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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만히만 있어도 시급 180만원 주는 이 꿀직업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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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넷플릭스 ‘The 8 Show’의 한재림 감독을 만나다

넷플릭스 시리즈 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시간이 흐를 때마다 돈을 버는 달콤살벌한 콘셉트의 희비극이다.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직역하는 원초적인 이야기는 없어서는 안 될 ‘돈’을 화두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믿고 보는 여덟 배우의 다채로운 캐릭터와 연기가 독보인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웃픈 자화상을 신랄하게 풀어내며 미장센과 음악까지도 강렬하다.

지난 5월 2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을 만나 캐릭터와 설정,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연출적 욕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의 호연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해,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비상선언> 등 탄탄한 이야기와 색다른 감각, 무엇보다 최고의 배우들과 협업했다. 첫 시리즈를 연출 플랫폼도 업계 최고인 넷플릭스다.

“영화와 시리즈는 비슷해 보여도 달랐다. 영화는 돈을 내고 제 영화를 보러 와준다는 기쁨이 있다. 극장이란 공간에 들어온 관객은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다. 영화는 감독의 호흡과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지만 시리즈는 시청자의 저항(전화, 화장실, SNS 등등)을 깨야 했다. 시청자의 이탈을 막고 몰입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빠른 템포의 편집, 음악 등을 다듬었고 한 에피소드가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갈 때. 빨리 보고 싶게 유혹하는 점이 영화와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저를 잘 모르는 전 세계의 시청자에게 제 작품을 소개하는 첫 경험이었다. 넷플릭스와 작업해 보니 편집에 크게 관여 안 하면서 창작자를 많이 존중해 주는 게 느껴졌다. 영화는 모니터링 시사를 수없이 하는데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는 전혀 안 하더라. 원작자 배진수 작가도 여러 가지로 열어 주었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원작과의 차별점과 원작에서 이것만은 가져가고 싶다는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

“원작은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주인공이 등장한다. 블랙코미디적인 부분은 원작을 따왔고,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게임이 끝나는 규칙 안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재미 중요하다는 설정을 더했다. 자본주의와 사회 부조리, 계급 간의 갈등, 영화적 메타포,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강박을 녹이려고 했다.

그렇게 정하고 글을 쓰다 보니 제가 관객(시청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고민하는 갈등과 맞아떨어졌다. 주인공의 심리와 (제가) 일치되는 순간이었다. 7층을 영화감독으로 설정하면서부터는 전체를 영화의 메타포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도파민이 최고인 시대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관객(시청자)이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보게 할까?’란 고민이 전체적인 갈등과 맞닿아 있다.

해학, 조소, 자조, 풍자가 뒤섞인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하나, 선과 악 자체가 있냐고 물으면 상대적이라고 답하겠다. 어떤 사람을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욕하는 것도 그래서 싫다. 남한테 여러 소리 듣는 사람이 저와 개인적으로 친할 수도 있는 거니까.. (웃음)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다고 믿고 싶다”

-3층만 이름이 있다. 그것도 원작자인 배진수의 이름을 사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일단 이름이 필요했었다. 어떤 이름을 할지 고민하던 중 주인공을 3층(배진수)으로 하고, 내레이션도 집어넣는 이유다. (3층 빼고) 이름, 전사를 배제하고 층수로 불리게끔 의도했던 건 다양한 인물에 이입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편집되었지만 배진수 작가가 감독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도 찍었었다. 첫 장면도 무성영화처럼 시작한다. 진수가 사채업자에게 쫓기다 도망하는 게 하필이면 영화 촬영장인 것도 설정이다. 잘 보시면 촬영하는 영화가 <머니게임>이다. 작품 속에 감독으로 원작자를 앉히고 내가 내내 찍는 건 진짜 같은 가짜 영화인 거다”

-진짜 같은 가짜 유니폼, 조명으로 만든 물 없는 수영장, 먹지 못하는 핫도그, 돌아가지 않는 회전목마 등 미장센과 콘셉트, 소품 활용도 재미있다.

