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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꽃미남 배우를 무려 17번이나 죽인(?) 한국인 감독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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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을 만나다

「미키 17」은 죽으면 기억과 생체 정보를 저장한 채 새로 프린트되는 소모품 익스펜더블 미키(로버트 패틴슨) 17이 죽지 않고 18번째 미키가 출력되면서 일어나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로 「옥자」, 「설국열차」 이후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 한 작품이다.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다.

인간적인 SF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색깔이 뚜렷한 종합선물세트다. 「옥자」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화두를 우주로 돌리고 「설국열차」의 독재자와 노동자의 계급 차이를 넓혀 무한함 속의 인간다움을 논한다.

6년 전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제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이틀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을 지난 19일 여의도의 호텔에서 만나 영화와 업계,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SF 장르에서 풍기는 아날로그 냄새

-늘 그래 왔듯이 사회, 계급 문제를 다루면서도 예술성과 유머를 놓치지 않았다.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

“미키 17은 착하고 어벙하다. 손해 잘 보게 생겼고 측은하고 마음 아픈 캐릭터다. 반면 상반된 성격을 지닌 와일드한 미키 18이 예상 밖에 출력되면서 달라지는 변화를 주인공의 관점에서 쓰고 찍었다. 미키가 끝까지 살아남길, 망가지거나 부서지지 않았으면 했다. 제 영화들이 현실의 쓰라린 모습을 보여주는 풍자까지는 좋았는데, 주인공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나 싶었다. 물론 죽는 게 직업인 상황에 내몰리긴 했지만 극복하고, 파괴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SF 장르물이지만 곧 다가올 근미래가 배경이다. 아날로그적인 설정을 고집한 이유가 궁금하고, 2054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아마 그때면 85세인데 기계 몸이 돼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웃음) 실제 영화처럼 휴먼 프린팅 하는 회사가 있다. 다른 유기재료로 신체를 만드는 걸음마 단계지만 블루오션이다. 귀, 피부 조각 같은 신체 일부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곧 누군가가 출력될지 모르는 일이다.

원작은 완전히 먼 미래의 먼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영화에서는 곧 현실로 닥쳐올 미래로 다루고 싶었다. 그래서 타이틀 디자인도 까만 판이 흘러내리는 플립 시계나, 기억 메모리칩을 적벽돌로 차용해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끌어내렸다.

현재와 가까운 배경을 설정하다 보니 옛 느낌을 더 해서 시간대를 상쇄하고 중화 시키고자 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이면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바랐다. 디지털이나 첨단 느낌은 프린팅하는 공간밖에 없다. 지저분한 화물선, 공장의 분위기를 주었다. 때문에 구닥다리 기계가 등장하거나, 익스펜더블 핵심이 적벽돌이라는 등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원작자 ‘에드워드 애슈턴’과 각색 방향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원작에서 절대 버릴 수 없었던 건 ‘러브 스토리’였다. 제 영화 최초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읽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났던 적이 있을 만큼 나샤가 미키를 어떻게 지켜주는지를 바꾸고 싶지 않았는데 꼭 보호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각색 작업에서 원작과 바꾼 부분이 몇몇 있다. 토니 콜렛이 맡은 ‘일파(마샬의 아내)’는 원작에는 없다. 스티븐 연이 맡은 ‘티모’는 원작 속에서 핫 스타처럼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약삭빠르고 세속적인 사기꾼이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런 지점은 스티븐 연만 할 수 있겠다고 믿었다”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일파’를 만들어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이멜다’ 부부를 보면 커플 시너지가 크다. 필리핀 국민들이 들고일어나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자랑스러운 역사잖냐. 고등학교 때인데 필리핀 부부의 가십이 많이 쏟아졌다. 그 외에 엽기적인 블랙 코미디 같은 기사가 많았다. 현실에도 부부가 일으키는 상승효과가 상당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마크 러팔로와 한 번쯤 일해보고 싶었던 토니 콜렛을 대입하게 되니 즐거웠다. 두 사람이 함께 나온 적이 없기도 해서 이 둘의 조합이 신선했다”

-최초의 러브스토리를 넣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키 만큼이나 나샤도 저에게는 중요한 캐릭터다. 미키가 부서지지 않게 도와주는 나샤는 마셜과도 맞서 싸운다. 런던 아이맥스 시사회 때 나샤가 마샬에게 대항하는 순간 박수가 쏟아졌다. 서구권도 최근 정치적 상황이 오버랩 된 건지 싶은데, 각기 다른 시사회에서 같은 지점에 2번이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오미 애키가 잘 해주었다”

각자 정치적 스트레스가 투영된 마샬

-배우 ‘마크 러팔로’의 연기 경력 중 최초의 악역이라 주목받고 있다. 독재자 마샬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인물로 읽힌다.

