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흐린 날입니다.
오전부터 눈이 내렸고 지금도 약하게 눈이 날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비로봉으로 산행을 나섰다가 눈 속에 묻힌 오대산 상원사의 아름다움에 걸음을 늦추고 휘휘 둘러봅니다.
겨울여행답게 강원도 사찰을 구경하는 재미가 참 좋더군요. 이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상원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로 1209 상원사
겨울여행 강원도 사찰 오대산 상원사 클립 영상.
눈 속의 강원도 사찰 오대산 상원사 #상원사 #오대산 #오대산상원사 #강원도사찰
m.blog.naver.com
상원사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비로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주차장 이용료가 6,000원이나 되니 썩 즐겁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편하자고 차를 끌고 왔으니 비용 지불은 당연한 일일게다.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은 찻집이라 부를까.
관대걸이라 부를까.
여하튼 원두커피도 팔고, 한방약차와 컵라면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다.
강원도 사찰 오대산 상원사.
휘적휘적 눈길로 걸어 오르니 명상 쉼터가 보인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잠시 들러봄직도 하건만 오늘은 패스다.
아이젠도 있건만 그냥 걸을만하단 생각에 살짝살짝 미끄러짐도 감수하며 걷는다.
이 길의 이름은 ‘번뇌가 사라지는 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번뇌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어느 길인 들 번뇌가 스며들 수 있을까. 그저 붙여 놓은 이름이 좋다 생각되는 길이로다.
그렇게 걷다가 마주한 누각과 누문.
강원도 사찰 오대산 상원사의 정문이 되겠다.
천고(天古)의 지혜(智慧) 깨어있는 마음.
천년을 이어 내려 쌓인 지혜로움에 깨어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해탈이려나?
오늘의 겨울여행 걸음에는 오만 생각이 다 드는 듯하다.
이 누문이 ‘해탈문’이라.
내가 언제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왔던가?
보통 사찰은 일주문 다음에 천왕문을 두고 마지막에 불이문이라 부르는 해탈문을 두는 것이 통례다.
하지만 오대산 상원사에서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지 않았음인데 해탈문이 등장해 버렸다.
“이 뭣고?”
질문인지 깨달음인지.
“나는 누구인가?”
자아성찰인지 깨달음인지.
누문이자 해탈문의 천정에는 문수보살 36화연도가 단청으로 그려져 있다.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이야기할 때 복덕과 함께 반야 지혜를 상징한다 말하고 있으니 ‘천고의 지혜’라는 말도 이해가 되고 해탈문이라는 것도 이 뭣고라는 질문인지 깨달음인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인지 깨달음인지도 모두 이해가 된다. 다만 내게 없는 지혜일 뿐.
해탈문을 지나 되돌아보니 눈으로 채색을 해 희어진 팔작지붕이 산세와 어우러져 예쁘다.
이 누각의 이름이 청풍루라 하더니 그 한자가 청풍(淸風)인지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청풍루를 등지고 오른쪽은 상원사 청량선원과 요사채가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불허되는 곳.
그리고 그 끝자락에 오대산 상원사 영산전이 위치한다.
영산전(靈山殿)은 석가모니 일대기를 여덟 시기로 나누어 그린 팔상탱화를 봉안하기에 팔상전(捌相殿)이라 부르기도 하며 영산이라 함은 영축산(靈鷲山)의 줄임말로 부처가 설법했던 영산불국(靈山佛國)을 상징하는 말이다.
오대산 상원사 범종각을 향한다.
1946년 화재로 영산전을 제외한 건축물이 소실되어 이후 새로 지은 건물들이지만 범종각 안의 동종만은 아니다.
중앙 금칠 기둥 안에 보호되고 있는 상원사 동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으로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종소리가 아름답고 수려하게 만들어진 동종으로 ‘국보’다.
상원사 문수전 위로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 하얀 눈을 흩날리고 있다. 멋지긴 한데 춥다.
종무소로 쓰이고 있는 백련당(白蓮堂)을 지나
만화루(萬化樓) 앞에 섰다.
해탈문에서도 봤던 오대광명(五臺光明)이란 단어.
도대체 오대광명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자료를 찾아보니 이렇다.
-
편안한 마음
-
맑은 몸
-
밝은 사고
-
좋은 인연
-
소원 성취
이 모든 것은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보다. 여기에서 가피라 함은 불교식 한자 용어로 기도를 통해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힘을 주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화루를 지나 식용수가 흐르는 수락 건물을 지난다.
2층 건물의 1층에 위치한 ‘수다라(修多羅)’
본래 있던 한자가 아니라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음사하여 사용하는 단어로 경, 계경 등 경전을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불교용품, 기념품, 책을 판매하고 있다.
수다라 옆으로 오르는 계단.
강원도 사찰 오대산 상원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아가며 겨울여행을 즐긴다.
적멸보궁 가기 전에 먼저 중대 사자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봉안하기에 비로전(毘盧殿)이라 하며 비로전이라 하기보다 대적광전(大寂光殿) 또는 대광명전(大光明殿)이라 부르는 경우가 더 많은 법당이다. 대게의 경우 비로전이나 화엄전으로만 칭하는 경우 비로자나불만 봉안하지만 대적광전이나 대광명전으로 칭하는 경우에는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을 함께 모셔 삼신불을 이룬다고 보면 맞다.
중대 사자암 비로전을 뒤로하고 적멸보궁을 향하게 계단을 오른다.
겨울여행 걷기의 찐한 즐거움.
용안수(龍眼水)라…
용의 눈물이란 의미인지 용의 눈처럼 맑고 힘차게 만들어 주는 물이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못 마신다.
눈이 덮여 있어 뚜껑 열기가 두려움. 눈 드갈까 봐.
이곳은 갈림길이다.
저짝으로 가면 비로봉이고 이짝으로 가면 적멸보궁.
계단을 다 오르면 숨이 헉헉헉!
천천히 올라야 느긋하니 좋다.
적멸보궁이다.
불교 건축물에는 궁, 전, 각, 채가 붙는데 채는 사사로이 사용하는 건축물로 보통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이거나 기타 업무를 보는 곳을 지칭한다. 그리고 격이 높아지며 각이라 하는 곳은 법당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건물로 삼성각, 범종각 등이 그것이다. 거기에서 격이 더 높아지면 대웅전, 관음전처럼 전을 붙이고 최고의 격을 갖춘 곳을 궁이라 칭하게 된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은 사찰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며 석가모니의 진짜 몸에서 나온 사리가 있기에 별도의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놓아두게 된다. 흔히 5대 적멸보궁이라 하는 곳은 이곳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과 함께 설악산 봉정암, 영월 사자산 법흥사, 정선 태백산 정암사, 양산 영축산 통도사를 말한다.
언제나 물통이 놓여 있는 이곳.
뜨끈한 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
적멸보궁 뒤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라는 언덕이 있다.
이제 하산(下山)? 아니 하사(下寺)라 해야 하나?
잠시 갈등을 한다. 이대로 비로봉까지 다녀올 것인지 주차장까지 쭈우욱 내려갈 것인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