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이름은 나나. 고창석을 닮았죠.
Q. 안녕하세요, 본인과 반려견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나나의 언니 도르네로입니다. 저는 동네의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고 있어요. 임상병리사라는 직업이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건강검진할 때 피 뽑고, 검사하는 사람입니다. 나나는 비숑프리제 여아로 올해 8월 3일 자로 7세가 됐어요. 가족이 된 지는 4년 조금 지났네요.
Q. 큐티뽀짝 나나 자랑 좀 해주세요!
자랑이라면 장기 같은 이색적인 모습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저희 나나는 이렇다 할 장기가 없어요. 그래서 타고난 모습을 자랑해 보겠습니다.
나나는 모량이 정말 많아서 뽱실뽱실해요. 여름엔 짧게 미용해 주지만, 겨울에는 셀프로 위생 미용만 해주고 털을 계속 기르죠. 겨울이 지나 초봄이 올 때쯤 나나의 모습은 정말 거.대.해.집니다. 이때 나나는 주로 고창석, 밥아저씨로 불려요.. 털이 얼마나 빵실해 지냐고요? 겨울의 나나를 보고 여름의 나나를 본 분들은 충격에 빠져요. <얘가 나나라고요...?>라며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실 정도죠.
털에 관련된 웃픈 일화가 있어요. 초겨울 머털도사가 된 나나를 저희 아빠가 산책시키러 나가셨죠. 횡단보도 신호 대기 중 저 멀리 진돗개 한 마리가 뛰어오더니 나나를 물려고 했대요. 다행히 황급히 피하면서 큰 문제가 없어 보여 보호자끼리 번호만 교환하고 집으로 돌아오셨죠. 사연을 듣고 제가 나나 털을 빗으며 꼼꼼히 살피는데, 귀쪽에 촉촉하게 뭉친 털이 보이더라고요. 자세히 살펴보니 털이 몇 가닥 뽑혀있었죠. 다행히 상처는 없었어요.
그런데 만약 이렇게 털이 없었다면 나나 귀에는 상처가 나서 피를 보았겠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철렁하지만, 머털도사인 덕분에 털 몇 가닥 뽑히는 걸로 끝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한 건지도 모르고 마냥 해맑았던 나나를 보며 웃음만 나온 기억이 나네요.
Q. 온 가족의 사랑을 받는다는 나나, 어떻게 가족이 됐나요?
평소 반려견 입양을 원했던 저는 사회인이 돼 고정수입이 생기고부터 <독립하면 강아지 키울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엄마의 털 알레르기에 사실 독립 전 입양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한참 일하고 있는데 엄마에게 카톡이 왔어요.
엄마 : 비숑. 3살. 여자아이
나 : ???ㅇㅇ
엄마 :오늘 데리러 간다
카톡 내용 뒤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죠? 입양 Ssul은 러브둥둥 인스타툰으로 확인해 보세요. (꿀잼 보장)
나나를 보호하고 계시던 반려견 미용실 실장님이 나나를 예쁘게 미용까지 해주셨어요. 가족들과 만나는데 첫인상이 좋도록 예쁘게 해주고 싶어셨다죠. 그날 오후 나나는 드디어 저희 집에 왔습니다. 사실 나나는 파양을 8번이나 겪은 터라 환경 변화가 무척 많았어요. 그런 연유로 저희 집에 온 뒤 오랫동안 구석에서 안 나오고, 배변 실수도 심했죠. 계속 사람 눈치를 보며, 무서워하기도 했고요.
부모님은 나나를 구석에서 끄집어 내보려고 하셨지만, 이럴 땐 그냥 놔두고 편안함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 모두 나나가 스스로 걸어 나오길 기다렸죠. 6개월 걸렸어요. 나나가 눈치 안 보고 간식을 보고 눈을 빛내며 덥석 먹기 시작한 게요. 그전엔 간식을 주면 또 버린다고 생각하는지 먹지도 않고 온종일 구석에만 있거나 배변 실수를 했죠.
나나가 스스로 나온 날은 한우를 구웠었어요. 엄마가 한우를 굽다 한 점 잘라 나나에게 주었더니, 나나가 맛있게 먹고 눈치도 안 보더래요. 그날 저녁은 배변 실수도 안 했어요. 돌이켜보면 모두에게 엄청난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힘들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동물병원에 조언을 들어가며, 나나가 또 아픈 경험을 겪지 않도록 참았죠.
나나랑 가족이 된 지 벌써 4년이 넘었네요. 나나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답답함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나나가 없는 집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정도 많이 들었어요. 엄마는 제가 독립하면 나나는 두고 저만 나가라 하십니다. 아빠의 모든 바지, 겉옷 주머니에는 나나 물건이 나오고요. 저희 가족에겐 놀라운 변화예요. 솔직히 저희 집도 사람이 먼저인 집이라 나나를 데려오고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 찐 가족이에요.
