무게감있는 주인공 도전을 하면서,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과 소통하는 폭을 더 넓혀야겠다. ‘내 몫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함께 참여하고 이해하는 눈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시청자분들께 행복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이뤄진 이 순간 정말 기분 좋다. 앞으로 더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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