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이서환 배우를 만나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약 3년 만에 공개된 시즌2는 우승으로 456억 원의 상금을 받은 ‘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과 치열한 대결,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다룬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출연하는 몇 안 되는 캐릭터이자 기훈의 과거 직장 동료이자 경마장도 함께 다닌 친구 정배를 맡은 이서환 배우와 만났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귀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시즌2의 신 스틸러로 오랜 시간 생존한다.
지난 1월 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서환과 만나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시즌2 캐스팅 내심 기대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고 시즌2가 3년 만에 등장했지만. 시즌2가 시즌3을 위한 과정이라 호불호가 갈렸다.
“시즌1도 호불호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당연히 예상한 결과다. 개인적으로 역할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시즌1은 운과 개인전이 주를 이루고, 시즌2는 단체전으로 보여 의견이 나뉘는 거 같다. 오엑스 투표도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는데 투표로 얻어지는 심리전의 쫄깃함이 커졌다고 본다”
-시즌1에 이어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하게 된 소감과 캐릭터 분량도 많아진 만큼 부담감은 없었나.
“감독님이 이렇게 잘 될지 모르고 다 죽여버렸다는 이야기를 이해했다. 시즌1과 2의 연결성을 주고 싶은데 생존 캐릭터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약간 솔깃했다. (웃음) 시즌2 영희 광고를 본 친구들이 시즌2 제작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너 나오는 거 아니야’ 했었다.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하고 집에 갔는데 잠이 안 오더라. (웃음)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걸면서도 ‘나를 왜 불러..’라면서 천사와 악마가 교대로 등장했었다. 그러다가 합류 소식을 듣고 내심 기뻤고 쾌재를 불렀다.
대본을 읽어보니 분량이 너무 많은 거다. 캐스팅 보면 아시겠지만 단독 주연을 해도 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그 속에서 정배 비중도 꽤 된다. 튈 수밖에 없다.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면 주목 정도는 해주리라 생각했지, 이렇게까지 사랑받을지는 몰랐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안 해본 건 아닌데 길게 할 기회가 없었다. 작품의 무게감을 봤을 때, 잘 해낼 수 있을지 부담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시즌1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책임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 ‘멘탈 관리 잘 하자’, ‘혼자 설레발치다가 욕먹을 수 있다’면서 내려놓으려고 애썼다.
사실 시즌2에서 퇴장해서 아쉽다. 단언컨대 죽고 싶지 않았다. 시즌3에서 장기 적출 신이라도 나오고 싶었는데 아예 사진에 불이 꺼지더라. 안 나오겠다고 직감했다. (웃음)”
-시즌1에서 기훈의 경마장 친구로 출연했고 막역한 친구란 전사가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진짜 친구를 데려온 줄..’이라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이다. 소시민 그 자체지만 용감하고 정직하고 정의로운 부분도 그려낸다. 정배의 재발견이란 수식어, 전 세계를 매료시킨 이유, 캐릭터 해석이 궁금하다.
“정배는 저와 닮았다. 제대를 앞두고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거 같지 않나. 막상 세상에 나와서 마주친 사회는 대출도 받아야 하고 쉽지 않은 삶이라는 걸 알게 된다.
LA 폭동 때 ‘루프탑 코리안’분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알던 아저씨가 아니라 정말 멋있었던 분이셨다. 이분들 중에 한 분만 연기해 봐도 반은 먹고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꼬꼬무」나 사진, 기사를 보면서 정배와 가깝게 연구해 나갔다.1의 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기훈의 철없는 성격을 반영하는 게 관건이었다. 해병대 출신으로 나오지만. 사실 저는 방위 출신이고 행정병이라 총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총격전 때 자세가 나올 수 있게 연습하는 게 목포였다. 유튜브를 챙겨 보며 자세를 익히고 구호를 배웠다”
믿어 주는 친구를 향한 진심
-이정재와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영배), 이병헌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박 소장)로 함께 했다. 이번에 두 사람과 함께 호흡 맞춘 기분은 어땠나.
“별 이야기 안 했다. (웃음) 이정재 씨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저를 죽이려고만 했고, 시즌1에서는 ATM 기계에서 돈 빼면서 만난 게 다였다. 이병헌 씨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도 제가 겉도는 인물이라 이번에 말을 섞어 본 게 처음이다. 서로 내성적이라 감회가 새로웠지만 별말은 안 했다”
-그 와중에 정배와 기훈의 꽁냥꽁냥한 사이를 부러워하는 캐스트도 많다. 기훈이 시즌1과 다르게 어둡고 무게감 있게 변해, 정배의 발랄함이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정배는 프론트맨이 뭐고,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걸 아는 건 기훈이라서 친구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른다. 정배가 기훈을 위해 반란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하는 건. ‘그래도 네가 친구잖아’라는 대사 때문이다. 둘이 대화할 때 보면 돈 300을 못 빌려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미안함이 있다. 등 뒤를 맡길 때 믿음 가는 존재인 거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을 보고 목숨을 빚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영일의 섬뜩한 행동과 말을 보고도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하는 거다. 세 번째 투표에서 엑스를 누르고 오는 영일을 보고도 내가 잘못 봤다고 말하고 마는 거다”
-사람들은 죽을 줄 알면서도 성기훈의 반란에 가담하는 걸까.
