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돌아온 천만 영화, 또 천만 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필더무비 2024.09.19 조회수

영화 ‘베테랑 2’ 후기

가족들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어느 날,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전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이에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하지만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또 한 번 전 국민을 흔들어 놓는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서도철의 눈에 든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 (정해인)를 투입한다. 그리고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베테랑 2’의 언론시사가 끝나고 나서 생각한 것은 이전에 언급한 ‘스위트홈’ 시즌2,3를 리뷰했을 때 언급한 ‘매트릭스: 레저렉션’에 관한 거였다. 당시 본 기자는 시리즈가 본연의 장점과 매력을 버리고 갑자기 다른 이야기와 정체성을 선보이려 하는것은 위험한 행동이라 언급했다. 전작의 장점을 부끄럽게 생각했거나 혹은 벗어나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 시리즈가 전작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전의 시리즈를 좋아한 관객에게는 외면을 받게 된다.

비록 ‘범죄도시’ 시리즈가 완성도면에서 욕을 먹어도 팬들이 기대하는 시리즈의 정체성(액션, 유머, 잔인한 악역)은 유지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액션, 장르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시리즈의 변화를 이끄는 방식은 어찌보면 꽤 영리한 방식이었다. 제아무리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가 좋다 한들 결국 명분상 흥행에 성공해야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베테랑 2’는 그 점에서 봤을 때 ‘범죄도시’ 시리즈의 방향보다는 ‘매트릭스: 레저렉션’의 길을 택한 작품에 가까웠다.

잠시 ‘베테랑’ 시리즈가 왜 흥행에 성공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기본 뼈대가 되는 이야기는 단순한 것이 흥행에 큰 요인이 되었다. 베테랑 형사와 재벌이 격돌하는 분명한 서사에 이를 받쳐주는 각본이 탄탄했으며, 액션은 시원했고,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큰 한몫했다. 바로 이런 단순한 컨셉에 탄탄한 기본기가 있었기에 천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 2’는 1편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기로 한다. 바로 위 첫 문단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얼핏 보면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 같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이 연쇄살인범의 배경이 너무 복잡하다. 배트맨과 같은 자경단을 자처한 심판자가 등장했기에 이와 관련한 사회적 시선과 문제를 다루게 되면서 ‘베테랑 2’는 조금 무겁고 어두운 사회파 드라마의 정서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영향은 우리의 주인공 서도철 형사의 내면과 사춘기 아들과의 갈등으로 연결되면서 다소 복잡해진다.

바로 이러한 배경 설정에서 ‘베테랑 2’를 본 이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1편의 통쾌한 사이다 액션과 이 배경에 담긴 풍자 방식이 재미있었는데, 2편은 이와 다르게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따라서 1편과 동일한 카타르시스가 담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2편은 꽤 실망스러운 결과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1편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주제와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과 전자에 언급한 사회의 폭력성, 자경단 심판, 대리 심판 제도와 관련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나쁘지 않아서 감독 류승완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영화의 완벽한 심판자는 관객이기에 현재 영화의 평점과 반응이 부정적인 요소가 압도적인 것으로 봤을 때 관객을 설득하기에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대리 심판 설정은 근래 공개된 ‘노웨이 아웃:더 룰렛’,’국민사형투표’와 같은 시리즈물에서 이미 다룬탓에 대중에게는 그리 신선한 연출과 시선은 아니었을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주제는 좋았지만, ‘범죄도시’ 처럼 ‘베테랑’도 1편의 성공 요인의 장점을 좀 더 부각하고 만들었다면 그 장점이 더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본 기자 역시 이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기대했기에 영화의 주제와 방식은 좋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 아쉬운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영화는 액션 마스터 감독과 제작진이 함께한 작품인 만큼 해외에서 화제가 된 계단 액션 부터, 빗속 타격신 등 꽤 강렬하고 현실적인 액션연출을 선보인 점은 이 영화가 지닌 큰 성과였다. 이점에 있어서는 영화에 아쉬움을 느낀 이들도 꽤 수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지막 쿠키 영상을 통해 3편 제작의 여지를 남기고 있지만 좀 더 장기적인 시리즈화와 관객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1편의 성공 이유와 2편의 관객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참고하며 만들었으면 한다. 현재 흥행 추이는 쌍천만이 가능할것처럼 보이지만, 심상치 않은 부정적인 입소문이 이 흥행 행진에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베테랑 2’는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