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이어 MBN 사극으로 돌아온 김지수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지수 작가는 2000년 드라마 ‘나쁜 친구들’부터 ‘용서’, ‘산 너머 남촌에는 시즌2’, ‘아들녀석들’까지. 미니시리즈,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21년 ‘보쌈-운명을 훔치다’로 오랜만에 복귀해 ‘사극’에 도전한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당시 MBN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MBN 토일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왕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 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조선판 로맨스 드라마로, 퓨전 사극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 ‘익숙함’과 ‘새로움’의 적절한 조화…김지수 작가가 사로잡은 주말 시청자들
‘용서’, ‘이제 사랑은 끝났다’, ‘산 넘어 남촌에는2’ 등 김 작가는 초반 여러 편의 아침 드라마를 집필하며 ‘아는 맛’을 흥미롭게 조화하는 힘을 보여줬었다. ‘용서’에서는 두 여자의 삶을 통해 가족애의 의미를 짚었다면, ‘산 넘어 남촌에서가2’에선 농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갔다. 농촌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되, 도시에서 농촌으로, 또 외국에서 농촌으로 온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구축해 나갔었다.
주말드라마 ‘아들 녀석들’에서도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아들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의 정의를 생각해 보게끔 하는 등 ‘가족애’, 또는 ‘삶의 행복’과 같은 익숙하지만, 따뜻한 주제로 시청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도전’에 방점을 찍는 작품들은 아니지만, 긴 서사를 흥미롭게 끌어나가는 힘을 발휘하며 긴 시간 꾸준히 활동했었다.
2021년 ‘보쌈-운명을 훔치다’로 ‘사극’으로 장르 스펙트럼을 넓히며 내공을 제대로 입증했다. 생계형 보쌈꾼 바우(정일우 분)가 실수로 옹주(권유리 분)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 비극적인 운명에 휩쓸린 주인공들이 시대적 한계에 맞서는 모습을 통해 ‘퓨전 사극’의 묘미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이이첨의 역모를 둘러싼 권력 암투로 사극의 무게감을 구현한 한편, 바우와 수경의 애틋한 로맨스를 조화롭게 담아내는 내공이 특히 빛났다. 당시 첫 방송을 3.1%로 시작한 ‘보쌈-운명을 훔치다’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13회에서는 8.7%를 기록, MBN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었다.
‘세자가 나타났다’에서도 통통 튀는 전개로 흥미를 유발하는 ‘퓨전 사극’의 재미를 구현 중이지만, 동시에 대비 민수련(명세빈 분)과 최상록(김주헌 분)의 비밀에 맞서는 세자 이건(수호 분)의 활약을 통해 궁중 암투의 긴장감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간택’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대적 한계와 아픔을 조명하는 등 퓨전 사극이라 가능한 ‘새로운 메시지’를 향한 기대감도 유발 중이다. 물론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을 얼마나 조화롭게 그려낼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김 작가의 내공이 ‘세자가 사라졌다’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여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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