“우리가 공평하다고 믿는 민주주의도 가짜, 가지고 싶다는 욕망도 진짜 같은 가짜일 수 있다. 영화 소품도 진짜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짜다. 이러한 영화적 순간을 다 넣으려고 했다. 유니폼은 촬영 직전까지 여러 논리가 맞지 않아 고민이 컸는데 김대승 프로듀서가 번뜩이는 의견을 냈고 그 콘셉트에 따라 층마다 의상도 다르게 캐릭터링 해나갔다”

-각층 캐스팅의 기준도 궁금하다. 대부분 작업해 본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천우희와 문정희, 이주영은 첫 호흡이다.

“제가 배우 복이 많다. 코멘트 중에 ‘연기 구멍이 없다’는 멘트가 가장 좋았던 후기여서 기억한다. (웃음) 천우희는 <곡성>의 연기가 인상적이라 늘 궁금했었다.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재미를 추구하는 8층에 어울렸다. 알고 하는 건지 모르고 하는 건지 의심되면서도 무서울 것 같았다. 후반부의 중요한 장면도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순수하고 예쁜 모습, 극단적인 것까지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친구다. 한국의 엠마 스톤이라 말하고 싶다.

문정희는 중요한 캐릭터였다. 연기를 못하면 역할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고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5층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문정희를 떠올렸고 현장에서의 전율, 편집하면서 더욱 놀랐던 기억이다.류준열은 지금까지 안 해본 캐릭터라 제안했는데 시나리오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다. <더 킹>의 인연이 컸던 것 같다. 이열음도 <비상선언>때 만났다. 이 친구는 열심히 하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이는데 4층처럼 푼수기가 있다.

박정민도 천우희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친구다. 지적이고 이지적인 역할을 안 해 본 것 같아 제안했다. 설명과 지식 전달하는 캐릭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점을 진지하고 미스터리한 꿍꿍이가 있는 듯해 보이는 캐릭터로 잘 해주었다. 코코더의 완벽한 모사(?)를 위해 매일 리코더 선생님의 집에 가서 연습했었다. 코로 부는 동작은 진짜고 소리는 리코더 선생님이다.

배성우는 웃음과 슬픔, 나쁜 것마저도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 광대에 적격이었다. 박해준은 이미 <독전>에서 마음을 빼앗겨 버려서 <비상선언>때 호흡이 좋아 시나리오 쓸 때 <비상선언> 막바지라 제안했는데 승낙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주영은 박해준과 맞서는 인물이어야 했고, 키뿐만 아니라 싸웠을 때 대등한 피지컬이어야 해서 캐스팅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이주영만큼 큰 키의 배우가 많지 않다.

-8명의 인물 중 공감 가는 캐릭터는 누구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나.

“3층 진수에게 공감했고 저를 투영하기도 했다. 치졸하고 비겁하고 바보 같은 인간적인 면이 끌렸고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캐릭터였다. 7층 영화감독도 반영되어 있다. 정민이처럼 똑똑하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가 품고 있는 ‘재미’라는 큰 맥락을 어떤 식으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지점이 닮았다.

‘7층이 ‘계단이 아니었군요’하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그럼 뭘까 다들 고민했는데 ‘보시기에 재미있어야겠다’는 말을 한다. 그게 시리즈의 주제인 거다. 카메라를 비추고 간질약까지 보여주는 유머까지 제 스타일이었다. (웃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규정해 주는 부분이면서도 사회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점이다”

-위층(기득권)은 악하고, 아래층은 선하다는 이분법적 구도로 나뉜다는 의견도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2층도 후반부에는 위층을 묶는다. 시청자는 선악을 나눌 수 있겠지만 연출자로서는 선악을 평가하지 않았다. 약자와 강자는 계급으로 나뉠 수 있지만 계층을 대입해서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층으로 계급을 나누어 쉽게 이입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공평해 보이는 쇼에서 모두가 공평하다는 가짜 믿음을 품고 살는 지금, 시청자가 쇼 안으로 들어오면서 진짜처럼 보이길 바랐다”

창작자의 고민과 영화를 향한 메타포

-쇼가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며 점점 자극적으로 변질된다. 장기자랑, 왕게임, 숨바꼭질, 스무고개, 화장실 정하기 등을 선정한 기준이 있을 것 같다.