Chapter 2
밤새 듣고 싶은 나나 이야기
Q. 나나의 이 영상은 아무리 봐도 웃음버튼이에요. 우리 나나는 편견(?) 없는 사랑꾼인가 봐요!
(조각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 나나의 이 영상 못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영상을 찍은 날은 나나와 애카(애견카페)에 놀러 갔었어요. 잔디밭에서 신나게 놀고 실내에 들어와 쉬는 중이었죠. 그때 나나는 열심히 냄새를 맡더니 웰시코기 모형을 발견했죠. 웰시코기 모형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나가 열심히 구애를 시작했어요. ddongggo 냄새도 맡고, 재롱도 피우고, 살짝 건드려도 보며 열심히 구애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10~20분은 열심히 어필했는데, 문득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온 ‘조각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이 생각나더라고요. 나나는 원래 종, 크기 상관없이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사랑꾼 재질입니다. 웰시코기 모형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으면 모형에까지도 사랑이 빠지는지… 아무튼 우리 나나는 정말 사랑꾼이랍니다.
Q. 도르네로(나나 언니)님이 ‘138만 원짜리 산적꼬치’라 명명한 대사건이 있었다고요?
나나와 살면서 매 순간 잊을 수 없지만 여러 사람이 경악한 추억이 있지요. 저는 이 사건을 ‘138만 원 산적꼬치 사건’이라 부릅니다.
때는 2022년 설날. 명절이라 열심히 전을 부쳤고, 산적꼬치도 만들었죠. 열심히 준비해 놓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나나가 노란 구토를 했어요. 저는 공복토인줄 알았지만… 나나는 새벽에 저희가 실수로 안 치운 산적꼬치를 먹었던 거였어요. 이쑤시개만 쏙 빼고 내용물만 먹었더랬죠. 괜찮은 줄 알았지만 저녁에 나나가 두세 번 연달아 구토를 했고, 혈액이 섞여 있었어요. 혈액 색이 진한 걸 보니 소화기관을 거쳐 나온 게 아닌 그 위에서 나온 것 같더라고요. 그 순간 나나가 이쑤시개를 먹었다고 판단돼 바로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근처 병원에는 나나를 정확히 진료해 줄 사람이 없다고 해 더 멀리 있는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 결과 내시경을 하고, 이쑤시개가 발견 안 되면 바로 개복수술을 하기로 했어요. 간단한 피검사 후 내시경이 바로 시작됐고 30분 정도가 지났더니… 선생님이 진료실로 저와 엄마를 부르시더라고요. 책상에는 하얀 거지 위 이쑤시개가 올려져 있었어요.
선생님 : 위내시경으로 발견한 이쑤시개입니다. 이거 하나 먹은 게 맞을까요?
저 : 네네! 그거 맞아요. 하나예요. 세상에 이걸!! 하하!!!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안심이 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 박수까지 치며 웃었습니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나나를 하루만 입원시키고 나왔는데요.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며 한 번 더 웃었습니다.
동물보건사 : 진료비 138만 원 나왔고요. 입원비는 내일 오시면 그때 결제하실게요.^^
세상에나… 산적꼬치가 138만 원이라니. 신라호텔 에디션도 아니고… 다행히 나나를 위한 적금이 있어서 그걸로 진료비를 결제하고 나왔죠. 나나는 다음날 퇴원해 밥도 잘 먹고 ddong도 잘 눴습니다. 저희 집은 그 이후로 산적 꼬치를 안 먹어요…
Q. 털부자 나나에게 스토리가 넘쳐나네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댕댕이 모임에 자주 나가시는 것 같아요. 특히 비숑 떼샷(?)은 정말 너무 귀여워요. 우리 나나는 비숑 모임에서 잘 노는 편인가요?
댕댕이 모임을 나가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어요. 반려동물 공공 놀이터에서 나나를 예쁘게 봐주신 한 반려인 분(용이 보호자님)과 연락처를 교환했다가, 애카에서 같이 놀자고 먼저 권해주셨죠. 그렇게 애카를 다니다가 여러 보호자님들을 만났고, 지인의 지인까지 모임의 일원이 돼 지금의 모임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비숑 친구들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댕댕이 친구들도 합류해 그냥 멈머들의 모임이 됐어요. 단지 비숑 분포가 조금 많을 뿐… 처음엔 애카에 가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모임 보호자님들이 모두 좋으신 분들이고, 다 같이 공동육아를 하게 돼 편하기도 합니다.
멈머들 떼샷은 사실 ‘간식의 힘’이에요. 모임에 수제간식을 잘 만드시는 분이 계세요. ‘누리’라는 반려견을 키우시는데, 전 그분을 마음으로 ‘간식이모’로 부르죠. 선물해 주신 간식을 먹일 때 저도 입맛을 다시게 된답니다. 올해 3월 다시 빵실(?) 해진 나나를 데리고 모임에 나갔는데, 모임 보호자분들이 다들 웃으셨죠. 사진을 찍었더니 저희 나나가 압도적으로 거대하게 나와 웃었던 기억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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