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트렁크’의 정윤하 배우를 만나다–②
정윤하 인터뷰 1부
정윤하 인터뷰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 《트렁크》를 원작으로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등 따뜻한 감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규태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화랑]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와 의기투합해 깊고 짙은 감성의 미스터리 멜로를 완성했다.
극 중 결혼으로 뒤틀린 욕망을 드러내는 서연을 연기한 정윤하를 12월 6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파묘」에서 아기 엄마로 등장해 주목받았던 정윤하는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서는 필리핀 술집 마담 미자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정윤하를 향한 키워드는 다채롭다. 미스코리아, 암투병, 다저스팬, 왕립연극학교 등 관심이 뜨겁다.
16세 때 엄마 몰래 독백 연기로 시작
몇십 년씩 무명인 배우도 많지만 정윤하는 조바심 내지 않고 내실을 채워갔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2007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뉴욕 2LAB에 선발되었고 미국 광고모델로 시작해 엄마 몰래 안양 예고 시험을 보면서 독백 연기를 처음 해봤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소명은 2012년 연극으로 심리 치료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부터였다. 트라우마 상황을 배우가 시연해 주는 장면이더라. ‘이게 배우가 관객, 시청자를 위해 해야 할 일’임을 느꼈다. 그때 직업의식을 처음 가졌다”
연기에 매력을 제대로 느껴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당찬 도전을 이어갔다. 혼자서 무언가를 해 온다는 건 쉽지 않지만. 내면의 단단함을 키우며 단련해 온 흔적이 성과를 낸 것이다.
“어학연수부터 시작해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를 했다. 한인 사이트에서 보고 혼자 프로필도 찍고 미국 에이전시에 투어를 다녔다. 그래서 미인대회도 나가게 된 건데 집에는 비밀로 하고 혼자 미용실, 드레스를 구매해서 찍었다. 이후 미국에 계신 고모만 알게 되셨는데 밥 사주셨다. (웃음) 부모님은 배우로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셨다. 광고를 찍으며 경제활동을 하니까 조금씩 인정을 해주신 게 아닐까 추측한다(웃음)”
데뷔 이후 단역을 전전하며 무명 생활을 이어왔다.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법하나, 오히려 원동력으로 작용한 듯 힘차게 이야기했다.
“방향성을 바꾼 거 같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배우 준비, 수업 준비를 배우면서 채워갔다. 그랬더니 구사할 수 있는 언어도 조금씩 늘어나고, 운동, 스포츠도 많이 하게 되더라. 언어유희 같은데.. (웃음) 버티는 것보다 다른 걸 하고 있는 게 더 좋았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라고 하면 계속 연상되는 것처럼. 조금씩 노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경계하고, 혼자 할 것을 하며 집중하는 게 에너지 전환이 되었다. 결국 내가 가진 것을 지켜내면서 배우로서 소신을 갖추려고 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실천한 정윤하는 꾸준한 공부야말로 삶의 지침이 될 수 있으면 보여준다. 30대 중반에 2024 왕립 연극학교 Short Course 수료했다.
“사학과 국제학을 전공했고, 연기는 책과 학원을 통해 배웠다. 대학원에서 공연예술을 공부했는데 연기 방법이 궁금해 유학을 가버렸다. 연기한 결과물의 밀도와 방향성이 다르더라. 문화와 역사 차이도 있겠지만 제 것을 적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100년 전부터 연기 방법론은 해외나 국내나 비슷하다. 다만 마음 챙김(마인드풀니스) 중요성이 강조된다. 수업 시작 전에 마인드풀니스를 한다. 배우로서 상상하는 훈련 후 캐릭터에 접근하거나 연기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배우 양성을 위해 캐릭터와 분리하고 접근하는 법, 특히 배우의 마음을 챙기는 게 중요했다. 허구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니 용인되는 것, 연결 고리를 찾아 저를 확장하면 되었다. 다음 도전은 웨스트엔드 공연이다”
지난 5월 정윤하는 1년 3개월 전 암 진단을 받았다. 완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7월 종양이 발견되어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악성이 아니어서 제거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많은 분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았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관심받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치료 잘 받고 회복했다. 지금은 더 건강해졌고 삶이 명확하고 심플해졌다. 아프고 나서 저의 존재를 돌아봤다. 내가 뭘 좋아하고 불편해하는지 탐구했다. 내가 잘 되어야 모든 일이 잘되고, 여유도 있어야 타인과의 관계로 돌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병마를 전화위복의 존재로 삼았다.
「트렁크」는 정윤하라는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리게 된 첫 작품이다. 데뷔 후 꾸준히 성장했고 빈틈없이 준비하는 노력형이었지만 괄목상대한 성장을 이룬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촬영장에서 연기적인 배움, 촬영장에서 배우로서 가져야 할 덕목, 혼자 작업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불어 너무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었나를 곱씹었다. 어떨 때는 명료한 표현이 더 좋은 결과물일 수 있음을 배웠다. 더하고 빼야 할 것을 찾아 균형감을 유지하고 선택과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결과물에 늘 만족할 수 없겠지만 경주마처럼 작업하는 건 빼고 싶다. 주변을 둘러보고 포용하며 같이 반응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였다.”
올해 「파묘」의 개봉 이후 건강상의 문제부터 「트렁크」까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건 배우의 몫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좋은 일, 힘든 일도 있었지만 다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더 건강해지고 강인해졌고 조금 더 행복해졌다. 현실이 로맨틱하지 않아 극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희망과 빛이 있다고 믿지 않으면 시청자가 연기를 신뢰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그래서 낭만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한다.(웃음) 현실과 다른 극적인 것을 얻어 가는 게 작품이다. 악인으로 보이는 서연에게도 쾌감, 공감, 반감을 느끼도록 하려면 배우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현재는 쉬는 중이라 아직 계획된 건 없다. 야구를 좋아해 월드 시리즈도 보고 왔다. 8년 동안 다저스 팬으로 지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덕질이란 걸 하면서 원동력을 얻었다”
한편, 지난 11월 2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 「트렁크」는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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