“살고 싶어서? 다 같이 집에 가자고,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는 기훈은 다음 게임은 자신 없다는 것도 알고, 어떤 게임인지도 몰라 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치고 올라가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거 같다. 전역자로서 조직을 꾸리면 그게 생존할 마지막 기회라고 본 게 아닐까.
정배는 결과를 떠나서 인생에서 가장 뜨겁던 시절을 함께한 동료, 전우의 시절을 느낀 거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친구니까 참여하게 되는 거다. 정배에게 남은 건 기훈이 자기를 친구라고 생각해 준다는 마음이다. 기훈이 밖에 나가게 되면 자기 돈을 준다고 했는데도 계속 오(O)를 눌렀던 것도 비슷하다. 456명의 목숨 값을 그냥 달라고 할 수 없고, 사선을 넘어온 친구 돈을 가지는 것도 무리다. 마지막에는 친구로서 가는 거다”
-뮤지컬과 연극 등 오랜 무대 경험을 쌓은 배우 중 한 사람으로서 거대한 세트에 들어간 느낌은 어땠나.
“다들 노이로제 걸렸다더라. 저도 압도당했다. 저 멀리 영희가 서 있는데 ‘드디어 내가 왔구나’, ‘농담이 아니었구나’, ‘몰카가 아니었구나’를 실감했다. 한발씩 전진하려는데 큰 스피커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나오면 살벌했다. 평야에 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거라 그늘이 없었다. ㄷ자로 만들어 놓았는데 컷하면 다들 그늘에 붙어 있다가 해가 넘어가면 추워하고 그랬다. 체력이 약한 분은 촬영 중에 탈수로 쓰러지기도 했다. 정말 서로 의지하면서 찍었다. 마치 군대 훈련소에서 처음 세워 놓는 기분이었는데 지나니까 추억이고 재미있었다.
둥글게 둥글게의 경우는 눌리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짝짓는 게임이라서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원판이 실제로 돌아가서 무서웠다. 화면으로는 티가 안 나는데 잘 돌다가 조명이 꺼지고 빛을 확 비추면 아무것도 안 보였다. 병헌 씨가 잡고 뛸 때는 정말 눈앞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때 살짝 위험했다”
임팩트로 따지면 타노스 보다 ‘정배’
-50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중년 배우로서 설자리가 부족해지는 때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인생 중 가장 뜨거웠던 시절은 언제였나.
“물론 지금이겠지만.. (웃음) 뜨거움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뜨겁다고 생각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못 하고 어깨에 뽕 들어간 연기만 할 것 같다. 주변에서 축하해 주고 잘 봤다고 회자되는 건 감사하지만 스스로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유독 눈길 갔던 후배, 캐스팅 때 놀랐던 배우, 완성본을 보고 놀란 배우, 탐나는 배역은 누구였나.
“‘원지안’과는 호흡 맞출 일이 없어서 현장에서도 따로 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 보지 않았다. 항상 같이 있는 그룹하고만 있어서 말도 안 걸더라. (웃음) 나중에 공개되고 작품을 보니 멋져서 놀랐다. 캐스팅을 발표되고 나서 놀란 배우는 ‘박성훈’이다. 「천문」에서 함께 한 적 있어 인연이 있다. 전재준의 그림자가 컸지만 다 잊게 되었다. 트랜스젠더 역할도 놀랍지만 분장하고 나왔을 때 다르더라. 조현주 자체였다. 탐나는 배역은 당연히 ‘성기훈’이다. 모두가 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임팩트로 보면 타노스보다 정배가 위에 있다. (웃음)”
-캐스트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SNS 팔로우가 증가하고, 해외 홍보도 처음 다녀 본다는 등 다양한 경험을 들려줬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막연하게 꿈꾸던 것들이 있다. 기훈이 같은 친구랑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친구는 기타 치고 저는 노래를 한다. 우리가 좋아했던 노래를 들려주자 싶어 시작했다. ‘오겜’이 없었으면 구독자도 안 늘 텐데 이번에 2천 명에서 4만 명으로 훌쩍 늘었다. 5년 뒤에는 노후 준비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년에는 작가로서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 13년도에 쓰고 묵혀 두고 있었는데 준비 중이다”
-20년 가까이 연기하면서 얻은 연기 철학, 소신은 무엇인가.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주변 풍경도 달라진다. 저에게 ‘오겜’은 다른 풍경을 보게 해준 계기다. 양날의 검이라 책임감도 늘어난다. 인지도가 커진 만큼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대사 한마디의 무게감도 늘어나게 되었다. 저만의 무기라면 친화력일 거다. 자연스러운 연기, 부담 없이 툭 하고 묻어갈 수 있는 연기다. 단역 때는 기억하지 못할 재능이었다. 연기 같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때는 무대, 매체 언어를 배워야 하나 갈등했다. 소신 있게 쭉 제 스타일을 유지하다 보니 지금의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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