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광헌 HL홀딩스 지주부문 대표는 한 뉴스 통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HL홀딩스 대표로서 주주분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며 지난해 자사주 무상 출연 논란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HL홀딩스는 작년 11월 자기주식 47만193주(4.8%)를 추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가 주주들의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HL홀딩스는 주주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무상 출연하려 했던 자기주식 47만193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주당 평균취득단가 3만4천453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16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HL홀딩스가 정몽원 회장의 자녀가 세운 사모펀드(PEF)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에 회삿돈 2170억원을 지원해준 것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로터스PE는 장녀 정지연씨가 지분 50%, 차녀 정지수씨가 나머지 50%를 가진 개인 회사다. 최근에서야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이유는 비상장 자회사 HL위코를 거쳐 펀드 출자가 이뤄지면서 HL홀딩스가 공시 의무를 회피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2차전지 분리막 생산업체인 WCP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방식은 이렇다. 한라홀딩스는 지분율 100%인 위코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340억원을 투자하고, 위코가 WCP의 일부 지분을 매수하는 방식이었다. 로터스PE에 잡음이 나오는 이유다. 이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아니라 계열사를 활용한 오너 2세 밀어주기로 볼수 있다.
로터스PE는 2020년 11월 30일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신생사로 이상민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은 세 명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정몽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한라그룹 재건과 지주사 전환 등 모은 과정을 정 회장과 함께한 인물이기도 하다. 장경국 한라홀딩스 상무와 이용주 전무도 로터스PE의 등기이사에 포함돼 있다.
HL홀딩스의 지원에 힘입어 설립 이듬해 곧바로 펀드를 설정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3년 말 기준 다섯 개 펀드를 통해 약 3600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 중 58%에 해당하는 약 2100억원을 HL홀딩스가 책임졌다. 이는 HL홀딩스 지난해 영업이익(922억원)의 2.27배다.
로터스PE는 펀드 운용보수 등으로 누적 9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터스PE 소유자인 정 회장의 두 딸 몫으로 돌아간다. 시장에서는 HL홀딩스→HL위코→로터스PE로 이뤄진 이익 이전이 정 회장 자녀의 HL홀딩스 지분 확보 재원으로 다시 활용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한라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후순위로 이번 거래에 5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한라홀딩스 자회사 위코의 공시를 보면 ‘엘케이디 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예정)’의 주식 48.4%를 50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게 윌비에스엔티 인수용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3세 승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라홀딩스의 오너일가 지분은 우호지분(KCC)을 합해도 30% 정도다. 오너의 지배력이 약한 편이다. 그나마 2세들의 지분은 사실상 전무하다. 때문에 로터스PE를 통해 승계구도를 구축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로터스PE는 과거 캑터스PE와 함께 한국자산평가 지분 90.52%를 인수했다. 당시 (주)한라가 출자금의 48.6%에 해당하는 340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통상적인 전략적 투자자(SI)의 투자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을 맺을 때 각종 조건을 포함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투자자 보호 위반, 공모가격에 부당한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감독 당국이 한 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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