“마크와 서로 핸드폰으로 독재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한미 과거 정치인 이야기를 했었다. 마크가 마샬을 잘 표현을 해줬다. 독재자는 끔찍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묘한 귀여움, 매력이 넘쳐야 한다. 그게 위험한 거다. 대중을 현혹하고 이상한 식으로 대중을 휘어잡는 거다. 옛날에 이탈리아의 어떤 분은 자기가 직접 쇼 프로그램을 만들고 양옆에 아이돌을 끼고 나와서 응원 무대처럼 만들었다. 오래전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도 그러했다. 미디어를 가지고 놀던 정치인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도 마샬이 자기 토크쇼를 만들고 SNL처럼 꾸미는 장면이 있다.

런던, 베를린, 파리에서 영화를 틀고 돌아와 어제 입국했다. 영화가 현재적인 느낌이다 보니, 나이 지긋하신 이탈리아 기자는 마샬의 롤 모델을 ‘무솔리니’로 생각하더라. 군복 입은 모습이나 턱 드는 시늉 같은 게 전형적인 파시스트의 모습이라 느낀 것 같다. 미국 기자는 최근에 총알이 얼굴에 스쳐 지나간 것도 그렇고.. (웃음) 당연히 그분을 떠올리더라. 대부분 본인이 겪고 있는 정치적인 스트레스를 캐릭터에 투영해서 관람하는 것 같았다.

영국 기자는 ‘집에 수정구슬이 있는 거 아니냐’ 그러더라.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마녀나 예언가가 주술 외우면서 크리스털볼로 미래를 내다보는 걸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질문을 외신 기자 2-3명에게 반복적으로 받았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함의까지 끌어안은 해피엔딩은 기존 작품과 결이 다르다. 특별한 심경 변화가 있었나. 엔딩을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미키를 17번이나 죽었는데 또 죽이고 싶지 않았다. (웃음) 결말부의 잔상이 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강력한 모습이어야 했다. 악몽이 반복되면 잠들기 싫은 것처럼 미키의 악몽 장면을 공들여서 찍었다. 악몽 장면만 따로 떼서 봐도 다크한 단편처럼 보여야 했다. 악몽 장면이 관객의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며 빼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싫다고 하니 쿨하게 받아들이더라. (웃음) 스튜디오 쪽의 강압 같은 건 없었다”

-과거가 반복된다는 걸 요즘 더 느낀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악몽 장면이 소름 끼쳤다.

“(악몽 장면에서) 토니 콜렛이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악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영화에서도) 다 극복했다고 믿었는데 일파가 나와서 경멸과 혐오의 말을 쏟아내잖냐, 심지어 프린터에서 무언가가 나온다. (웃음)”

-전반에 나쁜 정치인을 쭉 보여주고 후반에서야 ‘짠’하고 좋은 정치인이 등장하는 이유가 미래의 희망인 건가.

“클라이맥스가 지나고 충분한 에필로그가 진행된다. 마샬의 최후 이후 친, 반 마샬파가 등장하면서 싸움이 여기저기서 진행된다. 그때 나샤가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 데, 연단 위에서 발언할 때 모두가 박수 치며 환호하지 않는다. 그 적당한 환호가 현실의 모습이다. 초선 의원 정도쯤 되는 인기다. 개인의 순수하면서도 상식적인 마음과 정치가 어긋나지 않는 거다. 그게 가장 좋은 정치가 아닐까”