”7층의 추리대로라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재미는 곧 웃기는 거다. 처음에는 순수한 유머를 추구하다가 점차 자극적, 선정적으로 변한다. 주최 측은 점점 시시하니까 질려 버린다. 이게 바로 작품을 만들면서 어디까지 재미를 추구해야 할지 설정하는 고민이고 한계점이다. 즉, 주최자는 시청자인 셈이고 전체적으로는 저의 고민이자 상징적인 영화의 메타포다.

그래서 더 자극적으로 갈 수 있었지만 윤리적으로 도덕적인 부분도 고려해서 찍었다. 시나리오 쓰면서 이 부분은 시청자가 좋아할 것 같지만 저의 작품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까 봐 고민이 많았다.

예를 들면 8층과 6층의 베드신 장면을 생략하거나, 발톱, 이를 뽑는 장면은 결과만 보여주고 소변보는 장면도 스크린으로 비친다. 절제하고 정보 전달만 하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도록 했다. 다 보여주면 시청자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요즘 복수라는 도파민을 자극하면 이른바 ‘사이다’라고 말하잖냐. 저의 논리와 문제 제기에 상충하는 거라 일부로 배제했다”

-1층이 후반부 한바탕 광대놀이를 하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도 영화라는 거대한 메타포의 일환인가.

“두 가지 말하고자 했다. 욕망을 가졌어도 절대 할 수 없는 것. 즉 층을 바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의 한계다. 층을 바꾸고 싶은 욕망이 외줄 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 힘겹게 올라갔지만 다시 돌아가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다.

1층은 찰리 채플린을 닮은 영화의 순간 자체다. 마지막에 영사기를 붙잡고 떨어지는 데 영사기는 진짜 같은 가짜를 표현하는 기계고 필름이 불타면서 죽는 장면은 사라지는 시네마를 의미한다. 숏츠처럼 도파민과 재미만 추구하는 시대를 맞은 저의 고민이다.

자본주의 극에서 자본주의 시스템 속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도 <모던 타임즈> 음악이 흐른다. 구성도 같다. ‘우리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말투다. <모던 타임즈>도 자본주의를 비판하는데 무성영화와 시네마의 향수,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투영되었다”

-계단, 세트, 계급 등 아무래도 <오징어게임>과 비교된다. 아직 <더 에이트 쇼>를 보지 않은 시청자를 위한 영업멘트(?) 부탁한다.

“사실 영상화 제안을 받았을 때 오겜은 없었다. 준비 중에 공개되어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웹툰 <파이게임>이 나와서 오겜과 차이점을 발견했다. 오겜은 인물 각각의 사연과 주최가 있고, 상대방이 죽어야하는 게임이다. 장르적 쾌감도 상당하다. 주인공에게 이입(우리 편) 해서 스포츠 경기처럼 싸운다.

반면, 는 죽으면 안 되는 구조고 주최 측도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가 느낄 스트레스가 크다. 오겜은 일단 주최 측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는 관망자로 바뀌면서 죄책감을 한시름 놓게 된다.

(요약하자면) 두 작품은 전혀 다르다. 오겜의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고고 싶다면 라고 말하고 싶다”

한편,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자 믿고 보는 배우 8인이 선보이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 ‘시간이 흐르면 돈이 쌓인다’는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흥미로운 소재인 (더 에이트 쇼)는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 넷플릭스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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