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염증성 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은 최근 국내에서 환자가 늘고 있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여 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환자의 고통과 사회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 또한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국내 환자의 절반 정도는 증상이 나타난 지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과거에는 환자가 드물었지만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두 질환의 증상과 경과 및 치료 방법 등은 비슷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되어 염증과 얕은 궤양이 연속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고 크론병은 염증이 위장관 어디에나 생길 수 있으며 장벽 전체에 깊게 생기는 특징이 있다.
만성적으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합병증 및 장관 외 증상도 동반되는 질환인 만큼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반복적인 수술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의 위협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염증성 장질환의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여러 임상과의 협진이 필수적이며, 장기적인 질병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학제 통합 진단 및 치료 서비스]
올해 2월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은 개원과 함께 4개 이상의 임상과가 모인 염증성장질환센터를 개소해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위한 다학제 통합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화기내과 정성애·송은미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센터는 수술적 치료를 위한 대장항문외과 김광호·노경태·한명현 교수와 자기공명(CT) 조영술 검사와 판독을 위한 영상의학과 백승연·이정경 교수, 소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 등이 속해 있다.
이외 염증성 장질환에 전문교육을 받은 전담 간호사를 배치해 환자들이 약물과 수술 등에 대한 상시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환자들의 일상생활 관리는 물론 심리적 불안 해소 등을 위한 전문 상담 코디네이터도 두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동반하기 쉬운 자가면역질환인 건선, 포도막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관리하기 위한 피부과, 안과, 류마티스내과 등과의 협진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며, 격월로 염증성 장질환에 특화된 영양사가 영양교실을 열어 식생활 및 생활습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여성친화적 맞춤형 서비스]
이대서울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친화적인 병원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임신, 출산, 육아 및 소녀에서 여성에 이르는 여성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정성애 염증성장질환센터장은 “염증성 장질환은 15~35세의 젊은층 발병률이 높아 가임기 연령에 속하는 환자가 많다”면서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 임신, 출산, 육아기의 질환 관리인데 무조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여성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임신부터 출산까지 질환의 경과를 기록한 장기 등록데이터(Registry)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진료 지침을 마련해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는 가임기 여성 환자들을 위한 임신수첩인 W(Woman)다이어리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해당다이어리는 임신 주차별로 환자가 자기 상태를 상세하게 기록해 진료 시 활용 가능하다. 임신기의 질환 관리, 치료 약제의 임신·수유 시 안전성, 출산 이후 일반 신생아 대비 예방접종 시 주의사항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정 센터장은 “그간 축적해 온 치료 노하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의 문제, 가족의 문제, 삶의 문제들을 함께 공감하고 해소하며 환자들과 ‘동행’하는 의료 서비스 제공이 궁극적인 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의 검사와 치료]
염증성 장질환은 한 가지 방법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으므로 여러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듣고 진찰을 한 후 혈액검사와 더불어 대장 엑스레이 촬영 혹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항문과 직장 및 대장 내부를 검사한다.
크론병의 경우 소장의 엑스레이 검사도 해봐야 한다. 필요 시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농양이나 천공 등의 합병증을 검사하기도 하며, 동위원소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도 필요할 수 있다.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이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약물요법이 우선이다.
약물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거나 장 협착, 장 폐쇄, 천공, 누공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식이요법도 병행돼야 한다. 복통과 구토, 식욕 부진과 흡수 불량 상태가 지속돼 영양이 결핍되기 쉽고,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육 소실과 함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한다.
때문에 여러 가지 식품으로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해 치료 효과를 높여야 한다.
식사량은 장을 팽창시키지 않을 정도로 과식은 자제하고 여러 번 나눠 먹는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 식품은 가급적 피한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는 푹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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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건강의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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