-일파는 ‘소스’에 집착한다. 대체 소스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파는 소스를 ‘문명의 리트머스’라고 말한다. 그 문명이란 표현이 원래의 뜻과 맞는지는 의문인데 일종의 허세 같은 거다. 여러 행성으로 원정대가 간 상황이고 우주 식민지의 경쟁 같은 느낌인 거다. 예를 들어 마샬 부부가 미키를 초대하는 디너 장면을 살펴보면 진짜 고기에 다섯 가지 소스를 깔아 준다는 허영을 부린다. 반면 미키는 규정이라면서 배식할 때 식량 제한을 둔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들은 소스를 논한다. 이게 「설국열차」의 앞 칸에 탄 어느 부부가 할법한 행동이다. 일파가 소스를 제조하는 방을 보면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다르다. 화려한 색감으로 장식된 이상한 미술품이 있다. 마샬 부부는 어떤 인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소스’다”

크루아상 먹다 발견한 크리퍼

-한강의 괴물이나 옥자, 크리퍼, 차기작 심해어까지 인간이 아닌 크리처가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후반부 크리퍼들이 모여드는 광경은 비폭력 시위를 연상하게 한다.

“그들을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확히 타임라인을 정리해 보자면 (웃음) 2021년 시나리오를 썼다. 그해 9월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을 할 때쯤 탈고해서 프로덕션에 넘겨주고 베니스로 떠났다. 대통령 선거 훨씬 전인 22년 촬영을 마쳤다. 23년에 크리퍼 그래픽을 만들었다. (미래를 예측했다거나 시국을 반영해서 만든 게 아니라는 내용)

크리퍼들이 왜 몰려나와서 시위를 왜 하게 될까 생각해 보니, 조코 (납치된 크리퍼) 돌려 달라는 거다. 하나를 구하기 위해 다수가 몰려가는 명백한 대조다. 인간 쪽은 미키 하나를 지목해서 여러 사람이 반복적으로 죽게 놔두는데 이쪽은 하나를 살리기 위한 시위, 그것도 무언가를 때려 부수지 않는 평화적 시위다. 마마 크리퍼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협상력을 지닌 존재이고 위트도 살아 있다. 짧은 대사(눈에는 눈 이에는 이)만 내뱉지만 그게 치명타가 되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마샬이 지질한 독재자라면 마마 크리퍼는 멋진 정치인을 상징한다”

-징그러워 보이기도하고 귀엽기도 한 크리퍼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왔나.

“장희철 디자이너가 옥자 디자인을 담당했던 분인데, 제가 크루아상을 먹다가 떠올랐다. 왜 크루아상이 움직일 것만 같고, 아코디언처럼 쭉 펴졌다 줄어들었다 할 것 같지 않나. (웃음) 묘한 볼륨감이 있고 벌레처럼 기어갈 것 같았다. 영화에 세 크리퍼가 등장하는데 각자의 포지션이 다르다. 대장 마마 크리퍼(원내 대표급, 4선 의원의 풍모 담당), 주니어 크리퍼(아르마딜로처럼 뭉치는 액션과 퍼포먼스 담당), 베이비 크리퍼(강아지 동작 참고한 귀여움 담당)가 약간씩 다르다”

-「옥자」, 「설국열차」, 「미키 17」처럼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 한 작품은 유독 우화적인 설정이다. 한국 영화와 연출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인상이다.

“다른 언어권 영화에서 SF나 우화적인 배경으로 간 건 직설적인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

‘이안’ 감독이 「아이스 스톰」를 통해 60년대 말 70년대 월남전 가족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룬 적 있다. 그 시대의 공기까지 한 가족의 서사에 압축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대만 감독이 전형적인 미국 가족 이야기를 담아낸 뉘앙스가 존경스럽더라. 저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어쩌면 ‘제임스 샤머스’(각본가 및 제작자)와 파트너십 때문에 가능한 거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아이스 스톰」 같은 걸 도전해 볼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실제 그런 가족을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조차도 상상력의 일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작품을 만들 때 다국적 배우와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나.

“한국 작품을 하면 주인공의 일상과 분위기가 머릿속에 다 떠오른다. 그런데 외국, 혹은 과거를 다룬다고 하면 지형이나 분위기를 모르니까 분명 다르긴 하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고 크게 생활이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기생충」 이후 외국 배우에게 제가 누구인지나 전작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긴 했다. 캐스팅 제안했다가도 거절당하지 않고 빠르게 캐스팅되었다. 만나면 배우들 대부분이 「기생충」 이야기를 했다. 그중에 나는 조금 더 봤다고 자랑할 거면 마크 러팔로처럼 「괴물」을 언급하거나, 로버트 패틴슨처럼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말했다. 외국 배우들에게 한국적인 연기 톤을 주문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제 영화를 보며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연기 톤, 뉘앙스를 어느 정도 느꼈을 것 같다.

다들 현장에서 편집하는 걸 신기하게 보더라. 2-3주 지나면 앞다퉈서 편집본을 보고 싶어 한다. 토니 콜렛이 미키의 뾰루지를 터트리는 장면을 재미있어하더라 한없이 지질하면서도 좀스러운 장면인데 ‘이게 봉준호 톤이다’라면서 너무 좋아했다. ‘내가 저 사람 영화를 계속 봐왔는데.. 이번 영화도 저런 식으로 가는구나’ 생각하는 거지.. 우주가 배경이라도 변함없는 톤을 좋아해 주는 거 같다”

따뜻하면서도 이상한 내 영화, 좋아해 줘

-이제 봉준호의 신작은 다른 영화와 비교되는 게 아니다. 본인 전작들과 경쟁하는 상황 같다. 거장이란 타이틀, 전 세계적인 기대감이 부담스럽지 않나.

“저도 촬영하면서 비슷한 장면에서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작과 다르게 가려고, 혹은 비슷하려고 목표를 두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쓸 때 스토리가 이어지고 캐릭터의 개연성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정신없다. 마치 제멋대로 날뛰는 30마리의 토끼를 어느 지점으로 몰고 가야 하는 느낌이랄까. 모든 구멍을 막아가면서 전진해야 하는 거다. 그 이후 촬영하고 편집실에서 비로소 전체적인 기시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새롭거나 다른 게 있으면 좋고 반복된다고 해도 내 작품인데’ 하면서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

어쨌든 따뜻하면서도 이상한 영화를 좋아해 주시는 거 같다. 저의 시그니처를 정리해서 ‘행보’라고 해주시는데, 제 작업은 앞 작품의 결과에 따른 게 아니라 하고 있던 걸 계속 쭉 하는 거다. 그게 2019년 「기생충」 개봉하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한국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처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옥자」 이후 전통적인 극장 개봉 영화를 고집하고 있는 분이기도 하다. 팬데믹 이후 시청 방식의 변화도 빨라져 한국은 OTT 시리즈로 모이는 흐름이 보인다. 박찬욱 감독도 「리틀 드러머 걸」, 「동조자」 등 글로벌 시리즈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시리즈 연출 계획은 없는 건가.

“많이 챙겨 보지 못했지만 멋진 시리즈가 많다는 건 안다. 데이빗 핀처, 김지운, 박찬욱 감독들의 시리즈 연출을 보면서 저도 해보고는 싶다. 「오징어 게임」이나 워낙 잘 만든 시리즈가 많아서 저도 기대되는 바다. 그런데 시리즈는 한 회당 50분 분량이라 평소 제 속도보다 2배 정도는 나와줘야 하더라. 「기생충」이 74회, 「미키 17」은 80회, 「옥자」도 76회차 찍었는데, 러닝타임 대비 산술적 계산을 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리즈 제안은 많이 받긴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서 에이전트가 좋아한다. (웃음) 시리즈 연출 계획은 없냐며 부추기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아마 거절당할 것 같다. 특혜라고 테이크 수를 많이 줄지 모르겠지만 제가 자신이 없다”

-팬데믹 이후 한국 극장 영화는 사실상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극장 영화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마음과 영화를 사랑하는 뜨거운 온도를 간직하고 있는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말, 창작의 원동력을 들려준다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다. 직업을 사랑해야 한다. 지난달에 로버트 패틴슨이 먼저 한국에 왔을 때 용산 아이맥스에서 영화 일부를 같이 보고 팬과 만나는 행사를 했다. 그 넓은 아이맥스관이 꽉 찬 상태였고 모두가 스타를 향해 환호하는데 뭉클했다. 거대한 스크린 앞에 모여서 스타를 마주하는 일, 새롭게 펼쳐질 2 시간의 스토리를 기다리는 시간, 즉 극장의 원초적 파괴력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미키 17」이 국적으로 분류하면 미국 영화겠지만 앞으로 한국 감독으로서 한국의 배우, 관객과 밀착해서 호흡하고 싶다. 한국 영화도 조만간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의 극장도 다이내믹하게 굴러갈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글: 장혜령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미키 17 감독 출연 봉준호,에드워드 애슈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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